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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밑그림' 완성?…삼바에피스, 국내 벤처와 첫 신약 협업 ADC 전문 인투셀과 공동연구 계약…"신규 사업 기회 탐색 일환"

차지현 기자공개 2023-12-11 09:21:56

이 기사는 2023년 12월 05일 16: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신약개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 국내 바이오벤처와 연구개발(R&D) 협력을 맺으면서다. 국내 기업과 원자재 도입이 아닌 공동 연구 계약을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부가가치가 큰 '신약' 사업 진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10여 년간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통해 자본력과 기술력을 쌓은 만큼 관련 움직임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위탁생산개발(CDMO) 사업을 영위 중인 모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고객사와 이해 상충 문제 해결은 사업 확장의 당면 과제로 꼽힌다.

◇국내 벤처와 첫 R&D 맞손, ADC 다크호스 인투셀 낙점

삼성바이오에피스는 5일 인투셀과 ADC 분야 개발 후보물질 검증을 위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투셀은 레고켐바이오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책임자(CTO) 박태교 대표가 2015년 설립한 바이오벤처다. ADC 핵심기술인 링커 부문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했다. 올 초 스위스 ADC테라퓨틱스에 ADC 플랫폼을 이전하며 관심을 끈 기업이기도 하다.

계약에 따라 인투셀은 고유 링커와 약물 기술을 제공한다. 이를 기반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대 다섯 개 항암 표적에 대한 ADC 물질을 제조해 특성을 평가하게 된다.

연구 계약 기간이나 총계약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은 "동물실험을 포함해 인투셀 ADC 기술 경쟁력을 검증하고 그 결과에 따라 양사가 개발 옵션 행사 여부 및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국내 바이오벤처와 R&D 협업에 나선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 의약품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도입 등과 관련해 협력한 경험은 있으나 후보물질 개발 측면에서 공동 연구 계약 체결을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약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시밀러만으로 어렵다…거점 '선행개발본부' 설립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신약 사업 진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특허 만료 바이오의약품을 복제한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성장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약가가 오리지널의약품 대비 20~30% 저렴하게 책정되는 데다 개발할 수 있는 제품도 한정적이다.

여기에 국내외 기업이 앞다퉈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경쟁 제품이 많아질수록 가격이 더욱 내려가는 구조다. 실제 주요 글로벌 제약사(빅파마)는 이미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이라고 판단, 사업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 자웅을 겨루던 셀트리온도 같은 이유로 일찌감치 신약개발로 사업 확장을 결정했다.

10여 년간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통해 자본력과 기술력을 쌓은 만큼 본격적으로 움직임을 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2년 출범한 뒤 총 7종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출시했고 3개 후속 파이프라인도 후기 임상을 마치고 각국 규제당국 품목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연 매출 1조원도 목전에 뒀다.

준비 태세도 갖췄다. 작년 초 선행개발본부를 신설하고 조호성 부사장을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기존 '개발본부'가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집중한다면 선행개발본부엔 신약을 탐색하는 역할을 맡겼다. 이후 R&D 경력을 가진 박사급 인력을 공개 채용하기도 하면서 신약개발 사업 진출 발판을 다졌다.

◇첫 신약 후보 ADC, 삼바 고객사 이해 상충 해결 과제

신약개발 분야에선 ADC 플랫폼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항암 유도미사일'로 불리는 ADC는 암세포에 정확하게 도달해 공격하는 약물기술로 장기 성장성엔 이견이 없는 차세대 분야다. 링커와 페이로드에 대한 특허 만료로 최근엔 차세대 혁신 ADC 플랫폼 탄생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ADC 플랫폼은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이 함께 조성한 삼성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를 통해 국내외 ADC 개발 기업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ADC 플랫폼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스위스 아라리스, 국내 에임드바이오 등이 해당한다.

운명 공동체와 다름없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ADC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제1·2바이오캠퍼스 외 약 3000평 규모 부지에 ADC 의약품 전용 생산 시설을 내년 말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향후 삼성바이오에피스가 ADC 신약을 개발하면 생산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신약개발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고객사와 이해 상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은 과제다. 고객사의 민감한 신약개발 정보를 접하는 CDMO 사업 특성상 신약 사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건 금기에 가깝다. 내로라하는 CDMO 업체 스위스 론자나 중국 우시앱텍도 신약개발엔 선을 긋고 있다. 결국 겸직금지 조항 등 방화벽을 둬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정보 유출 우려는 해소하는 게 관건이 될 전망이다.

조 부사장은 "ADC 핵심 기술인 링커와 약물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인투셀과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당사는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통해 축적한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규 사업 기회 탐색의 일환으로 이번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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