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1월 26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소액주주들이 주총 때마다 와서 배당하라고 아주 난리여서 난감합니다"한 코스닥 상장사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정기 주총을 앞두고 내뱉은 볼멘소리다. 충분히 실적을 내고 잉여금도 쌓였는데 배당을 하지 않자 주주들의 불만이 빗발치고 있단 얘기다. 여기서 두 가지 흥미로운 포인트는 주주들의 직접적인 요구가 기업에 고민거리가 된다는 점, 배당을 요구하는 주주가 소액주주라는 점이다.
주주의 배당 요구는 정당한 권리행위다. 복잡한 논쟁거리를 차치하고서라도 배당이 대표적인 '주주가치환원', '주주친화' 정책으로 분류되는 것을 보면 그것이 장려할 만한 성격의 기업행위임을 알 수 있다. 주주가 주주권을 활용해 기업에 장려할 만한 일을 하라고 권하는 것이니 기업도 침묵으로 일관할 수만은 없는 셈이다.
하지만 배당을 시행하지 않는 기업을 '나쁜 기업'으로 매도할 수 있을까. 배당엔 두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하나는 빚과 이자를 갚고서도 현금흐름에 여유가 있는지, 또 다른 하나는 배당이 아닌 투자를 택할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올리기 어렵다는 게 빤히 보이는지다. 무배당 정책을 고수하는 코스닥 기업들은 주주들이 두 번째 조건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울며 겨자먹기로 배당정책을 발표한 모 상장사의 사례가 그렇다. 경기변동성에 민감한 사업을 영위하는 이 기업은 코로나19 전후로 대규모 캐파(생산능력) 투자 타이밍을 재며 몇년간 이익잉여금을 유보해왔다. 이를 못마땅해한 주주들의 항의가 지속되자 백기를 들었다. ROE(자기자본이익률)가 20%에 달하는 데다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환원을 실행했다고 설득해도 통하지 않았단 후문이다.
주식시장 큰 손들이 꼭 배당주를 선호하진 않는 이유도 '투자'와 연결돼 있다. 금융주 등 높은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하는 곳들은 대체로 성장주가 아니다. 매년 현금은 쌓이고 마땅히 투자할 곳은 없으며 자사주를 사기엔 값비싸니 배당으로 주주환원을 실천할 뿐이다. 좋은 투자 기회를 찾지 못한단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성장이 정체됐단 뜻이다.
코스닥만큼 '배당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하는 시장도 드물다. 배당도 잘하고 좋은 기회가 있으면 투자도 과감히 집행하는 게 베스트지만, 그럴만한 현금창출력을 지닌 코스닥 상장사는 흔치 않다. 주주들이 무배당 정책을 고수하는 기업에 돌을 던지기 전에 투자 시계를 지체시키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물론 배당과 더불어 성장을 위한 시도도 하지 않는 기업들은 여기서 논할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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