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승부수]전문경영인에 힘 싣는 'LF', 신년사 외부 첫 공개오규식 부회장, 대내외적 리스크 속 '변화' 통한 혁신 주문
정유현 기자공개 2024-01-11 11:17:23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8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F가 ‘종합 문화생활 기업’으로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올해도 사업 다각화 가속 페달을 밟는다. 그동안 구본걸 회장이 신규 먹거리 발굴에 나서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근간을 다졌다면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고객 중심의 브랜드 혁신을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특히 올해는 오규식 부회장의 신년사 전문이 외부로 공개된 첫해다. 그동안은 신년 메시지를 임직원들과 공유한 후 경영 키워드 일부만 외부에 알렸는데 올해는 직접 주요 계획과 사업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IR을 재개하며 기업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에 앞장서는 등 시장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는 것과 궤를 함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1년 3월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후 첫 공식 신년사, ‘고객’ 강조
8일 업계에 따르면 오 부회장은 신년 메시지를 통해 올해 ‘고객 경험의 혁신’을 화두로 제시했다. 그동안 강조해왔던 ‘브랜드와 제품력 강화’와 더불어 고객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메가브랜드 육성 전략에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오 부회장의 메시지가 의미가 있는 것은 구본걸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후 전문경영인이 발표한 첫 공식 신년사이기 때문이다. LF는 2021년 3월부터 오규식 부회장, 김상균 사장 '투톱' 전문경영인 체제가 시작됐다. 소유와 경영을 투명하게 분리하고 권한을 위임하며 지속 가능 경영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내부적으로 오 부회장이 신년사를 발표하면 경영 관련 키워드만 외부에 공개되는 구조였다. 지난 2년간 연초에 발표된 '경영전략' 자료가 신년사에서 발췌한 키워드인 것이다. 이번에는 신년사 전문을 공개하며 공식적으로 LF가 지난해 이룬 성과를 치하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동시에 경영 방향성을 알리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해석이 된다. 전문경영인 체제에 더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도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LF는 2014년 LG패션에서 ‘Life in Future'를 의미하는 LF로 사명을 바꿔 달고 사업다각화의 초석을 다지기 시작했다. 기존 보유한 브랜드 사업역량을 ‘의(衣)식(食)주(住)’로 확장하며 종합 문화생활 기업으로의 변신을 준비했다.
사업다각화의 핵심 전략은 ‘M&A(인수합병)'이었다. 2007년 LF푸드, 2019년 코람코자산신탁 인수를 통해 패션에 집중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성공했다. 경기 침체 시 타격이 큰 패션업의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며 안정적인 현금흐름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다각화 실적 본궤도 진입 ‘과제’, 임직원 '자율성' 강조
오랜기간 신사업의 기틀을 마련한 구 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으로 물러나면서 오규식 부회장과 김상균 사장은 사업다각화를 통해 본격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2022년의 경우 패션 이외에 식품 부동산 금융업 등 사업 전 부문이 고르게 성장하며 연간 2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거뒀다. 부동산금융업을 하는 자회사 코람코자산신탁은 2년 연속 호실적으로 외형 확장과 수익성 제고에 힘을 보탰다. 팬데믹의 엔데믹 전환 등 리오프닝 효과로 소비재 부문인 패션, 식품부문 매출도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실적이 뒷걸음질 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2023년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한 1조332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91% 감소한 119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소비경기 둔화에 따른 의류 수요 감소와 신규 브랜드 마케팅 비용 증가 등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았다.
증권가에서는 4분기 패션 성수기를 맞아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청사진을 내놓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 포착된다. 오규식 부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고금리 지속 등 불투명한 경제상황과 예측할 수 없다”며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 속에서 ‘고객의 경험 혁신’을 최우선에 두고 브랜드의 변화 시도, 차별화된 제품 혁신을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지난해 잠시 주춤했지만 올해 실적 반등에 성공하는 것이 숙제다. 전문경영인 체제 아래 사업다각화 전략을 통한 안정적인 성장세를 잇는 것은 중장기적 과제다. 오 부회장은 “올해는 패션 사업을 주축으로 부동산금융, 식품, 이커머스 등 다양한 업종 별로 자원배분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성장의 모멘텀 발굴, 투자 극대화, 주주 가치의 제고를 추구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상황에 대한 해결책은 결국 ‘변화’였다. 오 부회장은 단순히 사업 전략에서의 변화를 당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임직원 개개인의 자율성도 강조했다.
지난해 LF는 창의적 조직문화를 확대하기 위해 기존 연공서열 중심 인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직급을 없애고 개인 직무와 역할에 따라 수평적으로 개인을 구분한다. 직원들의 자기주도적 일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개개인의 성장기회를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오 부회장은 “올해는 구성원 모두가 자율적으로 일하고 성과에 책임질 수 있는 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에 집중해달라”며 “구성원 스스로 브랜드 변화, 고객 가치 창출, 성장 모멘텀의 발굴 혁신의 주체로서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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