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권 ELS 투자자 '나이·경험' 문제 삼는다 65세 이상 투자자 31%, 최초 투자자 9%…판매사 '적합성 원칙' 위배 집중 점검
최필우 기자공개 2024-01-10 09:39:17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8일 07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손실 위기에 봉착한 홍콩H ELS(주가연계증권) 판매사 현장 검사를 개시한다. 이에 앞서 취합한 업권별 점검 현황을 공개하며 구체적인 검사 기준을 제시했다. 금감원은 은행권 ELS 투자자의 나이가 고령이고 투자 경험이 부족한 사례에 대해 문제를 삼을 것으로 관측된다.◇증권사 대비 높은 고령·최초 투자자 비중
8일 금감원은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홍콩H ELS 주요 판매사에 대한 현장 검사에 나선다. 1월 중 10여개 주요 판매사에 대한 검사를 마칠 예정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 홍콩H ELS 가입자 중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의 가입 금액은 4조6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투자자의 31.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홍콩H ELS에 가입한 은행 고객 3명 중 1명 꼴로 고령 투자자인 셈이다.

고령 투자자 투자 잔액 비중은 계좌 잔액 비중보다 높았다. 고령 투자자의 ELS 투자 계좌는 6만1000좌로 파악됐다. 전체 계좌의 25% 규모다. 고령 투자자가 65세 이하 투자자에 비해 계좌당 투자 금액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홍콩H ELS에 최초로 투자해 잔액이 남아 있는 계좌도 2만2000좌나 됐다. 은행권 내 9.2% 수준이다. 투자자 100명 중 9명이 첫 홍콩H ELS 투자에서 손실 위기에 봉착했다.
은행권은 증권업계와 비교해 고령 투자자와 최초 투자자 비중이 높다. 증권사 홍콩H ELS 가입자 중 고령 투자자의 가입 잔액 비중은 27.7%다. 최초 투자자 계좌 비중은 7.7%다. 두 비중 모두 은행권보다 낮다.
금감원은 은행권의 고령 투자자와 최초 투자자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강조해 그간의 판매 관행을 문제 삼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금융 당국은 은행권이 비이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나이가 많고 투자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에게 무리해 홍콩H ELS를 권했다고 보고 있다.

은행권 고령 투자자와 최초 투자자 비중은 적합성 원칙 위배 근거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적합성 원칙은 금융회사가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투자 특성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권유해선 안된다는 의무를 뜻한다. 고령 투자자와 최초 투자자에게 고난도 금융상품인 ELS가 적합치 않다는 게 금융 당국의 입장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도 앞서 적합성 원칙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이후 "(은행이) 자필 자서를 받고 녹취를 확보했다며 불완전판매 요소가 없거나 소비자 피해 예방을 했다는 입장인 것 같다"며 "적합성 원칙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상품 판매 취지를 생각하면 자기 면피 조치를 했다는 것으로 들린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현장 검사를 재개하면서 판매원칙에 대한 실질적인 준수 여부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법상 형식적 요건 준수 뿐만 아니라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했는지를 살핀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홍콩H ELS 불완전판매가 만연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판매 과정 녹취, 숙려 기간 도입 등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한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이 판매 절차보다 고객 이익을 고려했는지 여부를 검사한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소명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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