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2월 13일 07: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챗GPT 얘기를 처음 들은 건 올해 초 한 대학병원 교수를 통해서였다. 새로 나온 영어시험인가 싶었는데 대화형 AI 챗봇이란다. 해외 유명 로스쿨, MBA 뿐만 아니라 의사 시험에도 합격했다고 하니 범상치 않은 건 분명하다. 두 달만에 1억명의 가입자가 몰린 건 우연이 아닐 테다. 글로벌 IT 회사들의 경쟁도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기존 AI가 그럴듯한 답변을 기계적으로 내놓는 것과는 분명 달랐다.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에 충격을 받은게 5년 전이었는데 그동안 상당한 진보를 이룬 듯 하다. 아직 잘못된 정보도 있고 출처 이슈 등도 있지만 계속 해결해 나가고 있다. 스스로 학습하며 정보를 업데이트한다. 인공지능(AI)의 본질이 그렇다.

기자에 챗GPT를 알려준 의대 교수는 ‘몸빵’하는 의사만이 살아날 수 있다고 했다. ‘칼잡이’인 외과의사는 수술 등을 통해 환자를 직접 치료할 수 있다. 챗GPT로선 접근이 어려운 영역이다. 반면 내과의사는 내복약으로 병을 치료한다. 환자에 내리는 진단은 챗GPT도 가능하다고 하니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젊은 의사를 중심으로 불안감을 토로한다고 했다.

밥벌이를 걱정하는 건 의사만이 아니다. 어쩌면 ‘몸빵’을 하지 않는 전문직들은 다 비슷할 수 있다. 챗GPT의 코딩 실력은 웬만한 프로그래머를 위협하는 수준이며 각종 법률 자문 서비스도 대체가능해 보인다. 하물며 대통령이 챗GPT에 신년사 원고를 맡길 정도니. 지식노동자의 삶이 종말을 맞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분위기가 싸늘한 건 언론계도 마찬가지다. 기자들이 세상에 없던 내용을 취재해 기사를 쓰면 모를까, 기존 기사 또는 공개된 누군가(특히 인플루언서)의 의견이나 생각을 그대로 가져온 콘텐츠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팩트를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기자가 챗GPT에 우위를 보이긴 어렵다. 단순 보도자료를 정리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누군가는 칼럼 등 주관적 가치를 담은 콘텐츠로 승부하면 되지 않겠냐고 얘기할 수 있겠다. 하지만 챗GPT는 사안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의견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정교하게. 시, 논문 작성도 가능하다는데 이 정도는 큰 일이 아닐 테다. 관련 기업 데이터를 학습시키면 IPO 예상 밸류에이션이나 재무 여력 등에 대한 해설 기사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일부 발빠른(?) 기자들은 챗GPT를 통한 '기사 대리 작성'부터 고민했는지도 모르겠다. 대학생들이 ChatGPT로 숙제를 하고 시험을 치는 것처럼 말이다. 취재한 데이터를 입력만 하면 챗GPT가 기사를 써주는 꼴이다. 맞춤법부터 팩트 체크까지 기자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 등의 문제도 해결 가능하다. 인터뷰만 해도 인터뷰이(interviewee)에 대한 사전 정보 입력 후 질문지부터 알아서 척척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의 한 인터넷매체는 챗GPT를 도입해 맞춤형 콘텐츠 제작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한 후 주가가 급등했다.

SNS 망에서 한 인플루언서는 직업적 글쓰기를 하는 사람의 95%는 3년 내에 지금과는 다른 일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결국 업종을 넘나들며, 고도의 하이브리드(hybrid)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지식전문가만이 살아남지 않을까. 이래저래 밥 벌어 먹기 힘든 세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