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차세대 지형도]롯데 신유열 상무, 부친 신동빈 회장 '승계공식' 밟을까①롯데케미칼 '기초소재·신사업' 담당, 경영수업 '일본→한국' 수순 닮아
박규석 기자공개 2023-06-01 07:30:48
[편집자주]
소유와 경영이 드물게 분리되는 국내에서 오너기업의 경영권은 왕권과 유사하게 대물림한다. 적통을 따지고 자격을 평가하며 종종 혈육간 분쟁을 피할 수 없다. 재계는 2022년 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승진과 함께 4대그룹이 모두 3세 체제로 접어들었다. 세대 교체의 끝물, 다음 막의 준비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주요기업 차기 경영권을 둘러싼 후계 구도를 THE CFO가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25일 14:3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의 승계 작업이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오너 2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서 3세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로 이어지는 구조가 핵심이다. 아직은 경영수업의 성격이 강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과거 신 회장의 승계 절차와 비슷해 신 상무가 부친과 같은 방식을 따를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3세 신유열 상무 '후계자 이미지' 구축
신 회장은 슬하에 1남 2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신 상무는 장남으로 사실상 신 회장의 후계자로 평가받고 있다. 신 상무는 1986년생으로 게이오대학을 졸업해 노무라증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MBA를 받은 뒤 노무라증권에 복귀했다.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의 자회사인 롯데에 입성했다.
그동안 신 상무의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었다. 일본 롯데에 입사한 시기가 빠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외부 활동자체가 많지 않았다. 지난 2016년 일본 도쿄 롯데면세점 개장 행사와 2020년 1월 롯데그룹의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례식 참석 등 정도였다.
이러한 신 상무가 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2022년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로 발탁된 후 공식성상에 모습을 비추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신 회장과 함께 베트남으로 동반 출장길에 오른 것과 더불어 롯데-노무라 교류회, 일본 롯데홀딩스와의 비즈니스 미팅 참석 등 외부 활동이 많았다.
2022년 12월에 단행한 2023년도 정기임원 인사에서는 '보'를 떼고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부문의 상무로 승진했다. 그는 현재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서 기초소재 영업과 함께 신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그룹 내에서는 그가 롯데케미칼의 기초소재와 관련한 글로벌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배구조 측면에서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의 중간지점에 있는 회사다. 최대주주는 지분 25.31%를 보유한 롯데지주다. 2대주주와 3대주주인 롯데물산과 롯데홀딩스가 각각 20%, 9.19%를 갖고 있다. 다만 롯데물산의 최대주주가 지분 60%를 보유한 롯데홀딩스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 롯데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이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신 상무의 롯데케미칼 입성은 그룹 내 지배구조적인 측면과 더불어 부친인 신 회장이 과거에 걸어온 승계 절차와 유사하다는 특징이 있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일본을 거쳐 한국 롯데의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큰 줄기는 같기 때문이다.

◇부친 신동빈 회장이 지나온 '일본·화학'
신 회장이 현재 자리에 오르기 이전인 1990년대 초만 하더라도 롯데그룹의 후계구도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신 명예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씨와 동생인 신준호 씨가 각각 롯데백화점 부사장과 롯데그룹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도였다.
더욱이 신 명예회장이 그룹 경영에 대한 지배력도 공고해 신 회장에 대한 존재감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기도 했다. 1988년 일본 롯데상사로 입사하기 전까지 1981년부터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점도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이러한 분위기에 변화가 생긴 건 1990년 신 회장이 호남석유화학에 상무로 입사하면서다. 호남석유화학은 롯데케미칼의 전신으로 당시 신 회장은 일본에 주로 머물면서 호남석유화학과 일본 화학회사 미쓰이화학의 공동사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1994년 그는 코리아세븐 전무로 선임됐고 1997년 2월 단행된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기간은 신 회장이 그룹 내외부 행사에 모습을 보이며 후계자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 시기이기도 하다. 이후 2011년 그는 롯데그룹 회장에 오르게 된다.
신 회장의 과거를 되돌아볼 때 신 상무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경영수업을 받았다는 점과 그 시작이 롯데케미칼이라는 부분, 국내에서 외부 활동을 통해 후계자의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점 등이 닮았다. 이러한 모습은 신 상무가 신 회장과 같은 형태로 승계 작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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