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유통업 리포트]동구바이오의 피코이노베이션? 공동경영 관전포인트원활한 '공유경제' 실현, 발기인 중 임시로 경영진 선출…공동경영 시스템 구축 과제
최은진 기자공개 2023-07-17 09:31:17
[편집자주]
리베이트·약가·편의성·규제. 의약품 유통을 둘러싼 다툼은 수십년간 첨예했다. 누가 유통의 중심에 서야 하느냐에 대한 이견은 여전히 정답이 없다. 다만 도매상에게 전적으로 유리했던 '유통일원화 제도'가 폐지된 지 12년, '온라인몰'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이에 맞서 덩치를 키우는 도매상과 온라인몰을 활용해 틈새를 파고드는 제약사들간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더벨은 의약품 유통업계를 들여다보고 이슈를 따라가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13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피코이노베이션은 태생 자체가 '공유경제'를 지향한다. 함께 쓰고 함께 버는 체제 구축이 주된 목표다. 공동 물류센터와 공용 직거래몰까지 갖췄다.공유경제와 공동경영은 엄연히 다르다. 영리목적으로 설립한 법인인 만큼 경영하고 관리할 구심점은 필요하다. 그러나 피코이노베이션은 지배주주가 없기 때문에 경영의 구심점이 모호하다. 피코이노베이션의 성공을 결국 '공동경영'의 안착으로 보는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30여곳 출자사 공동경영 '영리법인 설립' 이례적, 동구바이오제약 '총대'
피코이노베이션은 두드러진 최대주주가 없다. 30여곳의 출자사들이 만든 법인이기 때문이다. 업계가 공동목적으로 법인을 세운 건 재계로 범위를 넓혀 보더라도 이례적이다. 필요가 있다면 협회나 조합 혹은 재단을 만드는 게 일반적이지만 중소형 제약사들은 과감하게도 영리법인을 설립했다.
2022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동구바이오제약·HLB제약·일성신약이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지분율이 각각 8.39%로 미미하다. 74.83%에 달하는 또 다른 주주들이 있어 이들 제약사들 이름이 메인에 있다고 하더라도 최대주주 혹은 대주주라고 부를 수 없다.
더욱이 자본금이 올해 3월까지 늘어난 것으로 보아 출자사들이 계속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계속적인 지분율 변동이 예상된다. 향후 지분변동에 의해 경영구도의 변화도 예상해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주도권은 분명하다. 이사회 면면을 보면 드러난다. 대표이사는 동구바이오제약의 오너이자 핵심 경영진인 조용준 대표다. 그는 중소형제약사의 공동이익 도모를 위해 설립된 한국제약협동조합의 조합장으로 활약하고 있기도 하다. 그가 피코이노베이션의 초대 대표이사가 될 명분은 그럴듯 하다. 다른 사내이사 없이 조 대표 혼자 단독 경영진으로 올라 있다.
다만 감시체제는 확실하다. 기타비상무이사로 박재형 HLB제약 대표이사와 어진 안국약품 부회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감사는 지용훈 대우제약 대표이사가 맡았다. 모두 출자사 경영진들이다.
현재 피코이노베이션에는 총 20명 안팎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물류센터 및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관리할 필요인력 정도를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의식 나서기 힘든 사정, 경영시스템보단 사업안착이 우선
공유경제와 공동경영이 상생관계를 맺으며 안착하기 위해선 결국 화합이다. 누가 더 특혜를 받거나 누가 유독 뒤처지는 경우가 발생하면 화합은 깨진다. 구성원 각각이 지분만큼 얻어갈 게 있다고 판단해야 균형은 유지된다.
하지만 현재로서 키맨은 동구바이오제약이다. 동구바이오제약 중심으로 사업이 영위될 것으로 예상하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피코몰 메인에도 동구바이오제약 광고 외엔 없다.
출자사로 참여한 중소형 제약사들은 일단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어떻게 사업을 펼쳐나갈 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유통업계의 거센 반발이 있는 만큼 당분간 보수적으로 경영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오너들끼리 의기투합 해 만든 공동체인만큼 쉽게 균혈이 생기진 않을거라는 의견도 나온다.
경영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해 나갈 지도 미지수다. 대표이사는 물론 이사회 구성원 모두 이해관계 없이 자발적으로 손들고 참여한 인물들이다. 내부적으로 딱히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이 없어 임시적으로 선임했다는 후문이다. 유통업계의 눈치도 봐야하는 제약사 입장에서 앞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피코이노베이션은 올해 1월 본격적으로 운영된 법인인 만큼 일단 사업 안착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공동경영 시스템 역시 향후 천천히 구축해 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피코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제 시작한지 약 반년 정도밖에 안된 법인이기 때문에 사업을 제대로 영위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라며 "경영구도는 발기인 중 참여가능한 선에서 선임한거고 당분간은 현 체제가 유지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사업부진·재무부담 이중고 SKC, '내실 경영' 본격화
- [레버리지&커버리지 분석]금호타이어, 부채비율 199% ’매출·수익성·재무’ 다 잡았다
- [SK이노베이션 밸류업 점검]'ROE 10%' 목표…조건은 E&S 시너지-배터리 부활
- [ESG 등급 분석]'SKC 편입효과' ISC, 통합등급 두 계단 상승
- '27년의 수소 헤리티지' 현대차 이니시움, 특별한 세가지
- 주주환원 의지 재확인한 현대글로비스 ‘ROE 15%’ 타깃
- 리밸런싱 성과 '끝장토론'...SK CEO 총집결 현장 가보니
- '수소차 동맹' 토요타·GM 문 활짝 연 현대차
- 이상엽 부사장 "현대차, 디자인도 '퍼스트 무버' 고심"
- [컨콜 Q&A 리뷰]현대글로비스, 육상·해상 왕좌 넘어 하늘길 정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