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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하나벤처스]'딥테크 전문가' 이강훈 심사역, 차기 동량지재 우뚝현대차·케이런벤처스 출신…기술력 탑재 '유망 스타트업' 발굴 선봉장

이기정 기자공개 2024-01-10 08:16:34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8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강훈 하나벤처스 수석심사역(사진)은 향후 하나벤처스의 동량지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인재다. 초기단계의 유망 기업 발굴에 두각을 나타내며 하나벤처스의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기여해왔다. 산업계 경력을 바탕으로 딥테크 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는 게 최대 강점이다.

입사 4년차를 맞이한 이 심사역은 올해 투자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 초기 투자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중후기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하나금융그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 발굴에도 힘쓸 예정이다.

◇성장 스토리: 카이스트 출신 연구원, 심사역의 꿈을 꾸다

1988년생인 이 심사역은 한성과학고와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학사·석사를 졸업했다. 2014년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에 입사해 친환경 자동차 전자 제어 시스템 개발과 차량 내 제어기 간 통신 사양을 검증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VC 심사역에 대해 알게 됐다. 기업의 반복된 업무에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던 그는 전직을 결심했다. 수차례 VC 합류에 도전한 끝에 케이런벤처스에서 기회를 부여받아 2019년 업계에 입문했다.

이 심사역은 "첫 입사 당시 VC업계는 플랫폼 기업들의 성장으로 상당히 과열된 상황이었다"며 "다만 이같은 흐름에 동조하지 않고 오히려 보수적인 투자를 진행하려고 힘썼다"고 말했다.

케이런벤처스에서 경험을 쌓아가던 그는 2020년 업계 동료 심사역의 권유로 하나벤처스에 이력서를 냈다. 마침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 힘쓰던 하나벤처스에서 이 심사역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이직에 성공했다.

이 심사역이 하나벤처스에 이력서를 낸 건 모회사의 지원을 발판 삼아 대형 하우스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회사 주요 임원들이 젊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비슷한 투자관점을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하나벤처스의 주요 임원들은 1980년대생으로 상대적으로 젊다.

이 심사역은 하나벤처스의 구성원으로 성공적으로 녹아들었다. 아직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은 투자조합은 없지만 '하나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펀드'과 '하나혁신벤처스케일업펀드', '하나케이뉴딜유니콘펀드'의 핵심운용역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투자철학: 안정 지향, 초기투자 선호…경영자 '가치관' 중점 고려

이 심사역은 다른 하우스에서 투자하지 않은 원석과 같은 스타트업을 찾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액으로 회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데다, 스타트업과 특별한 인연을 쌓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실제 현재까지 19개 기업에 투자를 진행했는데 이중 하나벤처스로부터 기관투자를 처음 받은 기업의 비중이 25%에 달한다.

그는 "투자유치 이력이 있는 스타트업에 추가로 자금을 베팅할 때 밸류에이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고 느꼈다"며 "그러다보니 먼저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하자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고 초기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기 투자 기업은 성장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만큼 얻을 수 있는 성과도 크다"며 "성장한 기업들이 과거를 돌아볼 때 '이강훈 심사역'을 처음 회사를 세상에 소개한 동반자로 기억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투자 기업을 선정할 때는 경영자의 가치관을 주의 깊게 살핀다.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충만하면서도 겸손한 태도를 가진 경영자를 선호한다. 또 경영진이 투자를 필수적인 요소가 아닌 성장을 위한 영양제 정도로 여기길 희망한다.

투자 집행 후에는 관여를 최소화하는 스타일이다. 특히 경영 및 사업과 관련된 부분에서의 개입은 하지 않는 편이다. 다만 회사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나 도움을 요청했을 때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선다.

그는 "보통 심사역들이 수십개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데 역량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기업 관계자들보다 회사 기술이나 경영에 해박할 수는 없다"며 "심사역의 역할은 성장을 지원하고, 그 과정에서의 리스크를 최소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영자가 투자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이번 투자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절박하게 투자금을 사용하길 바란다"며 "투자가 없어도 자체적으로 성장이 가능하다는 자신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랙레코드 1: 간편결제 페이민트, 카카오페이 M&A 엑시트로 '멀티플 2배' 성과

간편결제 스타트업 페이민트는 현재 이 심사역이 투자한 기업 중 유일하게 엑시트한 기업이다. 2022년 1월 첫 투자를 시작으로 같은해 12월 팔로우온 투자를 진행했다. 페이민트는 지난해 말 카카오페이에 인수합병(M&A) 됐다. 하나벤처스는 투자 성과로 약 2배의 멀티플을 달성했다.

2014년 설립된 페이민트는 지급결제 솔루션 서비스 '결제선생'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해당 서비스를 활용하면 오프라인 가맹점이 PG(전자금융사업자) 수수료 없이 카드 수수료만 내면 돼 학원 결제 시장에서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성장해왔다.

이 심사역은 페이민트가 타깃한 학원 결제 시장의 특성에 주목했다. 틈새시장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거래액도 크고 꾸준한 수요가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결제선생 서비스가 통할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그는 "페이민트는 여러 대기업에서 군침을 흘릴 만한 사업 아이템을 보유해 당초부터 M&A를 어느정도 염두하고 있었다"며 "투자 후에도 페이민트는 꾸준한 성장을 보였고 결국 가치를 인정받아 인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트랙레코드 2: 딥테크 팁스 선정 '스텔라비전·나르마', 발굴부터 투자까지

인공위성 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텔라비전'과 고속 배송 드론 스타트업 '나르마'는 이 심사역의 투자철학을 엿볼 수 있는 포트폴리오다. 직접 발굴해 초기투자를 진행했고 이를 시작으로 회사들은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먼저 스텔라비전은 회사에 놓인 잡지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스타트업이다. 사업 아이템에 흥미를 느껴 직접 연세대 캠퍼스타운에 찾아가 투자를 제안했다. 당시 스텔라비전은 개인사업자로 투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 심사역의 권유로 법인사업자로 전환했다.

하나벤처스는 스텔라비전에 2억원의 시드 투자를 진행했다. 이후 스텔라비전은 기술성을 일정받아 지난해 10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딥테크 팁스에 선정됐다.

나르마는 하나벤처스에 합류 후 처음으로 투자한 기업이다. 포스텍홀딩스와 함께 프리시리즈A에 참여해 총 15억원을 베팅했다. 이듬해에는 시리즈A 팔로우온 투자를 진행했다. 해당 라운드에는 컴퍼니케이파트너스가 참여해 총 50억원 규모로 딜을 클로징했다.

그는 항공우주 스타트업을 찾다가 우연히 나르마를 발견했고, 사업에 매력을 느껴 먼저 투자를 제안했다. 당시 나르마는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투자는 받았지만 VC업계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스타트업이었다.

나르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첫 분사 기업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시리즈A 투자금을 바탕으로 생산라인 구축과 고중량 틸트로터 개발에 한창이다. 올해 후속 투자유치 후 2025년 상장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나르마가 대전 소재 기업이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봤다. 그의 투자가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 심사역은 부산에 소재한 국내 초소형 인공위성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에 2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 심사역은 "나르마 투자를 진행하며 인연을 맺은 포스텍홀딩스와는 스텔라비전 투자에도 함께 참여했다"라며 "팁스 운영사인 포스텍홀딩스의 도움으로 두 기업이 딥테크 팁스에 선정돼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 후기 투자로 영역 확장, '로봇' 섹터 집중 발굴

이 심사역은 보수적인 투자철학을 바탕으로 그동안 초기투자에 주력해왔다. 후기 라운드로 갈수록 금액이 커지기 때문에 투자 검토 과정에서 소극적일 때가 많았다.

다만 올해부터는 이전보다 공격적으로 중후기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앞서 투자한 기업들의 엑시트 시점도 가까워지면서 초기부터 중후기까지 전 영역에서 회수 성과를 노려보려는 구상이다. 산업별로는 기술력을 갖춘 제조업체에 대한 투자를 계획 중이다. 특히 로봇 관련 기업들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는 "보수적인 투자관을 가지고 있고 기업가치에 민감한 편이다 보니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초기투자 비중이 매우 높다"며 "앞으로는 단계별 포트폴리오 구성을 고려해 팔로우온과 그로쓰 단계의 투자 비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심사역은 재무적투자와 함께 전략적투자도 늘릴 계획이다. 하나금융그룹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회사나, 지역투자·사회공헌·ESG 관련 기업의 성장을 돕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올해도 VC업계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시장 환경에 좌지우지하지 않고 소신껏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이 심사역은 "스타트업들도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곳들이 많은데 문제는 이들이 타기업의 밸류에이션을 토대로 본인들의 기업가치를 정하려 한다는 것"이라며 "이같은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세운 기준으로 투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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