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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는 지금]분양보증 억제가 부른 둔촌주공사태, 개선안은 '미진'⑤사업 연기에 조합원만 '노심초사'…심사제도 개편에도 잡음

신준혁 기자공개 2023-04-03 08:15:35

[편집자주]

때마다 정치권 이슈에 휘말린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새 정부 들어서도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최고경영자 인선에 실패하며 조직 안정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지원자금 고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제대로 된 주택보증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달라져야 할 구석이 많은 상황이다. 더벨은 HUG를 둘러싼 최근의 문제점들과 경영 상태 등을 점검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29일 09: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분양보증을 독점적으로 행사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준시장형 공기업이다. 분양보증을 제공해 사업 안정성을 담보하는 역할을 하는데 정권 교체기 정책에 따라 무책임하게 휘둘리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HUG가 독점권을 내세워 심사 기준을 모호하게 설정한 탓에 부작용이 지속해 발생해왔다는 업계 의견이 많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 최대 이슈였던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올림픽파크 포레온)에서 HUG가 분양보증을 앞세워 고분양가를 억누른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2019년 둔촌주공 보증 당시 인근 비교단지가 없다는 이유로 낮은 분양보증액을 책정해 사업 연기와 유치권 행사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HUG는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은 모양새다.

◇둔촌주공 나비효과 불러온 고분양가 심사제도

HUG는 분양보증에 앞서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통해 간접적으로 일반분양가를 통제한다. 설립과 운영 근거인 주택도시기금법과 도시 및 주거환경법 등에 따라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내 심사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HUG의 심사 기준이 임의적이거나 편파적이라는 업계의 비판이 이어졌다. 분양보증을 통해 사업 안정성을 높이는 심사제도를 분양가 통제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분양보증 단지와 비슷한 규모의 인근 사업장을 기준으로 보다 분양가가 높으면 분양보증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통제한다.

문제는 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가 시장 원리와 상품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은 HUG가 고분양가를 통제한다는 명목으로 분양보증을 거부한 이후 3년간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었다.

조합은 2019년 12월 총회를 거쳐 일반분양가를 3.3㎡당 3500만원으로 산정해 분양보증을 신청했지만 HUG는 2978만원 수준을 고수하며 분양보증을 거부했다. 고분양가 주택에 대한 분양보증을 실시할 경우 인근 시세와 괴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당시 HUG는 강동구 내 비교단지가 없었던 탓에 2019년 분양한 광진구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파크'를 대상으로 삼았다. 둔촌주공은 이 단지보다 더 높은 공시지가가 매겨졌으나 HUG의 심사에서는 신청액 대비 약 400만원 가량 적은 통지가격을 수령했다.

조합은 HUG 분양보증을 포기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택했지만 글로벌 공급망 악화와 금리 인상, 원자재값 상승 등 악재가 겹치면서 사업을 연기했다. 시공사업단인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롯데건설은 분양 연기에 따른 미청구공사액이 쌓였고 유치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HUG가 비교단지를 자체 기준으로 선정하다보니 분양보증액에서 편차를 보이는 사업장이 여전히 적지 않다. 부산 양정1구역은 신청가격보다 평당 500만원 가량 낮은 통지가격을 수령했다.

반면 안양1동 진흥아파트는 2021년 말 2000만원 중반대 결과를 받고 재심사를 요청한 끝에 안양시 최초로 평당 2999만원의 분양보증을 얻었다.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와 일원동 '디에이치 포레센트'는 개별공시지가에서 ㎡당 약 1.6배 차이를 보였지만 HUG는 각각 3.3㎡당 4780만원과 4569만원의 분양보증액을 승인했다.

일부 조합은 HUG의 분양보증을 거부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택하거나 후분양으로 우회하 등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는 HUG로부터 3.3㎡당 4891만원으로 분양보증을 받았으나 이를 거부하고 분양가 상한제를 택해 5668만원의 일반분양가를 책정했다. 고분양가 관리지역 내 주택 중 분양가 상한제를 택한 단지는 HUG 심사대상에서 제외된다.
<둔촌주공 재건축사업>

◇고분양가 심사제도 손질, 실효성 주목

HUG는 2021년 2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고분양가 심사제도의 인근 시세 산정 기준 등을 손봤지만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개선안을 내놓았다. 지난해 7월부터 인근 시세 산정기준과 자재비 가산제도 등을 도입해 심사기준을 합리화하고 일부 심사절차를 간소화하는 조치에 나섰다.

개선안에 따르면 HUG는 동일 행정구역 내 분양보증을 받은 사업장을 비교사업장으로 선정하고 △주택가격변동률 △평균 매매가 △건축연령별 가산율 △보증위험관리율 △단기 자재비 급등분 조정금액 등을 계산해 보증 여부를 심사한다. 사업자는 분양보증액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고분양가 심사제도가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수정을 반복하면서 사업자가 제도 개편과 관리지역 변경 등을 노리고 분양 일정을 조정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에 따라 공급 계획은 다소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고분양가 심사대상에 올랐던 인천 부평4구역과 부산 온천4구역 등은 심사제도 개편 시기에 맞춰 분양을 추진했다.

서울 미아3구역 조합은 신청가격보다 600만원 높은 통지가격을 받았다. HUG는 당초 2300만원대 분양보증을 통지했지만 제도 개편 후 평당 분양가가 550만원 가량 상승했다. 전용면적 30평 기준 일반분양가가 1억7000만원 가량 상승한 셈이다.

HUG 관계자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은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지역과 연동돼 있으며 최근 부동산 경기가 사그라들면서 범위가 상당 부분 축소됐다"며 "이에 따라 고분양가 심사 요청과 이의제기 접수도 대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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