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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준감위는 지금]삼성의 준법경영 의지, 재계 전반으로 확산 조짐①확실한 독립성 보장, 준감위 권고안 검토 필수…한경협·카카오 등 유사조직 출범

이상원 기자공개 2023-11-29 13:05:13

[편집자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2기도 끝을 향해가고 있다. 그 사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대국민 사과부터 한국경제인협회 재가입까지 중요한 순간마다 세간의 관심은 준감위에 집중됐다. 출범 초기 삼성 내부에서 조차 엇갈렸던 시선을 극복하고 준법경영을 삼성그룹의 문화로 정착케 한 결과다. 삼성 준감위가 미친 영향과 기업 문화의 변화상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7일 10:1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삼성 준감위)가 출범한지 약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국정농단' 사태에 삼성이 휘말리며 그룹의 위기와 함께 탄생한 만큼 강력한 준법경영 감시를 위해 독립기구 형태를 갖췄다.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된 가운데 해외에서 조차 보기 드문 사례로 손꼽힌다.

다만 삼성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던 만큼 출범 초기에는 실효성과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뒤따르며 평가가 엇갈렸다. 하지만 편견을 극복하고 이제는 그룹이 옳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더욱이 하나의 롤모델로서 국내 재계에 준법경영이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재용 회장의 준법의지 반영,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형태

2020년 5월 6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카메라 앞에 섰다. 그리고 거듭 고개를 숙이며 대국민 사과문을 읽어나갔다. 그는 "삼성이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해 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지만 법과 윤리를 엄격히 준수하지 못했다"며 "준법은 결코 타협할 수 없는 가치다.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두 달 앞선 3월 11일. 삼성 준감위는 회의를 열고 이 회장에게 과거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 위반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무노조 경영 원칙 포기 등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시민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이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대국민 사과로 이어진 것이다.

삼성 준감위는 2020년 1월 출범했다.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법원이 삼성에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한 결과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준법과 윤리경영을 강화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이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법조인, 시민단체 등 준법감시 분야 전문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5인의 외부위원과 1인의 내부위원에게 맡겼다.

삼성그룹의 7개 주요 계열사(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I·삼성전기·삼성SDS·삼성생명·삼성화재)와 협약을 맺었다. 그동안 대표이사 직속으로 준법감시 조직을 운영해왔지만 외부에 독립된 기구 형태를 갖췄다. 외부로부터 철저한 감시를 받고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의도였다. 국내 재계에서는 최초로 시도된 사례였다.

삼성 준감위가 철저한 독립성을 부여받았다는 점에서는 해외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우선 경영권 승계, 내부거래, 후원금 지출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한다. 준법경영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의견을 제시해 개선을 권고하도록 했다. 총수나 최고경영자(CEO) 등에 대한 준법경영 핫라인을 설치해 내부고발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했다.


◇독립성으로 극복한 편견, 재계 '롤모델'로 자리잡아

준법감시는 미국 금융권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발전한 개념이다. 이후 일반 기업으로도 확산됐다. 다만 삼성 준감위는 상설 외부 준법 감시기구라는 점에서 국내 최초일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흔하지 않은 사례다. 이에 앞서 가까운 일본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의 히타치(Hitachi)와 쇼와(Showa Corporation) 등이 손꼽힌다. 이들은 이사회나 사내조직의 일부로 운영하고 있다. 컴플라이언스 기준이 더욱 엄격한 금융권인 경우 칸카쿠증권이 대표적이다. 외부기관으로 위원수 4명, 회사 경영진 1명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보조직으로 변호사 3명이 추가된다.

이에 반해 삼성 준감위는 외부 인사가 위원장을 맡는 독립된 조직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위원들을 외부 출신인 위원장이 영입한데다 다수의 여성 위원 참여로 독립성과 다양성을 강화한 점에서 기존 사례보다 더욱 발전된 형태라 할 수 있다. 다만 1~2기 모두 삼성그룹 출신 인사가 1명 포함돼 있다는 점은 일본 사례와 유사하다.

국내 최초인 만큼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설립 초기 의견이 엇갈렸다. '옥상옥'으로 표현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요식행위에 불과할 것이란 시선도 있었다. 심지어 그룹 내부에서 조차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관계사마다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마다 준감위의 검토를 거쳤는지 경영진이 확인할 정도로 필수로 거치는 과정이 됐다.

숫자로 평가받는 사업부가 아닌 만큼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나는 성과는 사실상 없다. 하지만 삼성그룹 전반에 준법경영의 분위기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출범 4년이 다된 지금 준법경영은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재계에도 준감위와 유사한 기구를 도입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구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0월 정경유착을 방지하는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윤리위원회'를 설립했다. 외부위원 4명과 내부위원 1명 등으로 구성했다. 이어 최근에는 카카오가 '준법과 신뢰위윈회'를 출범시키고 경영 쇄신에 나섰다. 이외에 KT도 내부적으로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기구 설립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 문화가 정착하는데 삼성그룹의 영향이 컸다. 일례로 지금의 회계제도 정착은 삼성그룹이 주도한 것"이라며 "다른 기업들이 준감위 형태의 기구를 도입하는 것은 삼성 준감위의 순기능과 효과를 감안한 결정일 것이다. 국내 최초였던 만큼 벤치마킹을 위해 삼성 준감위에 문의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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