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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관의 통합 방산]아버지와 아들의 대조양 인수전은 무엇이 달랐을까④2008년·2022년 대를 이은 도전…김동관이 이룬 '육해공 방산'의 꿈

허인혜 기자공개 2023-05-12 07:30:35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9일 16: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결정하기까지 '태국과 그리스'의 결정적 장면 두 가지가 있었다. 2007년 태국 방콕에서 한화그룹의 사장단 등 임원 50여명이 모여 경영전략회의를 열었다.

안방인 서울 본사를 두고 태국에서 회의를 연 이유는 김 회장이 글로벌 진출을 제2의 창립기조로 삼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해외진출의 가교가 될 기업이라면 적극적 인수합병에 도전하라고 강조했다. 이 날의 회의가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의 토대가 된다.

인수 경쟁이 격화되자 적격자임을 자신하며 내민 카드가 그리스다. 창업주 김종희 전 회장부터 그리스 정치가문과 연을 맺어왔는데 선박 강국인 그리스와의 친분이 대우조선해양 성장의 밑거름이 되리라는 해석이었다. '태국과 그리스' 일화는 당시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목표가 해외진출과 선박 시장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랬던 한화그룹은 2022년 다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도전하며 방향타를 완전히 틀었다. 목표를 방산 시너지로 잡고 초기에는 아예 잠수함과 함정 등을 생산하는 특수선만 인수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2008년의 인수전과 2022년의 인수전은 대상은 같았지만 목표는 사뭇 달랐다는 이야기다. 인수전의 주인공도 달라졌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다.
2007년 태국 방콕에서 사장단 경영전략회의를 주최하고 있는 김승연 회장(상)과 2023년 4월 한화 방산부문의 통합을 기념해 열린 '뉴비전 타운홀' 행사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는 김동관 부회장. 사진=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대조양 낙점 배경 "한화의 미래는 글로벌"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알려진 것처럼 첫 도전은 아니다. 2008년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경쟁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될 만큼 본매각에 바짝 다가섰다.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GS 등 쟁쟁한 경쟁자가 뛰어든 인수전이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몸값으로 한화는 6조원을 써냈다. 김 회장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발휘된 도전이었다. 김 회장은 29세의 나이로 회장을 맡은 뒤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이어왔다. 김 회장의 인수합병 전략은 큰 실패를 맛본 적이 없었다.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뒤에도 M&A를 이어갔고 계속 성공기를 썼다. 회장에 취임한 지 40년 만에 그룹 매출은 60배 성장했다. 방산 부문만 봐도 2014년 삼성그룹 방산·화학 계열사 인수합병, 2016년 두산그룹의 두산DST 매수 등을 이어갔다.

현재 한화그룹의 3대 축은 모두 인수합병으로 컸다.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로 화학 부문을 키웠고 대한생명 인수는 지금의 한화생명을 있게 했으니 '신의 한 수'라 불릴만 했다. 한화큐셀이나 한화갤러리아, 한화솔라원 등도 인수합병으로 태어난 알토란이다.

바꿔말하면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한화그룹이 유일한 실패사례라는 의미다. 인수 실패 원인이 한화그룹이나 대우조선해양의 내부 사정보다 2008년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노조의 반발 등 외부 요인 때문이었다는 점도 아쉬움을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의 어떤 매력을 보고 인수전에 뛰어들었을까. 2008년에는 인수목표에 방산 시너지가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다.

제조와 서비스, 건설, 금융 등 2000년대 중반 한화그룹의 중점 사업들이 간판이었다. 금춘수 한화그룹 부회장은 당시 경영기획실 사장의 신분으로 10년 뒤 매출 100조원을 자신했는데 대우조선해양의 조선과 해양플랜트 부문에 집중한다는 비전을 내놨다.

글로벌 진출도 중요한 목표였다. 김 회장이 해외사업 기반이 있는 기업을 발굴해 사들이는 '생존을 위한 M&A'를 주문했다는 전언이다. 2007년 태국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연 김 회장은 한화그룹의 미래가 글로벌 사업에 있다고 짚었다. 그 뒤로 1년간 여러 기업들을 물망에 올려 M&A 가능성을 시험하고 대우조선해양을 낙점했다.


◇장남의 목표 '육해공 방산'…에너지도 '초점'

2008년과 2022년 모두 양사의 시너지를 노렸지만 합종연횡을 목표한 사업 부문이 달랐다. 2008년은 김승연 회장의 의지가, 2022년에는 김동관 부회장의 청사진이 뚜렷하게 반영된 '같고도 다른' 인수전이었다.

2022년은 김 부회장의 통합 방산 의지가 반영됐다. 한화그룹은 당초 특수선 부문만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의 요청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전체 인수를 결정했지만 인수의 목표는 방산의 확대였던 셈이다.

1990년대 국내 기술로 처음으로 건조된 전투잠수함은 이천함이다. 고려 후기 수군을 인솔해 몽골의 침략을 막은 이천 장군의 이름을 땄다. 1호 토종 구축함(destroyer)의 이름은 정복군주로 불리는 광개토대왕의 칭호를 붙였다. 최근까지 개발이 이어져 우리나라 최초로 독자 설계, 건조한 KSS-III 도산 안창호함도 지난해 8월 인도됐다. 모두 대우조선해양이 생산했다. 특수선 건조 노하우만 30년이 넘었다.
국내 최초 3000톤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사진=대우조선해양
이처럼 해양 방산 부문의 1인자는 대우조선해양이다. 지금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에 바라는 시너지가 바로 이 분야다. 양사가 물꼬를 터둔 중동과 유럽, 아시아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한편 대우조선해양의 주력인 3000톤급 잠수함, 전투함 수출을 노린다. 김 부회장의 '육해공 통합 방산' 퍼즐은 대우조선해양으로 맞춰진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달 말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한화오션으로 바꾼다. 김 부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신임 이사진에 기타 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리며 직간접적인 경영 의지를 드러냈다. 김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이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방산 계열사 한화시스템이 각각 1조원과 500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특수선 부문 인수 대신 전체 매수를 선택한 만큼 방산 외의 분야를 어떻게 활용할 지도 관심사다. 첫 경영진의 면면을 보면 방산 외에는 에너지 부문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김 부회장이 오랜 기간 태양광에 천착했던 만큼 친환경 에너지도 김 부회장의 소관이다.

초대 대표로 선임된 권혁웅 한화그룹 부회장과 사내이사진인 김종서 전 한화토탈에너지스 대표, 정인섭 전 한화에너지 대표 모두 그룹 내 주요 에너지 계열사의 대표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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