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하이트진로 vs 오비맥주]거버넌스의 차이가 만든 'CFO 역할'⑤[CFO]하이트진로 이사회 통해 '지주사·계열사' 경영 관여, 재무 총괄에 집중하는 오비
박규석 기자공개 2023-08-10 07:49:09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04일 10시23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지배구조는 상이하다. 하이트진로가 지주사 체제에 속한 것과 달리 오비맥주는 단순히 모기업과 자회사 관계다. 실질적인 역할에도 차이가 있다. 하이트진로가 그룹 전체를 책임지는 중추라면 오비맥주는 모기업의 글로벌 포트폴리오 중 한국을 담당하는 구조다.이러한 구조는 회사의 주요 경영진에 속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 차이로도 이어지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전현직 CFO들이 지주사와 계열사의 경영과 재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반면 오비맥주는 회사의 재무만을 총괄하는 기조를 오랜 기간 유지하고 있다.
◇최경택 부사장, 하이트진로 CFO 최초 등기임원

1965년생인 최 부사장은 재무와 함께 전략, 기획 등의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다. 1993년 하이트맥주의 전신인 조선맥주에 입사했다. 2008년 하이트맥주의 전략본부와 인사팀을 총괄하는 경영기획본부 상무보로 승진하며 경영진에 합류했다.
그의 커리어에 큰 변화가 일어난 시기는 2019년이다. 당시 최 부사장은 부사장에 오르면서 하이트진로와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사내이사로도 선임됐다. 지주사에서 그에게 부여한 업무는 경영기획과 경영관리, IR 등이었다. 같은 기간 최 부사장은 그룹 내 계열사의 이사회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이트진로산업과 블루헤런에는 사내이사로 들어갔고 진로소주에서는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게 됐다.

이러한 최 부사장의 이력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하이트진로가 2011년 진로와의 합병을 통해 통합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재무라인의 인사를 이사회 멤버로 중용했다는 대목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011년 이후 현직인 최 부사장을 비롯해 심원보 전 부사장과 김기원 전 상무 등 총 3명의 인사를 재무 수장으로 선임했다. 심 전 부사장과 김 전 상무의 경우 최 부사장과 마찬가지로 하이트진로홀딩스에 몸담기는 했지만 등기임원에는 오르지 못했다. 하이트진로 이사회도 마찬가지였다.
최 부사장이 등기임원에 합류한 것은 새로운 부분이지만 하이트진로의 CFO가 지주사와 계열사의 경영과 재무 등 관여하는 일은 통합 출범 이후부터 유지된 구조다. 실제 심 전 부사장의 경우 지주사의 미등기임원을 지낸 것과 더불어 주요 계열사의 감사를 지내기도 했다.

심 전 부사장이 감사를 맡았던 계열사는 블루헤런과 하이스코트, 서영이앤티, 진로소주 등이었다. 현직인 최 부사장과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하이트진로의 재무 수장이 지주사와 계열사의 재무 등에 관여했다는 맥락에서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재무총괄 집중하는 '후안 카를로스 에스피노사' 부사장

하이트진로의 재무 수장이 지주사 등의 재무와 경영에 관여하는 구조라면 오비맥주는 회사의 재무만을 책임지는 형태다. 지주사 체제가 아닌 것과 더불어 모회사 차원에서도 오비맥주의 포지션은 하이트진로와 다르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그룹 입장에서 하이트진로는 중요한 캐시카우(Cash cow)다. 이에 사업 구조가 하이트진로를 중심으로 구축됐고 이를 따르는 계열사의 재무 관리 등을 위해 CFO가 관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반면 오비맥주는 AB인베브가 글로벌 사업의 일환으로 가지고 있는 포트폴리오 기업 중 하나다. 오비맥주 CFO는 하이트진로처럼 그룹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CFO의 역할을 기업 내부로 좁히더라도 오비맥주의 재무 수장은 하이트진로와 차이가 있다. 하이트진로의 최 부사장이 재무 부문 외에 경영전략과 인사, ESG 등의 업무를 맡은 것과 달리 후안 카를로스 에스피노사 부사장은 재무 부분만 관장하기 때문이다.
2023년 3월 말 기준으로 후안 카를로스 에스피노사 부사장 산하에는 재무기획팀과 회계팀, 자금·채권팀, 경영진단팀, 내부통제팀 등이 있다. 모두 재무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으로 이러한 구조는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다.
비상장사 오비맥주의 경우 감사보고서만 제출해 구체적인 시점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이러한 재무 수장의 역할은 대략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지고 있다. 2005년 말에 재무부문 총괄을 맡은 유성한 부사장을 시작으로 이영상 부사장과 이동형 부사장, 박성훈 부사장 등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큰 틀에서는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이사회 참여 여부에서도 후안 카를로스 에스피노사 부사장은 등기임원이 아니다. 오비맥주의 이사회는 총 4명으로 2명의 사내이사와 2명의 기타비상무이사로 구분돼 있다. 사내이사는 벤마그다제이베르하트 대표이사와 브라이언자범구 이사가 맡고 있으며 기타비상무이사는 크레이그앨런캐터버그 이사와 이냐시오라레스 이사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오비맥주의 이사회에 재무라인의 인사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5년 12월부터 2007년 8월까지는 유 부사장이 이사회 멤버로 참여했다. 이후 2007년 9월부터 2016년 1월까지는 이영상 부사장이 사내이사를 맡기도 했다. 이사회 내 재무 수장의 명맥이 끊긴 건 2016년 1월 이동현 부사장이 부임한 시기부터다.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AB인베브의 오비맥주의 지분 재인수와 관련이 깊어 보인다. 지난 2014년 4월 AB인베브는 사모펀드 KKR로부터 오비맥주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후로 오비맥주 이사회는 AB인베브가 선임하는 주요 경영진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CFO의 역할과 권한 등의 조정이 이뤄져 현재는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NPL 자금조달 리포트]대신F&I, 공격적 투자에 단기조달 확대…NPL 매입 '적기 대응'
- [교보생명 SBI저축 인수]1위 저축은행 PBR 0.95배, 상상인그룹은 '난색'
- [Policy Radar]금융당국, SKT 사태 '비상대응본부' 구성
- [은행경영분석]농협금융, 예대업 약화…낮아진 비은행 기여도 '설상가상'
- [여전사경영분석]우리금융캐피탈, 대손비용 부담 확대로 실적 개선 제동
- [금융 人사이드]캠코 사장 단독후보에 정정훈 전 세제실장…'자본확충' 첫 시험대
- [은행경영분석]제주은행, 90% 넘는 지역 의존도…가파른 연체율 상승세
- [은행경영분석]BNK금융, 건전성 지표 저하 '밸류업 복병' 부상
- [금융사 KPI 점검/하나은행]본사 정책 평가 강화, '건전성·손님만족' 항목 힘줬다
- [Policy Radar]보험업법 규제 기준 킥스비율 130%로 낮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