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4월 18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표주관사가 왜 이렇게 많나요?"올 들어 공모 회사채 시장을 취재하면서 들었던 의문이다. 과거 공모채 발행 트랙레코드를 찾아보면 보통 대표주관사가 1~2곳이거나 많아야 3~4곳인데 올해에는 5~6곳을 선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에 대해 증권사 IB 취재원은 '요즘 공모 회사채 시장 트렌드'라고 답했다.
과거에는 회사채 미매각을 경험했거나 신용등급 아웃룩에 '부정적'이 달려있는 발행사들이 대규모 주관사단을 꾸리는 경우가 많았다. 미매각이 날 경우 1~2곳만 대표주관사를 선정했을 때보다 하우스별 부담을 나눌 수 있어서다. 요새는 이런 경우는 물론이고 너도나도 대표주관사단을 대형화한다.
취재원들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면 '마케팅을 위해서 다수의 대표주관사가 뽑혔다고 보면 된다'는 공식적인 답변 일색이지만 실제 만나서 듣다보면 다른 이야기들도 나온다. 최근 부채자본시장(DCM)에서 영향력이 약했던 증권사들이 캡티브 마켓을 미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후문이다.
실제 대표주관사가 많아지면서 발행물량을 채우는 일은 어렵지 않아졌다. 여기에 일부 주관사단의 리테일, 운용부서 등에서 낮은 금리로 수요예측에 참여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지난해 4분기 레고랜드 사태와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등으로 회사채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조달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기 때문에 주관사단을 늘려 안전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마음이 이해가 간다. 하지만 대표주관사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나 공을 들여야 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전력을 다하기엔 들인 품이나 시간 대비 수수료 수익이 크지 않다. 주관사 5~6곳 중 하나일 뿐이란 생각도 무시할 수 없다.
여기서 증권사 IB들의 고민은 시작된다. 주관사별로 각기 할당받은 물량이 있기 때문에 이를 채우기만 하면 캡티브 외에 기관투자자등에 대한 세일즈는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다. 가령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공단, 우정사업본부 등 연기금까지 신경쓰는 게 일종의 '오지랖' 같다는 것이었다.
발행 부담을 덜면서 대표주관사로서의 책임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런 트렌드가 긍정적일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각 주관사의 캡티브 물량이 수요예측에 참여하기 때문에 시장금리 왜곡도 불가피하다. 주관사 내 세일즈 담당자들의 역량도 자연스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은 당장 조달 편의를 위해 적극적으로 여러 주관사단을 고르는게 유리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증권사 IB들이 기관투자자 영업을 하는 게 '오지랖'으로 여겨지는 기간이 길어지면 시장에도 발행사에도, 증권사에도 긍정적이지 않다. 증권사 IB의 고민이 길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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