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6월 09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시그넷이 미국 전기차 제조 공장을 준공하며 글로벌 급속 전기차 시장 강자 지위를 굳힌다. 현지 공장 가동으로 내년 시행될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 무리 없이 대응하게 됐다. 바이 아메리칸 정책은 부품 55% 이상을 미국에서 조달하게 하는데, SK시그넷은 일찌감치 파워모듈 등 핵심 부품의 제조 기술을 내재화해 보호무역 장벽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더불어 지난해 실적에서 괄목할 성과를 거둔 SK시그넷은 미국 공장 준공으로 수익성을 한 층 제고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 수출하던 물량을 미국 현지에서 대체하면 해상운임 같은 판매관리비 내 수출제비용을 줄일 수 있다. 영업이익 증가 등 사업효율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텍사스 공장 7월 양산 시작, 바이 아메리칸 대응 이상無

SK시그넷은 이달 미국 텍사스 현지 전기차 충전기 공장의 준공을 마무리했다. SK시그넷의 텍사스 공장은 연간 1만대 규모 전기차 충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준공 이후의 양산과 판매 시작 시점은 다음달로 예정돼 있으며, SK시그넷은 총 2만대 규모 글로벌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미국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서 SK시그넷은 현재 350kW 초급속 분야에서 점유율 1위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텍사스 현지 공장에서는 지난 CES 2023에서 선보인 최대 400kW 출력을 낼 수 있는 V2 충전기도 생산할 예정이다. SK시그넷은 자체 충전기 기술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다.


특히 SK시그넷은 급속 전기차 충전기 핵심 부품인 파워모듈 제조 기술력을 자체 보유해 직접 제조까지 가능한 몇 안되는 기업 중 하나다. 완속충전기와 달리 높은 출력의 1000v급 직류(DC) 전기를 전력으로 활용하는 급속 전기차 충전기는 저출력의 교류(AC) 전기를 변환시킬 수 있는 파워모듈이 필수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 기업 고위 관계자는 “국내에서 파워모듈 국산화 연구가 과거 대비 많이 진행되긴 했으나 완전한 자체 기술력과 제조 능력을 보유한 기업은 여전히 소수”라며 “저렴한 중국산 파워모듈을 수입해 탑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외진출이나 AS에서도 애로 사항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토대로 전기차 충전기에서도 미국산 부품을 55% 이상 사용해야만 연방정부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한다. 파워모듈은 전기차 충전기 제조 가격의 40~50%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SK시그넷처럼 자체 국산화 기술을 갖추거나 미국산 파워 모듈을 공급받지 않는 이상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전개하긴 어렵다.

◇해상운임 등 매출 대비 수출비용 효율화, 수익성 제고 기대

미국 생산공장이 준공되면서 SK시그넷은 주력 시장인 미국 지역을 대상으로 사업 효율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국내 생산돼 미국으로 향했던 전기차 충전기 물량을 텍사스 현지 공장에서 대체하게 되면, 운송 비용 등 판관비를 줄이거나 유럽 등 다른 시장 개척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SK시그넷은 1623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했다. 이중 매출원가와 판관비 등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30억원 수준이다. 매출원가가 상당한 지분을 차지했지만 판관비 역시 529억원 상당으로 만만치 않았는데, 이중 수출제비용이 15억원 이상으로 영업이익의 절반 규모였다.


수출제비용은 주로 국내 생산 후 해외 시장으로 수출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기업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 기업의 상품, 제품을 수출할 때 매매계약체결과 물품 선적 등 과정에 들어간 금액을 계산한 항목이기 때문이다. 수출제비용으로 잡히는 내역은 해상운임이나 운반비, 선적·하역비부터 해상보험료나 검사비, 통관료 등 예상 외 손실을 대비하는 헤지(hedge) 비용, 수수료 유형 등도 포함된다.

미국 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SK시그넷 연간 매출의 80% 이상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 납품 규모가 상당한 만큼 텍사스 현지 생산 시, SK시그넷은 미국 공급량 대비 수출제비용을 상당부분 절감하고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