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2월 21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물가 안정을 위해 '공공재 성격이 강한' 통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자 SK텔레콤 주가가 뚝 떨어졌다. 앞서 챗GPT가 촉발한 AI 열풍을 타고 코난테크놀로지 주가가 치솟는 동안 이를 인수한 SK텔레콤이 시장에서 소외된 것과는 달랐다. SK텔레콤은 아직 AI 컴퍼니가 아닌 통신사로 여겨지는 듯하다.인적분할 이후 SK텔레콤은 'SKT 2.0' 비전을 공표했다. 유무선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는 초연결 기술에 AI를 더해 고객을 이롭게 하는 AI 컴퍼니라고 자사를 소개한다. 단순 '탈통신'이 아니라 수십년간 쌓아온 통신 역량을 AI와 결합해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편견에서 벗어나야 변화를 제대로 읽어낼 수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해 CEO 칼럼을 통해 "향후 10년의 성장 스토리는 통신업을 재정의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AI 대전환"임을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 역시 SK텔레콤 미등기 임원에 보임하며 AI 컴퍼니 전환의 조력자를 자처할 만큼 경영진의 의지가 남다르다.
2018년부터 꾸준히 언어모델을 개발해 가시적인 결과물도 내놨다. 지난해 5월 한국어판의 거대언어모델(GPT-3) 기반 AI 서비스 '에이닷(A.)'을 선보였다. 챗GPT보다도 먼저 상용화에 성공했다. 귀여운 캐릭터를 앞세워 여타 차가운 AI와 다른, 일상의 디지털 메이트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에이닷의 지향점은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나 '그녀(Her)'의 '사만다'처럼 감성까지 아우르는 개인화된 AI 비서에 가깝다. 당장은 대화 상대와 무관하게 똑같이 반응하지만 각각의 고객에게 최적화된 모델을 학습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외에 사물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사람과 컴퓨터 시스템의 소통 방식이 대화로 바뀌는 때가 오면 영화 속 상상은 현실이 될 것이다.
그러면 SK텔레콤이 AI 헤게모니 다툼에서 승산이 있을까. AI를 이론적인 환경에서 개발하는 것과 실제 서비스에 반영하는 건 천지 차이다. 지금도 에이닷은 고객 피드백을 토대로 실용적인 언어 모델로 개선되고 있다. 아울러 윤리 문제도 고려해 언어학 전공자들을 모아 정치, 젠더 등 이슈에 편향되지 않고 공정하게 답할 수 있게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있다.
SK그룹 내 시너지도 강력한 경쟁력이다. 사피온, SK하이닉스 등 하드웨어를 담당할 AI 반도체 밸류체인을 확보했고 콘텐츠웨이브, 티맵모빌리티 등 서비스도 연동한다. 에이닷을 통해 '넥스트 인터넷' 시대로 향하는 관문을 선점하겠다는 포부가 과하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그럼에도 편견에 가로막혀 SK텔레콤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AI 산업을 키우겠다던 정부는 통신 시장 경쟁 프레임에 갇혀 제4 이동통신사를 들먹이거나 요금제 인하를 압박할 뿐이다. 언제쯤 알까, 그들 생각에는 영원히 변치 않는 통신사가 어느덧 AI 컴퍼니로 거듭났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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