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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인터내셔널을 움직이는 사람들]마케팅 전문가 정탁, '대우맨'에서 '포스코맨'이 되기까지ⓛ대우그룹 출신으로 포스코와 합병으로 합류...최초·파격 인사 주인공

정명섭 기자공개 2023-03-30 09:23:32

[편집자주]

2023년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포스코에너지와 공식 합병해 통합 법인으로 출발하는 원년이다. 이번 합병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국내에서 11번째로 매출(연 41조7000억원)이 큰 기업으로 거듭났다. 합병 후 액화천연가스(LNG) 탐사부터 생산(E&P), 저장, 발전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을 확보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신재생 에너지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종합상사를 넘어 에너지와 식량, 부품소재 등을 아우르는 종합 사업회사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더벨은 회사의 체질 변화를 이끌 주요 인물들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0일 16: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일 인천 연수구 포스코인터내셔널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 작년 12월 포스코 연말 사장단 인사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 통합법인의 초대 대표이사로 내정된 정탁 부회장(사진)이 이변없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대우그룹 출신인 정 부회장은 순혈주의가 강한 포스코에서 마케팅 전문가이자 외부 출신 인재 중 처음으로 사장자리까지 오른 인물로 잘 알려졌다. 그런 점에서 그의 인사에는 늘 '최초', '파격', '깜짝' 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었다.

◇대우서 철강무역으로 포스코와 첫 인연

정 부회장은 1959년생으로 한국외국어대에서 아랍어를 전공했다. 그의 첫 직장은 포스코가 아닌 대우그룹이었다. 당시 그는 대우그룹의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인 대우인터내셔널에서 철강무역 업무를 담당했다. 철강·금속 수출입은 대우인터내셔널 전체 매출액의 약 59%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다.

포스코와는 당시 고객사로 만난 게 첫 인연이다.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의 철강 무역 중 포스코 물량은 매출원가의 22~25%를 차지했다. 담당 품목은 냉연 제품이었는데 포스코 담당자들과 관계를 잘 구축해 안정적으로 포스코 물량을 확보해왔다는 평판을 받았다.


2010년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서 정 부회장과 포스코와 인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철강 트레이딩 업무 경험이 바탕이 돼 대우인터내셔널에서 쿠알라룸푸르 지사장(2009년)을 지낸 후에도 열연본부장, 금속본부장(상무)을 맡았고, 2012년에는 포스코로 자리를 옮겨 해외마케팅실장(상무)을 역임했다. 2007년 이후 포스코에선 계열사 간 인사 교류가 활발했다.

유능한 부장들을 계열사 임원으로 보냈다가 성과를 증명한 인재에게 다시 포스코로 불러 핵심 요직을 맡기는 ‘U턴형’ 인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내·외부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기용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한다는 목표 하에 추진된 인사전략이다. 정 부회장이 대우인터내셔널 근무 당시 포스코와 구축해온 관계가 이때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정 부회장은 포스코로 이동한 후에도 승승장구했다. 포스코가 월드 프리미엄 제품과 솔루션을 앞세운 2014년에 에너지조선마케팅실장(전무)을 맡아 실적 향상을 주도했다. 이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마케팅 전략은 포스코가 글로벌 철강사로 입지를 굳히는 데 기여했다.

정 부회장이 다시 한 번 주목받는 건 2018년 부사장 승진과 함께 철강사업본부장을 역임할 때다. 외부 출신이 부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처음인데다 철강사업본부장은 포스코 내에서 철강사업 출신들이 맡는 자리를 그가 차지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당시 마케팅 조직이 철강사업본부 산하에 있었다. 또한 당시 인사는 후계자 육성과 경영자 훈련과 연관이 있었다는 점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에 올라다는 의미이기도 했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2021년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사장에 함께 승진한 김학동 철강부문장(현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전중선 글로벌인프라부문장(현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사)과 달리 유일한 외부·상사 출신이었다. 특히 그동안 마케팅 출신이 사장으로 승진한 사례가 없어 ‘깜짝 인사’라는 평가도 있었다. 당시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을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 부회장이 최 회장 체제에서 손발을 맞출 핵심 인물로 승진했다는 건 그만큼 깊은 신뢰가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조직 통합·위기 극복에 에너지 기업으로 체질 변화까지 잡아야

정 부회장은 작년 말 인사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 통합법인의 초대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올해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돼 안정 속에서도 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을 위한 인사에 초점을 맞춘 인사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에서의 실무 경험과 포스코 대표를 역임하며 얻은 경험이 합병 이후의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깔려있다.

남은 과제는 회사의 공언대로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발을 넓힐 수 있을지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상사 부문보다 에너지 부문에 중점을 두고 체질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에너지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높고, 주요 기업의 수출 역량이 높아지고 기업들이 무역금융을 줄이면서 종합상사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합병 후 처음 발표한 투자도 에너지 부문와 관련한 계획이었다. 당시 회사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에너지 부문에 3조8000억원을 투자하고, 탐사부터 생산, 저장, 발전에 이르는 LNG 밸류체인을 통합해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E&P 가스전 추가 개발, 터미널 사업 확장 등으로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면서 중장기 성장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인도네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페르타미나 훌루 에너지'와 벙아(Bunga) 광구 탐사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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