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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는 지금]무엇이든 ‘최초’…정태영 식 혁신 심었다②카드사태 위기 때 등판…20년째 대표이사로 성장 견인

이기욱 기자공개 2023-04-11 07:20:51

[편집자주]

현대카드가 카드업계 이슈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으며 한때 위기설까지 대두됐지만 최근 애플페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카드업계에 변화의 파도를 몰고 오고 있다. ‘삼고현상’으로 대변되는 시장 위기 속에서 현대카드의 혁신 시도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 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카드의 현 상황과 미래 과제 등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31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사진)은 현대카드의 ‘지금’을 얘기하는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가 카드사태로 위기를 겪고 있던 2003년 현대카드에 합류해 경영 정상화를 이끌었다. 더 나아가 혁신적인 마케팅을 통해 업계 후발주자였던 현대카드를 중위권으로 단숨에 끌어올렸다.

정 부회장은 M시리즈와 VVIP카드, 새로카드, PLCC 등 수많은 ‘최초’들을 만들어 내며 현대카드뿐 아니라 업계의 변화를 선도해왔다. 최근에는 오랜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애플페이 론칭에도 성공하며 현대카드와 카드업계에 또 다른 혁신을 불러 오고 있다.

◇빠른 유상증자로 재무 안정성 개선…M시리즈 등 공격적 마케팅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카드에 합류한 시기는 2003년 1월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의 사위인 그는 이전까지 기아자동차 구매총괄부본부장 전무직을 맡고 있었다. 정몽구 회장은 당시 정의선, 정일선, 정태영, 신성재 등 3세 경영인들을 모두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세대교체를 단행했고 정 부회장에게는 현대카드 경영 정상화 임무가 주어졌다.

상황은 좋지 않았다. 현대카드는 2001년 10월 출범 이후 1년이 갓 지난 후발주자였고 업계는 카드사태로 위기를 겪고 있었다. 2002년말 기준 현대카드의 시장 점유율은 1.85% 수준에 불과했고 연체율도 19.66%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정 부회장은 곧장 그룹과 협상을 진행해 대규모 증자를 이끌어 냈다. 3월 현대차와 현대캐피탈이 함께 1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데 이어 6월에도 현대차, 기아자동차(현 기아), INI스틸(현 현대제철) 등이 31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실시했다. 정 부회장에 대한 정몽구 회장의 신뢰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 부회장은 같은 해 8월 현대카드 대표이사 사장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섰다.

재무 건전성 문제를 해결한 정 부회장은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선다. 2003년 5월 현대카드M을 출시하며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만 해도 카드사들은 회사의 브랜드를 등에 업고 마케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후발주자인 현대카드에게 이러한 경쟁구도가 불리하다고 판단했고 ‘M’이라는 개별 브랜드를 독립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대카드M은 카드업계의 대표적인 메가 히트 상품으로 자리 잡으며 성공을 거뒀다. 출시 약 1년만에 회원 수 100만명을 돌파했으며 2007년에는 단일 카드 최초로 회원 수 5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광고와 투명 카드와 같은 디자인 변화가 인기의 흥행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천편일률적이었던 카드 제품에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것 역시 정 부회장이 처음이다.

현대카드M의 성공은 점유율 확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2002년말 1%대에 머물렀던 점유율은 2003년말 8.8%로 높아졌으며 2004년과 2005년에는 12.5%, 15.1%로 높아졌다. 실적 역시 2003년 6273억원 순손실에서 2004년 2184억원으로 적자 규모를 줄여 나갔으며 2005년 638억원 순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정 부회장은 VVIP전용 카드라는 새로운 시도에 나서기도 했다. 이 역시 업계 최초였다. 현대카드가 2005년 1월 출시한 현대카드 ‘The Black’은 연회비 100만원의 슈퍼 프리미엄 신용카드로 현대카드가 자체 선정한 VVIP 명사들에게 초청장을 보내는 방식으로 발급이 이뤄졌다.

9999명 한정 상품이며 고유번호 1번을 정몽구 회장이, 9999번을 정 부회장이 부여받으며 큰 주목을 받았다. 출시 초반만 해도 업계에서는 실패를 예견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출시 100일만에 기업 오너 등 300명 이상이 가입하는 성과를 창출했다. 결국 타 카드사들도 잇따라 VVIP전용 카드를 출시하며 프리미엄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GE와 합작 이끌며 ‘정태영 체제’ 확립…PLCC·애플페이 등 시장 선도

2005년은 현대카드가 글로벌 합작사로서 다시 태어난 중요한 시기였다. 당시 현대차는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등 금융계열사에 대한 리스크 해소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아시아금융시장 진출을 노리던 미국의 General Electronic(GE)이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GE캐피탈은 현대카드의 지분 43%를 매입했고 후순위채 매입 등을 포함해 총 6800억원을 투입했다.

GE와의 합작 관계는 현대카드의 ‘정태영 체제’가 확실히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 GE캐피탈은 현대카드 지분 매입에 앞서 2004년 현대캐피탈의 지분 38%도 매입했다. 그리고 그 해 현대캐피탈은 등기임원진을 개편했다.

이전까지는 줄곧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던 정몽구 회장이 이사회에서 빠지고 제갈걸 전무가 새롭게 합류했다. 오너일가 중에서는 정 부회장만이 유일하게 이사회에 참여하게 됐다. 사실상 금융계열사 경영의 전권을 정태영 부회장에게 맡긴 상징적인 변화였다.

GE와의 합작 자체도 정 부회장의 혁신 역량이 발휘됐다는 평가다. 정 부회장은 2003년 취임 이후 글로벌 인재 영업에 힘을 쏟았다. 특히 글로벌 컨설턴트 인력들을 대거 임원진에 포함시켰다. 베인앤컴퍼니 출신 서호성 이사(현 케이뱅크 행장)와 AT커니 출신 조좌진 상무(현 롯데카드 사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정 부회장은 이들을 필두로 GE와의 제휴를 성사시켰다.

GE의 대규모 투자로 재무안정성이 개선된 현대카드는 성장가도를 이어갔다. 2005년 흑자전환 이후 2006년과 2007년 각각 2810억원, 2344억원의 높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점유율 역시 2009년말 기준 19.6% 수준까지 높였다.

현대카드로 온지 10년째 되던 2013년 정 부회장은 새로운 혁신 전략 ‘현대카드 Chapter 2’를 발표한다. 현대카드 챕터2는 이전까지 정 부회장이 펼쳐온 경영 전략과는 상반된 방향으로 구성됐다.

핵심은 라인업의 ‘단순화’였다. 기존 22개 종류의 카드를 7개로 줄였고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을 위한 복잡한 조건을 없앴다. 포인트와 캐시백 두 가지 형태로 혜택을 재구성하고 복잡한 서비스 제공 기준도 단순화했다. 경기침체와 경쟁심화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점유율 확대가 아닌 내실경영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이다. ‘챕터 2’개편에 맞춰 새로운 디지털 플렛폼도 선보였다.

내실경영에 나서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2017년에는 업계 최초로 새로로 디자인된 ‘새로카드’를 출시했으며 2010년대 중후반부터는 PLCC(사업자 전용 신용카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2015년 국내 신용카드 업계 최초로 PLCC 상품을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코스트코,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네이버 등 각 업계 1등 브랜드 15곳과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카드사업 외적으로도 슈퍼콘서트, 슈퍼토크, 리테일 브랜드존 등 다양한 혁신 사례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론칭한 애플페이는 ‘정태영 표 혁신’의 정점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현재 애플에 대한 수수료 지급, NFC단말기 보급율 등의 문제로 인해 애플페이의 성공 여부에 대한 견해는 엇갈리는 중이다. 다만 현대카드를 통해 애플페이가 국내에 상륙함에 따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EMV 승인 방식이 최초로 도입됐다는 점 등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은 애플페이 론칭 행사에서 “한국 페이먼트 이정표 되는 날”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정 부회장이 만든 수 많은 이정표에 또 하나가 추가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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