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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사 밸류업 승부수] '문혁수호' LG이노텍 첫 메시지, '포트폴리오 균형' 방점정철동 전 사장의 'FC-BGA 세계 1등' 꿈 승계, 전장부품 '제품군 다각화' 노력

김혜란 기자공개 2023-12-22 11:35:26

[편집자주]

국내 주요 테크기업들이 조직을 재정비하고 2024년을 시작한다. 새로운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을 맞은 곳도 있고 기존 경영진을 유임시키며 사업 연속성에 힘을 실어준 기업도 있다. 유임됐든 새로 왔든, 새해를 맞은 만큼 새로운 성장전략을 내놓고 기업에 에너지를 불어넣을 것이다. 2024년 테크기업을 이끌어갈 주요 경영진들의 새해 메시지와 행보를 통해 앞으로 걸어가야 할, 걸어갈 길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2월 21일 10: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동안 카메라모듈이 중심이었다면 내년부터는 폴립칩볼그레이드어레이(FC-BGA)와 자동차 부품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날 것입니다."

LG이노텍의 신임 대표 문혁수 부사장이 대표로 선임된 뒤 가장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는 체질개선 의지가 담겼다. 지금까지 시장에서 LG이노텍하면 '카메라모듈'과 '애플'로 얘기됐는데, 앞으로는 반도체 기판과 전장(자동차전자장비) 사업 분야에서도 입지를 넓힐 수 있게 전력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문 부사장이 콕 집어 말한 FC-BGA는 전임 정철동 사장이 처음 시작해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사업이다. 후임자로서 전 사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사업을 크게 키우겠단 의지를 내세운 셈이다. 앞으로 LG이노텍의 사업 전략이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구축'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임자가 닦은 터에서 후임자가 만들어낼 결실

LG이노텍의 현재 사업부문은 크게 광학솔루션(카메라모듈)과 기판소재(반도체 기판), 전장부품으로 나뉜다. 이 중 현재는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매출 기여도가 압도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약 81%에 달하는 반면, 기판소재와 전장부품 사업부는 각각 약 9%, 7%에 불과하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부사장)

여기에 광학솔루션 사업부는 애플 의존도가 75% 이상으로 높다. 한 사업부와 한 고객사에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은 LG이노텍 사업구조의 취약점으로 지적돼왔다. 새롭게 경영 총괄자 자리에 오른 문 부사장이 반도체 기판과 전장부품 사업을 화두에 올린 것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부사장은 기판소재사업부에선 FC-BGA를, 전장부품사업부에선 무선 배터리관리시스템(BMS·Battery Management System) 등을 신제품으로 제시했다. 각 사업부 안에서도 '매출처 다변화'가 숙제라는 얘기다.

기판소재사업부의 경우 지금까지 안테나인패키지(AiP), 무선주파수 시스템인패키지(RF-SiP)가 주력이었는데, 기존 통신용 반도체 기판 중심에서 중장기적으로 FC-BGA란 서버·전장용 차세대 반도체 기판까지 사업영역을 넓히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차량용 통신모듈과 조명 모듈이 주력인 전장부품사업부도 차량용 파워(BMS, EVCC) 등 제품군 다각화가 올해 주요 경영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FC-BGA 사업 진척 상황과 과제는

FC-BGA는 전임자인 정 전 사장이 올해 초 "FC-BGA 사업을 반드시 글로벌 1등으로 만들겠다"며 강력한 육성 의지를 표명한 사업이었다. 문 부사장은 첫 경영 메시지로 FC-BGA를 언급해 전임자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 기조를 유지하겠단 뜻을 드러냈다.

신사업을 밀어붙일 추동력은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C레벨'의 결단과 재무적 뒷받침이다. LG이노텍은 두 가지 모두 갖췄다. 2021년 전담 조직을 구성한 뒤 대규모 투자까지 결정하고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 전 사장은 이 사업에만 약 413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지난해 6월 경북 구미 2공장 파일럿라인에서 네크워크·모뎀용, 디지털TV용 FC-BGA를 생산해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한다는 소식까지 알렸다. 또 연면적 약 22만㎡ 규모 구미4공장 인수해 FC-BGA생산라인 구축까지 마쳤으며 올해 하반기부터 이 공장에서도 양산에 돌입했다.

LG이노텍 FC-BGA(LG이노텍 홈페이지)

LG이노텍이 FC-BGA에 주목하는 건 이 시장 성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조사기관 후지 카메라 종합 연구소는 글로벌 FC-BGA 기판 시장 규모가 지난해 80억달러(약 9조9000억원)에서 2030년에는 164억달러(약 20조원)으로 연평균 9%씩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LG이노텍은 상대적으로 기술 난이도가 낮은 통신용 FC-BGA 생산으로 시장에 진입해 점차 서버 쪽으로도 진출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다만 현재 일본과 대만이 주도하는 FC-BGA 시장에서 LG이노텍이 존재감을 더 드러내려면 캐파(생산능력)를 확 늘려야 한다.

지금은 신사업이 양산 초기인 만큼 문 부사장도 앞으로 고객사와 신뢰를 구축해 나가면서 수율을 높이는 작업에 집중, 도약을 준비하는 시간을 당분간 보낼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 측은 "일단 4130억원을 투자하고 장기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나가겠단 기조"라며 "(추가 투자 집행 관련해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장부품사업부 숙제도 '포트폴리오 균형'

문 대표 취임 후 처음 언론에 배포한 사업 관련 보도자료가 전장부품에 관한 내용이었단 점도 눈길을 끈다. LG이노텍은 지난 17일 무선BMS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내년 양산에 들어간다는 로드맵도 제시했다. BMS는 전기차 부품 중 하나로 배터리의 전압과 전류, 온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배터리 성능과 수명을 최적화하는 제어 시스템이다.

지금까지는 유선BMS를 생산했는데 여기에서 케이블과 커넥터를 없앤 게 무선BMS이다. 이러면 차량 무게가 최대 90kg까지 감소하고 케이블과 커넥터가 있던 자리에 배터리를 추가로 넣어 주행거리를 더 늘릴 수 있다. LG이노텍은 전기차 충전용 컨트롤러(EVCC·electric Vehicle Communication Controller)도 무선으로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카메라모듈 쪽 매출 의존도가 워낙 심한 만큼, 전문경영인이 단기간 내 포트폴리오 균형이란 성과를 내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문 부사장의 LG이노텍의 미래를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FC-BGA와 전장부품 사업을 강화해 사업 리스크를 줄이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특정 고객 의존도가 높은 것은 문제"라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선)중장기적 관점에서 FC-BGA와 전장부품 쪽을 키워야 하는 방향성이 맞는다"고 말했다.

LG이노텍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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