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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융합의 경제]녹십자의 협업 키워드는 '희귀질환·신규모달리티'사업개발본부 산하 오픈이노베이션 팀 운영…R&D 부서와 협업 도모

홍숙 기자공개 2023-01-20 11:23:31

[편집자주]

제네릭(복제약) 위주의 사업을 펼치던 전통 제약회사가 오픈이노베이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단순 공동연구를 넘어 지분투자와 함께 파이프라인 도입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신약개발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국내 주요 전통 제약회사의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전략을 점검하고 성과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1월 19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녹십자는 국내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이 생소한 2010년대 초반부터 M&A 등 다양한 협업 전략을 구사했다. 2012년 이노셀을 인수하고 녹십자셀로 사명을 변경해 세포치료제 개발 역량을 강화했다. 이후 녹십자랩셀과 합병해 지씨셀을 출범시켰다. 여기에 2020년에는 국내 전자의무기록(EMR) 회사 유비케어를 인수해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했다.

녹십자 사업개발부 산하에는 오픈이노베이션팀을 운영 중이다. 이 팀을 통해 국내외 기업과의 기술이전 전략을 토대로 R&D 부서와 파이프라인 도입이나 공동연구 방향성을 구상한다.

그간 세포치료제 등 신약 기초연구를 수행하던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작년 11월 김선 소장을 영입하며 인공지능(AI) 신약개발 분야로 체질개선 중이다. AI와 관련한 국내 주요 연구소 및 기업과 협업하는 한편 자체 AI 신약개발 플랫폼을 개발해 회사의 희귀질환 신약개발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녹십자는 R&D 조직과 사업개발부서가 유기적으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구상한다.

◇녹십자 바이오텍 투자의 키맨 '길준일 상무'...신약·디지털헬스케어 공략

녹십자그룹은 2000년대 초반부터 바이오벤처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초기에는 전문 창업투자회사인 녹십자벤처투자를 계열사로 뒀다. 이후 2005년 녹십자벤처투자를 흡수합병하면서 벤처투자는 녹십자홀딩스 산하 사업부에서 관할하는 구도로 바뀌었다.

그룹에서는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가 주도적으로 벤처투자에 나선다. 제약 사업을 관할하는 녹십자가 신약개발 바이오텍에 주로 투자한다. 녹십자는 2011년 미국 신약개발 바이오텍인 마크로제닉스(MacroGenics)를 시작으로 국내 신약개발 바이오텍인 파멥신, 유바이오로직스, 노벨파마, 카나프테라퓨틱스, 사이러스테라퓨틱스 등에 투자했다.


특히 노벨파마와 사이러스테라퓨틱스와는 단순투자뿐만 아니라 공동연구를 수행하며 희귀질환과 신규 모달리티로 확장해 나서고 있다. 녹십자는 희귀의약품 전문 바이오벤처 노벨파마와 공동개발 중인 산필리포증후군 A형(MPS III A) 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소아질환의약품 지정(RPDD)을 받으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2021년에는 녹십자가 투자한 사이러스테라퓨틱스와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ARM(Antibody Recruiting Molecule)' 플랫폼을 활용한 항암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ARM은 외부에서 들어와 질환을 일으키는 항원과 체내에 존재하는 항체에 모두 결합하도록 설계된 항체유도물질이다.

시장 관계자는 "최근 녹십자는 단순 투자를 넘어 국내 바이오텍과 공동연구를 비롯한 파이프라인과 플랫폼 기술을 도입하는 협업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희귀질환을 중심으로 다양한 신규 모달리티로 확장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녹십자홀딩스는 디지털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적이다. 2017년 케어랩스(모바일 헬스케어 솔루션) 투자를 시작으로 두에이아이(AI 신약개발), 뷰노(AI 영상판독), 휴먼스케이프(희귀질환 디지털 플랫폼), 이모코그(디지털치료기기) 등에 투자했다.

녹십자홀딩스에서 투자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인물은 길준일 전략기획부문 미래전략실장(상무)다. 길 실장은 서강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생명공학원에서 이학 석사학위를, 경영전문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마크로젠, 대웅제약 등에서 연구기획 업무를, 보스톤창업투자, 산은캐피탈, NHN인베스트먼트 등에서 벤처투자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2012년부터 두드린 희귀질환...오픈이노베이션 성과로 자리매김

2012년 녹십자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희귀질환인 헌터증후군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 헌터증후군 치료제인 ‘헌터라제’의 시장 출시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해 치료 환경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최근 중국(IV제형)과 일본(ICV제형)에서 연달아 품목허가 승인을 받으며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회사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희귀질한 치료제 개발에 더욱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정재욱 녹십자 RED 본부장은 작년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기존에 해 오던 재조합단백질 기반으로 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여기에 차세대 플랫폼으로 mRNA과 ARM으로 모달리티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녹십자는 미국과 일본의 산·학과 총 3건의 희귀질환 관련 계약을 진행했다. 작년 2월 녹십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알라질 증후군(ALGS)을 적응증으로 ‘마라릭시뱃(Maralixibat)’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마라릭시뱃'은 미국 미럼 파마슈티컬스의 소아 희귀간질환 신약이다. 지난해 7월 GC녹십자가 국내 개발 및 상용화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물질이다.

마라릭시뱃은 2021년 9월 미국 FDA로부터 ALGS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전 세계적으로 ALGS과 BA에 대해서는 간이식 외 허가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회사측은 ALGS을 시작으로 세 가지 적응증에 대한 순차적인 국내 승인을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유전성 신경퇴행 질환에 대한 두가지 공동 연구 및 개발 계약도 맺었다. 미국 스페라젠과는 숙신알데히드 탈수소효소 결핍증(SSADHD)에 대한 혁신신약(First-in-Class) 치료제 개발을 추진한다. SSADHD는 유전자 결함에 따른 체내 효소 부족으로 인한 희귀질환이다.

해당 계약을 통해 GC녹십자는 스페라젠으로부터 SSADHD 단백질 생산 관련 특허 권리를 부여 받았다. 스페라젠은 미국 현지에서 FDA의 맞춤형 약물 개발 회의 절차 및 신규 환자 확보를 위한 신생아 스크리닝 과정을 맡는다.

또 지난해 GC녹십자는 일본 돗토리대학교와 GM1 강글리오시드증의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GM1 강글리오시드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신규 후보 물질 발굴을 목표로 협력한다. 임상시험부터는 GC녹십자가 단독으로 진행해 추후 글로벌 상업화까지 도전할 계획이다.

GC녹십자가 지속적으로 이 분야에 집중하는 이유는 희귀의약품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이 시장은 First in class 약물 개발 시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이 어렵고, 국가별 희귀의약품 개발에 대한 지원책이 다수 존재해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다. FDA는 세금 감면, 허가신청 비용 면제 등 희귀의약품의 신속한 승인을 위한 유리한 규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발맞춰 허은철 녹십자 대표는 2019년 백신, 혈액제제와 함께 희귀의약품을 R&D 3대 과제로 설정했다. 허 대표는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RED(Research & Early Development) 본부를 활용해 이 분야 확장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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