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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툴리눔 균주 논란]해묵은 출처와 유래 논란, 예상 깬 법정 판결로 재점화①메디톡스, 전 업권 '확전' 선언… 당국 균주 관리·감독 강화 움직임도 '주목'

최은수 기자공개 2023-02-16 12:58:59

[편집자주]

보툴리누스균이 만드는 독 중의 독. 보툴리눔 톡신의 핵심인 균주를 둘러싼 논란이 전환점을 맞았다. 당초 대부분의 업체들은 영업 기밀을 이유로 균주 출처 비공개 기조를 이어왔다. 이들은 국내 1호 업체 메디톡스의 문제 제기에 대해 시장을 뺏긴 '원조의 몽니'로 여겼다. 그런데 대웅제약과의 민사 판결은 이들로 하여금 새로운 대응 전략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톡신 제조사의 균주 출처 관련 리스크와 각사별 대응 전략, 향후 행보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15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업계에서 해묵은 이슈로 치부되던 균주 출처 논란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민사(1심) 결과로 인해 업계 전방위로 전이될 조짐이다. 메디톡스는 해당 판결을 토대로 적극적인 확전 의지를 나타내면서 관련 업계엔 벌써부터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앞서 판결을 기점으로 당초 메디톡스, 대웅제약의 법적 분쟁과 거리두기를 해 온 다른 국내 업체들도 균주에 대한 '적법한 출처와 유래'를 입증해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각 업체들에겐 질병관리청이 보툴리눔 균주와 같은 고위험 병원체에 대한 관리 감독을 대폭 강화하는 개정 감염병예방법 입안에 나선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7년 공방 '균주 도용 피해' 인정받은 메디톡스, 추가 공론화 예고

메디톡스는 이달 10일 내려진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을 통해 대웅제약과 2016년부터 이어져 온 균주 도용 논란에서 한 발 우위에 섰다. 이번 국내 민사 판결은 메디톡스가 영업 기밀을 침해받은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균주 출처는 대웅제약의 손을 들어줬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대웅제약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국내 형사 결과를 뒤집었다.

세부적으로 재판부는 양사 분쟁에 대한 판단 결과로 나보타를 포함한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제조 및 판매를 금지했다. 손해배상금, 균주 인도부터 기 생산된 독소 제제의 폐기할 것을 선고하는 등 메디톡스의 주장 대부분을 인용했다. 이는 추후 기술 도용 의심을 해결하지 못한 국내 업체에 대한 처분 수위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1호 기업인 메디톡스는 지속적으로 국내 경쟁사의 균주 출처와 유래(오리지널리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왔다. 여기에 이번 민사 판결이 더해지면서 보다 많은 업체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설 교두보가 마련됐다.


메디톡스가 지속적으로 국내 타 업체에 대한 확전을 시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톡신 제품을 공급·판매하는 업체 중 대부분이 균주 출처의 매조지를 못한 것과 관련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만 총 11개의 업체가 보툴리눔 톡신 제품에 대한 국내·수출 품목허가를 획득했지만 이 중 균주 출처, 유전체 계통 분석을 통해 유래를 밝힌 곳은 극소수"라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많은 균주가 발견되고, 사업에 뛰어든 업체가 많은데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균주 허가제' 활용 사업 문턱 넘은 업체들부터 대응 마련 전망

국내에서만 유독 많은 업체들이 난립했던 대표적인 이유는 각자 보유한 균주를 '신고'만 해도 톡신 사업 문턱을 넘을 수 있었기 때문으로 꼽힌다. 그런데 추후 국회에 발의된 감염병예방법이 개정되면 '균주 허가제'로 운영될 공산이 크다.

현재까지 국내 보툴리눔 톡신 관리 체계를 지탱한 신고제는 허가당국의 판단과 실사, 개입 없이 균주 이용을 가능하게 했다. 토양 등 검체로부터 균주 동정(분리), 이동, 보존 현황 등을 질병관리청에 신고하기만 하면 연구개발과 사업에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다.

정부가 업체 측이 제출한 서류, 검체 출처를 면밀하게 검수해 오지 않은 만큼 그간 허술한 관리 체계는 지속적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보툴리눔 톡신을 포함한 균주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법안은 이번 국회 회기에도 발의된 상태다.

해당 법안은 산업 피해 및 과도한 규제 등을 이유로 수 년간 보건복지위원회 법안 심사소위를 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법 개정을 주장했던 메디톡스가 승소하며 이 장벽을 넘어설 근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현재 법안소위에 상정을 앞둔 감염법예방법 개정안에 따르면 질병청은 제출된 병원체·균주를 토대로 유전자 정보 등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다. 더불어 허가를 받은 자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은 경우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톡신 업계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소급 적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단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사례 외에도 전 업권에서 맹독을 내뿜는 균주 관리가 미흡했다는 점을 들어, 개정안 시행 전에 병원체를 취급한 기관 및 업체들도 신설된 결격사유의 잣대 앞에 서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전 업권,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법률 리스크 속으로

기존엔 사업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규제 강화와 법 개정을 반대한 업체들의 목소리가 더 힘을 얻었다. 특히 지나치게 소송이 장기화한 점은 당사자인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외에 업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다만 이번 법원 판결에 따라 각 업체들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해질 전망이다.

메디톡스 또한 이번 민사 승소가 없었다면 소모적 논란 끝에 시장 경쟁력을 저해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웠다. 회사는 글로벌 1위로 손꼽히는 엘러간의 국내 시장점유율을 가장 먼저 앞지른 업체다. 그러나 법적 분쟁에 장기간 몰입한 사이 경쟁사였던 대웅제약, 휴젤 등은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주요 국가로 치고 나가 시장을 선점했다.

또 분쟁이 격화하는 동안 보툴리눔 톡신 원조 제품 '보톡스' 제조사 엘러간과의 파트너십은 석연찮은 이유로 무산됐다. 세부적으로 2013년 말 L/O한 액상형 파이프라인(MT-10109L)을 8년 만에 개발 성과 없이 권리를 반환받았다. 업계에선 메디톡스가 대웅제약과 법적 대응에 몰입하다 빅파마의 '기술 죽이기'에 당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는다.

기술 죽이기는 빅파마가 독점 시장을 위협할 경쟁사의 특허를 공격해 개발을 멈추게 하거나 지적재산권을 확보한 뒤 고의로 개발을 지연시키고, 자사 경쟁 제품은 먼저 시장에 내놓는 사업 개발 전략이다. 엘러간은 2018년 메디톡스의 MT-10109L과 유사한 액상형 프리필드 실린지(Pre-filled Syringe) 제형을 자체 개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1심 민사 판결에서 메디톡스의 승소는 업계 예상을 깨고 직접적으로 대웅제약의 나보타 제조 및 판매에 영향을 주는 구조"라며 "더불어 균주 출처가 분명치 않은 경쟁사 제품의 제조 및 판매에도 직격탄을 줄 수 있는 만큼 각사들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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