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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G파트너스의 티젠 '소확행 PMI' [thebell desk]

박창현 M&A부장공개 2023-03-16 08:11:09

이 기사는 2023년 03월 15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땅끝마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고향은 해남 내에서도 촌동네였다. 10리 떨어진 초등학교에 가기 위해 8살 아이가 6시 40분 첫차를 타야했다. 해남 13개 면 가운데 유일하게 중국집이 없던 벽지였다. SBS 채널을 보기 위해 읍내 외갓집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비디오 가게 한번 가는 게 일주일 소원이었던 아이들이 살던 마을이었다.

부모님 모두 해남 토박이들이다. 평생을 살면서 인수합병(M&A), 사모투자펀드(PEF), 투자은행(IB), 인수 후 통합(PMI) 같은 말들을 들어보시기나 하셨을까.

하지만 이번 설에 고향 집을 방문했을 때 깜짝 놀랄 말을 들었다. 어머니께서 VIG파트너스와 티젠을 대화 주제로 꺼내셨다. 티젠은 고향에 위치한 유일한 사업체나 다름없다. 티젠은 해남 유기농 다원을 운영하면서 직접 재료를 조달한다. 적지 않은 동네 주민들이 거기서 소일거리를 하신다.

요지는 이렇다. 서울 사람들이 내려와서 회사 운영을 새롭게 하는데 동네 사람들이 아주 좋아한다는 말씀이셨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해주길래 경계심 많은 시골 양반들이 마음을 열었을까.

참으로 구체적이고 일상과 맞닿아있는 변화들이 VIG파트너스 인수 후 티젠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먼저 티젠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이번에 설 명절비를 받았다고 부러워하셨다. 그뿐이 아니다. 두 손 가득 선물도 받으셨단다. 앞선 여름에는 휴가비까지 나왔다. 어머니는 '선물', '휴가비'란 단어를 힘주어 말씀하셨다(아들에게 하신 말씀일수도).

어머니는 2절도 풀어 놓으셨다. 과거에는 직원들이 간식비를 각출해서 모았는데 이제 회사에서 직접 간식을 구매해 제공하기로 했단다. 단돈 몇천 원이지만 오히려 시골 사람들보다 인심이 낫다고 하셨다. 여기에 진입로 포장 공사를 해서 다른 차들도 오가기 편해지셨단다. 조용한 시골 마을에 좋은 변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PEF들은 '기업 사냥꾼' 이미지가 강했다. 중장기 비전보다는 비용 절감에 혈안이 된 듯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숫자를 이쁘게 만들면 만들수록 더 비싼 값에 회사를 팔 수 있기 때문이다. PEF가 산 기업은 고강도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고, 사람들이 잘려 나간다는 인식이 생긴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표본이 쌓이면서 PEF가 구조조정 방식의 밸류업 전략만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실제 세상에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PE 하우스들이 있고, 제각기 다른 주특기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있다. 오히려 요즘에는 ESG 이슈 때문에 PEF들이 고용 안정과 사회적 책무에 더 엄격한 모습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티젠 역시 그 같은 사례가 아닐까 싶다.

오랜 기간 M&A 기사를 썼고 PMI를 입에 올렸지만 고향집에서의 일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PEF와 M&A, PMI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가깝게 다가 왔는지를 실감했다. 말이 길어졌지만, 우리 고향 마을이, 동네 주민들이, 우리 부모님이 조금은 더 행복해져서 다행이다. VIG파트너스가 그 역할을 했다. 언제가 티젠을 팔고 나가겠지만 새로운 짝을 정해주는 일까지 제대로 하고 나갔으면 한다. 좋은 중매쟁이가 됐으면 좋겠다. 이 소소한 행복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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