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11월 29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상사업계의 상황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에너지·자원 개발 얘기다. 국내 주요 종합상사들은 높은 성장성을 감안해 수년 전 에너지 부문으로 눈을 돌렸고 여기에 맞춰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뒤 오늘날 이익을 챙기고 있다.실제로 짧은 기간에도 수익성은 비약적으로 커졌다. 예컨대 미얀마 가스전 판매 직전 해인 2013년 당시 약 1590억원 수준이던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영업이익은 이듬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 힘입어 영업이익 1조원 달성도 목전이다.
사실 종합상사 전체의 방향성이 이런 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본업인 트레이딩(중계무역) 외 분야가 더 부각되는 상황이다. 트레이딩은 매출 규모는 크지만 수익이 많이 나지 않아 한구석에선 아예 트레이딩을 구시대의 유물로 여기는 분위기도 읽힌다.
그런데 글로벌 공급난이 도래하면서 그 틀도 깨지는 듯하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올해에는 해외 네트워크 확대 노력부터 원가 절감 시도까지, 종합상사들의 트레이딩과 그 이면에 감춰졌던 성과들에도 주목이 쏠린다.
일단 트레이딩을 과거처럼 단순 수출 대행으로만 보기 어려워졌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승용부품 거래처를 러시아 주변국으로 발 빠르게 넓혀 큰 수익을 냈고, GS글로벌은 수출로 쌓은 네트워크를 활용해 그룹의 모빌리티 사업 진출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트레이딩 방식도 눈에 띈다. 삼성물산은 주요 품목을 해외에 판매하는 동시에 각 지역의 규모와 수요에 맞게 제품을 변형시키거나 따로 보관하기도 한다. 철강 코일 센터 운영, 현지 합작 투자 등 비즈니스 모델이 다변화된 트레이딩으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수익성 향상으로 나타났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트레이딩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앞선 3개사의 합산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인 4920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률은 1%대 중반 수준이다. 0%대에 머물던 과거에 비해 높아진 수치다.
해외 거점을 통한 종합상사들의 트레이딩 역량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각국이 중요 자산 확보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기업들도 이를 감안해 성장성 있는 2차전지 소재, 바이오디젤 등으로 취급 품목도 다양화하고 있다.
트레이딩은 여전히 종합상사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상사업계의 정체성이 최근 다시 주목받는 것이 반갑고도 흥미롭다. 앞으로의 트레이딩은 또 어떤 모습일지, 이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얼마나 더 달라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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