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1월 15일 07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참 이상해요. 3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스타트업 정신이 살아있는 대기업이라고 칭찬받았는데. 카카오가 그렇게 나쁜 기업인가요?” 한 회계법인 대표에게 질문을 받았다. 머뭇대다 “글쎄요”라고 말끝을 흐렸다.지금 카카오는 ‘나쁜 기업’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미움을 받고 있다. 아직 혐의 단계인데도 여론은 카카오가 이미 유죄를 선고받은 것 같은 분위기다.
골목상권을 침해한 것도 모자라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 당시에는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이뿐인가. 카카오모빌리티는 무려 20%에 이르는 가맹택시 수수료를 받아 챙겼고 관련 계약을 이중으로 인식해 매출을 부풀렸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들리는 말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모든 것을 다 바꾸겠다”고 입장을 밝히자 금융당국에서는 ‘잘못을 했으니까 고치겠다는 것 아니겠냐’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걸까. 관료주의에 물들지 않았다고 칭찬받던 카카오가 왜 이렇게 된 걸까. 일각에서는 카카오의 ‘스타트업 정신’을 지적한다.
그야말로 벤처 1세대 기업으로서 온국민의 사랑 속에 성장한 카카오는 기업 규모와 별개로 창업자, 임원, 직원들까지 스스로를 대기업 직원이라기보다 스타트업의 크루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계열사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라는 이름을 공유할 뿐 각자의 개성을 보존하는 게 정체성을 지키는 방식이라고 믿는다.
문제는 카카오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의 정신에 대기업의 몸집을 갖추고 있다 보니 허술함은 교란으로, 민첩함은 약삭빠름으로, 적극적 벤처정신은 공격적 위력으로 비춰지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모빌리티를 향해 내뱉었던 “부도덕하다”라는 질타에는 이런 상황인식이 담겨 있다.
이는 편견을 낳았다. 어떻게든 해외로 나아가고자 엔터사업을 확장하다보니 계열사가 늘었고 실적 부진 등 경영위기를 넘기고자 직원 수를 줄인 건데도 ‘카카오가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래도 욕을 먹고 저래도 욕을 먹는 형국이다.
카카오가 자기파괴를 통한 혁신을 택한 배경이다. 김범수 창업자는 “카카오의 각 공동체가 더 이상 스스로를 스타트업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카카오를 키운 창립정신을 부정하는, 일종의 자기파괴인 셈이다.
그리고 김 창업자는 ‘준법과 신뢰 위원회’, ‘경영쇄신위원회’를 연이어 출범시키고 과거와 달리 본인이 직접 발로 뛰며 그룹의 혁신을 이끌기로 했다.
이제 필요한 건 관용이다. 자기파괴가 혁신으로 이어지려면 잘못은 꾸짖되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관용도 베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파괴는 비생산적 자해에 그치고 만다. 카카오의 자기파괴가 혁신으로, 생산적 도약으로 이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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