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투자 버거운 LG유플, '빼앗긴' 주파수 반가운 이유3조 규모 CAPEX, 영업현금으로 감당 부담…5G 28㎓ 할당취소에 투자의무 탈출
고진영 기자공개 2023-01-16 07:42:34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0일 16:14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약 5년 전 시작된 5G망 구축은 통신사들에 상당한 투자부담을 안겼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설비에 돈을 지출하면서 들쑥날쑥한 잉여현금흐름으로 근 10년을 시달렸다.2010년부터 2021년까지 잉여현금이 플러스였던 해는 절반이 채 못되는데, 그 탓에 차입규모 역시 7조원 수준으로 불었다. 5G 28㎓ 주파수 할당을 취소한 정부의 결정이 딱히 ‘벌’로 여겨지지 않는 이유다.
LG유플러스는 2010년대 초반 LTE(4G)망 투자에 들어가면서 설비투자(CAPEX) 규모가 2조원대까지 급격히 치솟았었다. 그러다 LTE 전국망 구축이 일단락된 2015년 이후론 투자부담이 다시 가벼워진다. 2010년 이후 쭉 마이너스(-)를 찍던 잉여현금흐름 역시 2015년엔 5년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현금흐름(NCF)에서 CAPEX와 배당금 지급액을 감산한 금액이다.
숨통을 돌린 것도 잠시, 2018년 하반기 5G망 투자가 본격화했다. 5G 관련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었던 초기에 투자만 늘어나면서 잉여현금은 2019년 다시 적자 전환한다. LG유플러스의 잉여현금흐름은 2019년 -4865억원, 2020년 -6022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CAPEX 규모를 보면 2015년 이후 4년간 1조원대였다가 2019년 2조5000억원을 넘겼고 이듬해부턴 연 2조9000억원대를 설비투자에 쓰고 있다.
잉여현금이 다시 적자를 벗어난 것은 수익성이 개선된 2021년이다. 당시 인건비 등 고정비는 늘었지만 코로나19 영향에 업계 전반적으로 5G 가입자 유치경쟁이 비교적 잠잠해지면서 마케팅비용을 아꼈다. 또 운전자본투자 폭까지 축소된 덕분에 LG유플러스는 2000억원이 조금 안되는 잉여현금을 남길 수 있었다. 지난해 9월 말의 경우 영업현금흐름이 개선되면서 잉여현금도 전년 동기(1306억원)의 4배가 넘는 5550억원을 기록했다.
차입금 규모 역시 비슷한 흐름으로 움직였다. 잉여현금을 창출하기 시작한 2015년부터 LG유플러스는 이 돈을 빚 상환에 투입했다. 덕분에 2014년 4조9157억원까지 확대됐던 연결 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을 2018년 3조원 밑으로 축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는 현금이 또 고갈된 2019년을 기점으로 차입금 규모는 증가세로 재전환한다. 더군다나 LG헬로비전 인수대금으로 약 8000억원이 나가면서 LG유플러스의 연결 총차입금은 2018년 2조9711억원에서 2019년 5조7716억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6000억원 규모였던 LG헬로비전 차입금이 연결로 편입된 영향도 있다.
2021년의 경우 잉여현금 창출에도 불구 차입금을 줄이지 못했다. 자사주 취득에 1000억원을 쓰는 등 추가적 지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가 돼서야 차입금 증가 폭이 하향세에 들어선다. 2022년 9월 말 기준 LG유플러스 총차입금은 전년 같은 기간(6조9065억원)과 비교해 소폭(3.2%) 줄어든 6조6889억원을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5G 28㎓ 대역의 주파수 할당이 취소된 것을 두고 업계에선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라고 보고 있다. 안그래도 투자에서 발을 빼고 싶었을텐데 되려 잘된 일이 아니냐는 얘기다. 정부는 LG유플러스와 KT를 상대로는 주파수 사용을 중단시키고 SK텔레콤에 대해선 사용기간 6개월 단축을 결정했다.
앞서 2018년 주파수 할당 시 부과된 조건에 따르면 통신3사는 내년까지 각각 1만5000대씩의 망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3사 모두 10분의 1 수준밖에 지키지 못한 상태다. LG유플러스의 경우 현재 1868대를 이행했다. 1만3000여대를 더 구축하려면 수조원을 더 지출해야 하는데 문제는 28㎓와 관련한 수익모델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데 있다.
통신사들이 취소 처분을 받은 그림이긴 해도, 사실상 달갑지 않은 투자 굴레를 탈출할 명분을 얻은 것과 다름 없는 셈이다. 실제로 LG유플러스를 비롯한 통신3사는 최종 처분 전 청문회에서 ‘송구함’을 전하면서도 정부의 취소 결정에 특별히 이견을 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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