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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츠스케일링' 지금은 아니다 [thebell note]

이종혜 기자공개 2022-10-28 08:30:19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7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블리츠스케일링(Blitz scale).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의 공격 교리인 전격전(Blitzkrieg)에서 가져온 개념으로 블리츠와 스케일업을 합친 조어다. 링크드인(Linkedln)의 창업가 리드 호프먼이 제안한 용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기업을 성장시키려면 효율보다 '속도'가 우위라는 의미다.

명료한 표현은 강력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스타트업에게 블리츠스케일링은 강령과도 같았고 충실하게 이행했다. 이 전략의 핵심은 비즈니스모델이 입증되기 전에 자금부터 끌어모으는 것이다. 적자여도 거침없이 초단기간 내 사업을 확장해 후발업체와 격차를 벌렸다. 배달, 핀테크, 콘텐츠, 유통 플랫폼 등은 지배사업자의 견제 없이 거대시장을 선점하며 약진해왔다.

제동이 걸리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돈맥경화가 심화되면서 혁신 성장과 변화를 논하던 벤처 시장은 숨죽인 듯 고요하다. VC들은 사후 관리에만 집중하면서 메쉬코리아, 왓챠, 오늘회처럼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기만 바란단다.

그러나 여전히 비작관적인 회사들도 있다. 투자금으로 활성이용자수를 높이려 마케팅에 소진하는 곳의 얘기도 들린다. 기존 주주들이라면 '구제'를 위한 후속투자를 해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캐시버닝으로 재무실적도 악화되는 데다 이슈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임수열 프립 대표는 음주운전으로 검찰 송치, 상장까지 한 원티드랩 이복기 대표는 직원 폭행 논란으로 사임했다.

과거엔 소위 망해가는, 폐업하는 스타트업은 VC가 떠안았다. 그러나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진일보한 부분이 있다. VC와 스타트업 모두 기업가치를 낮춰서라도 핵심 사업모델을 확보한 유관 스타트업에 인수시키는 이른바 볼트온 M&A가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의 열렬한 정책적 지원없이도 자생적으로 길을 개척해온 국내 B2B SaaS 기업들은 국내외에서 BEP를 달성하고 수익을 내고 있다.

돈맥경화 시대, 이제 스타트업 강령도 바꿔야 한다. 벤처시장의 바로미터인 실리콘밸리도 비용 절감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상황은 2년 이상 지속될거라 관측된다. 미국 VC 베세머 벤처파트너스는 이제 유니콘이 아닌 '켄타우로스'를 찾겠다고 선언했다.

비즈니스 펀더멘털에 뿌리는 둔 기업을 찾겠다는 것인데 기준이 명확하다. SaaS 기업 중 연간반복매출이 1억달러 이상인 곳이다. 냉혹해진 투자자 앞에 스타트업은 속도가 아닌 '효율'로 입증할 때다. 이후에 블리츠스케일링의 적기를 찾아야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번영하는 유일한 길은 변화의 불가피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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