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인사이더스]"폴루스 파산, 바이오시밀러 후발주자에 부담 가중""1세대 개발 전략 한계, 원가 절감 외 독자 경쟁력 필요"
최은수 기자공개 2022-12-07 08:17:11
[편집자주]
제약바이오 업계를 리드하는 '핵심 관계자'를 모았다. 일명 바이오 인사이더스(insiders)다. 바이오텍 주요 임원 또는 벤처캐피탈 주요 심사역 등으로 구성된 이들이 시장의 관심사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더벨은 정식 인터뷰 등을 통해선 나올 수 없는 통찰력 있는 견해를 모아서 독자에게 전달키로 했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이름, 소속, 직책은 밝히지 않는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06일 09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2의 셀트리온'을 노리던 폴루스가 결국 파산했다. 폴루스는 국내외 주요 바이오텍 인사를 대거 포섭하고 설립한 지 1년 만인 2016년에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생산설비를 확충하는 과정에서 우회상장과 추가 자금조달 전략 등이 무위로 돌아가며 경영난에 부딪혔고 시제품 출시는 커녕 본임상조차 개시하지 못하고 무너졌다.시장에선 폴루스 파산 사태가 전체 바이오텍·바이오밀러 산업에 미칠 여파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이에 바이오시밀러 업체 및 관련 연구소 등에 몸담았거나 투자 경험이 있는 전문가 4인의 의견을 취합한 그 결과 폴루스는 무리하게 바이오시밀러 후발주자 전략을 펴다 몰락했고 이로 인해 다른 후발주자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이들은 바이오시밀러 시장 상황이 셀트리온의 첫 깃발을 꽂을 때와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성숙기에 들어선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대규모 자본력으로 사업을 밀어붙이는 단순 전략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후발주자들은 폴루스를 반면교사 삼아 좀 더 면밀한 수익 창출 계획을 세우고 독자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A: 대형 바이오텍 R&D 연구소장
B: 대형 제약사 IPR 담당, 벤처캐피탈 투자심사역 출신
C: 바이오 섹터 투자 C레벨, 엑셀러레이터
D: 비상장 바이오텍 CFO, 국내 증권사 PI 담당 출신
-폴루스 파산이 제약·바이오 업계에 미칠 파급력은
C: 시장에서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바이오벤처 가운데 파산 사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이 경직된 상황에서 악재가 더해지며 분위기가 더욱 위축된 느낌이다. 안 그래도 올해 하반기 대형 VC들은 일찌감치 북클로징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폴루스 파산 선고 사실이 알려지며 사실상 연말 펀딩 시장 문이 닫힌 모습이다.
D: 폴루스에 전환사채나 우선주 투자에 나섰던 기관투자자들은 상환 등으로 투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이미 2018년부터 감사의견 한정을 받아 기관 대상 후속 투자가 계속 불발됐다. 이에 공장 설립 자금 확충 목적의 3자 유증 역시 수 년 넘게 납입이 늦어지다 파산했다. 파산 직전 지분은 대부분 개인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B: 이번 폴루스 파산 사태가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불확실한 R&D를 지속하다간 '바이오텍도 정말 망한다'는 경종을 울렸다. 그간 대규모 자금 조달 이후 별 성과가 없는데도 IPO에 성공했거나 덩치를 키운 데 힘입어 사업을 연명하는 바이오텍, 특히 바이오시밀러 후발주자들이 적지 않다고 본다.
-폴루스가 몰락을 시작한 원인을 짚어본다면
B: 셀트리온이라는 확실한 성공 사례, 확실한 피어그룹이 있으니 이를 따라가겠다는 후발 주자 전략을 취했다. 그것만 해도 충분히 우회상장 성과가 나올 것이라 봤다. 셀트리온 또한 우회상장을 통해 코스닥을 거쳐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다. 전략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내실을 기하기보다 축배부터 먼저 든 느낌이다.
A: 폴루스는 설립과 함께 업계 주요 인사, R&D 인력을 높은 몸값에 스카웃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여기다 조달한 자금을 무리하게 화성 공장을 짓는 데 투입하면서 유동성 리스크에 부딪힌 게 패착이었다. 계획했던 우회상장이 실패로 돌아가 추가 자금 조달이 난항을 겪자 2018년부터 직원들 급여조차 지급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C: 폴루스는 '제2의 셀트리온'으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을 지속적으로 시장에 제시해왔다. 다만 투자금 규모나 맨파워에 걸맞은 사업 계획은 애초에 없었다고 봐야 한다. 시장과 기관투자자들은 폴루스가 공장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 전부터 추가 자금조달 계획을 내놓으라 했지만 돌아온 건 우회상장이 성공하면 해결된다는 식이었다.
-폴루스는 왜 무리하게 공장 확충부터 나섰나
D: 바이오시밀러 후발주자의 딜레마에 빠졌다. 폴루스는 본인보다 앞선 경쟁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장에 제시해야 했다. 셀트리온은 상용화를 마쳤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파이프라인 다각화를 내세웠다. 폴루스가 임상보다 대규모 퍼실리티 확충에 몰두하는 것은 그 당시엔 합리적 선택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A: 하지만 폴루스를 둘러싼 상황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업계 1위 셀트리온의 경우 경쟁사가 없었기도 했고 선두주자였던 만큼 폴루스가 설립될 당시에 이미 연간 천억원이 넘는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2위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든든한 모기업이 있으니 파이프라인 확장부터 공장 확충까지 차근차근 진행할 여유가 있었다.
C: 폴루스가 내세운 단백질 기반 1세대 바이오시밀러 개발 전략으론 투자자들을 일절 설득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먼저 단백질 바이오시밀러(Large molecule)가 셀트리온 등의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제치고 시장을 점유한단 보장이 없었다. 더욱이 항체의약품은 오리지널 약가가 비싸 시밀러로 가격 경쟁을 걸어 볼 여지라도 있지만 단백질의약품은 그렇지도 않았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후발주자들의 향후 전망은
B: 현재로선 대부분 후발주자들의 성장 전략이 폴루스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셀트리온과 마찬가지로 제조사와 유통사가 IPO에 나란히 입성한 프레스티지바이오는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원앤온리' 전략을 내세웠다. 그런데 이미 프레스티지바이오 앞에 5곳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경쟁사가 있다. 걸어갈 길은 원가 절감이 동반되는 자금력 싸움 뿐이다.
D: 폴루스를 포함한 국내 바이오시밀러 후발주자들이 제살깎기 경쟁에 들어설 경우 패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바이오시밀러 산업과 이커머스를 놓고 비교해 보고 싶다. 쿠팡이 후발주자인데도 결국 이커머스 시장을 지배하는 데 성공했지만 10년에 걸쳐 수조원을 투입했을 때야 독자적인 경쟁력이 만들어졌다.
A: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판권에 대한 5000억원 L/O를 성사한 삼천당제약 정도가 긍정적인 사례로 꼽힌다. 회사는 2019년 이후 부수적인 파이프라인 개발을 모두 중단하고 바이오시밀러에 올인했다. 점안제 등 안과 질환 특화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려왔던 자체 경쟁력을 더하면서 임상도 빨리 진행했고 결과 기대감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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