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우체국금융은 지금]부실 딛고 성장한 140조 공룡…수익성 vs 공공성 갈림길①국고수납으로 금융 시작…3367곳 전국 네트워크에 정부 지원받지만 수익성 '한계'

김형석 기자공개 2023-09-04 08:15:57

[편집자주]

우체국은 1905년 금융사업을 시작했다. 국고수납대리점으로 역할을 시작해 이제는 보험과 예금을 아우르는 종합금융업으로 성장했다. 우체국금융은 공공성만 강조하다 부실로 금융 사업을 접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전국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빠르게 자산 성장을 이뤄 이제는 우편사업을 지원하는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며 우체국금융은 자산운용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출 없이 자본 시장에 의존해야 하는 우체국금융은 민간 금융사와의 경쟁, 자산의 운용 및 부실관리 등 난제 속에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더벨은 우체국금융 현주소를 진단하고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8월 23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체국금융은 1905년 7월 금융사업을 시작했다. 1926년 10월에는 보험사업도 덧붙였다. 우체국은 우편서비스를 위해 전국 곳곳에 영업망을 두고 있다. 우체국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풀뿌리 금융사업을 만들어왔다. 특히 우체국은 시중은행들이 채산성의 이유로 들어가지 않는 시골 및 낙도 지역까지 파고 들어 공과금 수납을 포함한 국고수납대리점으로서의 역할을 맡았다.

우체국이 금융업을 하는 사례는 해외에선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일본 우정사업본부가 유초은행을 자회사로 두고 금융업을 하는 게 거의 유일한 사례다. 민간금융기관과 정부 기관이 경쟁하는 모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우체국이 시중 은행과 단순 경쟁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출 영업을 못하게 규제하는 등 제약을 두고 있다. 과거 1977년엔 금융업을 타 기관에 이관하기도 했다.

우체국은 1983년 다시 금융업에 진출한다. 우편 서비스에 투입되는 비용은 우체국 금융을 통해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우체국금융은 여전히 공공의 영역에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 상황에서 지난해 2500억원 대의 적자를 기록하자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한 고심에 들어갔다. 우체국금융은 수익성과 공공성의 갈림길 속에서 새로운 금융 모델 찾기에 나서고 있다.

◇ 총 운용자산 143조…점포수 5대 은행보다 많아

우체국금융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전국적인 오프라인 네트워크다. 지난해 말 기준 우체국이 보유하고 있는 점포 수는 3367곳에 달한다. 우정사업본부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점포(4~7급, 출장소)는 1859곳이다. 나머지 별정국(704곳)과 취급국(804곳) 등 위탁국으로 분류된 점포는 1508곳이다.

우체국의 전체 점포 수는 시중은행 점포수를 압도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5대 은행의 국내점포(지점+출장소)수인 2989개보다 많다.


우체국금융의 자산은 150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말 기준 예금과 보험자산 규모는 각각 81조9000억원, 61조2000억원이다. 우체국 본연 업무인 우편매출은 지난해 3조1725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100조원을 훌쩍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저조하다. 지난해 기준 우체국금융이 예금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금액(예금수지)은 349억원에 불과하다. 보험사업에서는 2949억원(보험수지)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5대 은행이 13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매우 저조한 실적이다.

우체국금융의 수익성이 민간 금융사 대비 저조한 것은 공공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행법상 제한적인 금융사업 운영에 수익성을 추구하기 힘든 한계가 있다.

우체국금융은 우체국예금·보험에 관한 법률(이하 우체국금융법)을 적용받는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우체국예금은 대출업무를 취급할 수 없다. 민간 은행과 보험사는 대출상품을 팔아 예대마진을 남기면서 예금이자를 지급한다. 우체국은 예금이나 보험료를 수취한 뒤 주식과 채권을 비롯, 다양한 간접투자로 수익을 내야 한다.

저금리 상황에서 자본시장이 활황을 띨 때는 우체국금융도 적정 수준의 수익을 내기 쉽다. 하지만 최근의 고금리 기조 속에선 우체국금융이 자산을 운용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수익성을 추구하기 못하는 대신 예금자 보호 안전장치는 마련돼 있다. 우체국금융법에 따르면 '국가는 우체국예금(이자를 포함한다)과 우체국보험 계약에 따른 보험금 등의 지급을 책임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체국금융이 수익성 확보보다는 공공금융서비스 역할에 집중하는 이유다.

◇ 금융사업 부실, 우체국 사업 전반 '흔들'

정부의 보증이 있다곤 하지만 우체국금융에 지속적인 적자는 부담이다. 지속적인 적자는 정부의 세금 투입 부담이 커져 결국 본연의 업무인 우편사업의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우체국금융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고금리기조 지속에 따른 채권가치가 저평가되면서 자산운용 수익률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가 발표한 '2023년도 우정사업 경영합리화 시행계획'에 따르면 우체국은 올해 예금·보험사업 올해 당기순이익(금융수지) 목표액을 각각 1500억원, 500억원으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해 목표치(예금:3000억원, 보험:2700억원)를 크게 하회하는 금액이다. 우체국금융은 운용수익률 악화로 올해에만 예금사업부문에서 2990억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규모 적자 예고에 우체국금융은 2024년도 예산안에 우체국 예금 이자지급을 위한 3000억원을 기획재정부에 추가 요청한 상황이다.

우체국금융의 실적 악화는 지난해 주식·채권시장 불황에 따른 운용수익률이 하락한 영향이다. 우체국예금과 보험의 지난해 말 기준 2022년 누적 수익률은 각각 -0.53%, 1.23%를 기록했다. 특히 장·단기금리 역전에 따른 구조화채권 수익이 크게 감소했다. 이 기간 우체국은 구조화채권 이자 미수취 예상금액은 예금이 2900억원, 보험이 1073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체국예금과 보험이 지난해 감소한 운용수익은 각각 1조2000억원, 1조3000억원에 달했다.

우체국금융의 운용자산 핵심인 구조화채권은 채권과 파생 상품을 결합해 만든 상품이다.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금리와 주식, 통화 등의 기초 자산과 연동해 결정한다. 이 상품은 장·단기 금리(스프레드) 역전이 안 될 때 투자자에게 쿠폰을 지급해 스프레드 역전 시에는 쿠폰을 받지 못하고 발행자는 헤지비용이 증가한다.

실제 우체국은 대규모 부실로 지난 1977년 금융사업을 농협중앙회에 이관해야 했다. 당시 정부는 우편금융사업의 이관방침에 따라 금융사업을 모두 농협중앙회에 이관했다. 당시 우체국은 1977년부터 1981년까지 우정사업 누적적자만 2567억원에 달했다. 이후 6년간 우체국은 신규 예금 계좌개설을 비롯한 금융사업을 농협에 이관했다. 이후 체신예금 보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1983년부터 금융사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체국의 경우 본업인 우편사업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예금과 보험사업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내야 한다"며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이 악화하면서 우체국금융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은 향후 우체국 전체의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금융사업에서는 수익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