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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모바일 승부수]SCM전략 어디로…애플 팀쿡과는 '다른 길'⑪MX사업부 구매전략그룹, 전략 핸들링…매주 모니터링, 국가별 유연 대응

손현지 기자공개 2023-03-02 12:46:26

[편집자주]

삼성전자의 모바일 업력은 자그마치 40년이다. 그 긴 역사 속에서 '애니콜', '갤럭시' 등 글로벌이 열광하는 대중적 브랜드가 탄생했다. 최근 삼성 모바일 조직은 이전과는 다른 미션에 맞닥뜨렸다. 대외적으로는 애플, 샤오미, 오포, 구글 등 경쟁자들의 거센 추격을 견뎌야 하며 내부적으론 생활가전·네트워크 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도 떠안았다. 삼성의 최근 제품 혁신, 키맨전략, 글로벌 전략 변화들을 짚고 경쟁력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2월 28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4분기 (중국) 공급망 타격으로 생산에 차질이 생기지 않았다면 아이폰14프로, 아이폰 프로맥스14 판매는 성장 기조를 이어갔을 것이다."

애플이 4년 만에 역성장했다. 지난 2일 열린 애플의 컨퍼런스콜에서 팀 쿡(Tim Cook) 대표(CEO)는 매출하락 결과를 담담히 인정하면서, 그 배경과 관련해선 공급망 이슈를 콕 집었다.

팀 쿡의 발언에 이목이 집중되는 건 그가 업계에서 내로라 하는 '공급망 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 대가여서다. 그도 예상을 못했을 정도로 스마트폰 시장의 공급망 이슈가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스마트폰 시장의 출하량 감소 추세를 논할 때 각사의 공급망 전략을 비교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X사업부 역시 SCM 전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초에는 전담 조직까지 신설해 대외적 변수 모니터링에 주력하고 있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소비위축 기조를 손 놓고 두고만 볼 순 없었기 때문이다. 공급망에 급격한 변화를 두기 보단 국가별로 시장 상황에 맞게 부품 구매 전략을 짰다.

◇아이폰14프로 판매 부진은 중국 쇼크 때문?

SCM이란 원료 구매부터, 제품 생산, 고객 전달까지의 모든 과정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히 기업의 매출을 극대화하는 효과를 넘어서 기업의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중요한 경영전략 중 하나다.

단적인 예시가 애플이다. 무려 25년 전 애플이 파산 위기에 놓였을 때다. 스티브잡스 당시 애플 대표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SCM부터 고쳐잡기로 했다. 세계 1위 PC회사였던 컴팩에서 '자재' 관리를 담당하고 있던 팀 쿡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이전에도 IBM, 인텔리전트 일렉트로닉스 등을 거치며 제조와 유통 프로세스 중간에서 운영 책임 업무 노하우를 쌓았던 점을 높게 평가했다.

팀 쿡이 이적할 당시 당시 애플 실적 악화의 주범은 악성 재고였다. 애플의 재고는 무려 70일분이 넘도록 창고에 방치돼 있었다. 재고는 기업 활동에서 판매를 통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지만, 제때 팔리지 않을 경우 가치는 나날이 줄어 결국 손실로 돌아온다. 재고자산 관리 효율성은 기업의 주요 활동성 지표로 여겨지는 이유다.

이를 본 팀 쿡은 효율적으로 공급망을 조절하기 시작했다. 100개였던 부품 공급회사는 20개로 축소했다. 가동률이 들쭉날쭉했던 자체 공정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생산은 폭스콘 등 외부 업체에 위탁체제로 돌렸다. 그로부터 2년 뒤, 재고회수일자는 평균 10일로 대폭 개선됐다. 애플의 전직 임원은 "잡스가 혁신 제품 개발을 이끌었다면, 쿡은 회사를 현금 더미로 만든 사람"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팀 쿡의 SCM이 빛을 발한 건 공급망의 '선택과 집중' 덕이다. 다수의 메모리 업체 보다는 한 메모리 업체와 선급 지급 방식의 거래를 해, 대량의 메모리를 저렴하게 공급받는 식이다. 애플은 지금까지도 이러한 방식으로 이윤을 내고 있는 것을 알려진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엄청난 현금을 보유한 회사로 거듭난 비결이기도 하다.
*출처=애플
하지만 올들어선 재고관리를 잘하는 팀 쿡 대표도 예견하지 못했던 '공급망 리스크'가 발생했다. 바로 중국 락다운 조치다. 중국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작년 11월 현지 전역을 봉쇄했는데 이로 인해 아이폰14 고가 모델을 생산하는 정저우 공장도 문을 닫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국 정부의 코로나 정책과 폭스콘의 처우에 불만을 품은 근로자들이 유혈 시위를 벌이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중국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됐다면 오히려 매출이 증가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아이폰14 프로 등은 공급제약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와 이탈리아, 스페인, 인도와 베트남 등에서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삼성 구매전략그룹 역할은? '대외변수 대응 조력자'

삼성전자 MX사업부 대외적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일찍이 관리 프로세스를 가동했다. 작년 초부터 사업부 내 '구매전략그룹'을 신설했다. 그룹장은 공식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MX사업부 구매팀은 이우섭 부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어 관련 업무도 관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해당 조직은 매주 '국가별'로 정책변화를 파악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반도체와 원자재 공급망에 변화 사항도 모니터링한다. 변화가 있을 때마다 여러 연관부서에 전달해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조력자 역할을 수행한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 사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역별 등 시장 상황을 감안해서 부품을 구입하고 있다"며 "예컨대 미국에선 달러 베이스로 구입하기 때문에 환율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그외 유럽 등 다른 통화 지역에선 또 다른 부품 공급망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MX사업부가 구매전략그룹을 꾸리며 대응에 나선건 재고 물량이 평소보다 더 불어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DX부문의 작년 3분기 재고자산은 22조3784억원에서 27조974억원으로 21% 늘었으며 특히 수익과 직결되는 완제품(제품 및 상품) 비중이 컸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생산라인 가동률을 작년 1분기 81.0%에서 2분기 70.2%로 각각 낮췄다.

최근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작년 글로벌 스마트폰 세트업계에서 총 12억1000만대의 스마트폰이 출하됐다. 이는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숫자다. 가뜩이나 원자재 가격 인상과 물류난까지 겹친 탓에 실적방어를 위해서 더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애플과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재고를 털어내는데 주력해야 했다.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모바일과 가전을 합친 DX 부문만 놓고 보면 42조7100억원이다. 해당기간 애플이 아이폰으로만 657억8000만달러(약 81조원) 매출을 올린 것과 비교해 40조원 가량 차이가 난다.

삼성 MX사업부는 향후 '플래그십' 위주로 출하량을 늘리겠다는 방향성을 정했다. 지난 4분기 부진한 실적 성적표의 주 원인은 '중저가' 라인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였다. 갤럭시S, Z 시리즈, 그 중에서도 프리미엄 울트라 제품들은 어려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선전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 전체 스마트폰 중 프리미엄 제품 비율은 27%로 2020년(23%)에 비해 4%포인트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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