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Price Index]박래현 '이른 아침', 6억5000만원 낙찰[서울옥션 1월]143점 중 51점 낙찰, 총액은 29억…박생광 '무당12', 1억5000만원
고진영 기자공개 2024-01-25 16:31:25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4일 14: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옥션이 진행한 라이브 경매에서 우향(雨鄕) 박래현 화백의 대표작이 대부분 새주인을 찾았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이른 아침'이 경합 끝에 높은 추정가와 같은 가격에 팔렸다.내고(乃古) 박생광 화백의 말년을 대표하는 무당 시리즈 '무당12'도 소장가의 품에 안겼다. 이번 경매는 두 화백의 작품 143점으로만 치러졌으며 51점이 낙찰됐다.
◇ 최고가 : 박래현 '이른 아침'
서울옥션이 23일 오후 ‘위대한 만남, 내고 박생광·우향 박래현’이라는 이름으로 개최한 라이브 경매는 낙찰가 총액 29억원에 마무리됐다. 낮은 추정가의 총액이었던 62억원을 밑돌았으나 두 작가의 작품만 출품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평이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소수 작가의 작품을 한 번에 경매할 경우 응찰자들이 특정 작품에 쏠리는 경향이 있다”며 “자연스럽게 일반적인 경매보단 유찰이 많을 수 있지만 주요 작품들의 거래가 성사됐다는 점에서 기대보다 좋은 결과”라고 말했다.
이날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은 박래현 화백의 '이른 아침'이다. 1956년 그려졌으며 입체주의(큐비즘)를 동양화에 적용해 대한미술협회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왜곡되고 과장된 신체 표현, V자 구도의 구성적 특징이 돋보인다고 평가된다.
경매 시작가는 4억4000만원이었으며 3000만원씩 호가했다. 경매에서 시작가는 낮은 추정가와 엇비슷하거나 조금 아래 수준에서 결정된다. '이른 아침'은 온라인과 전화 응찰로 경합이 붙으면서 시작가보다 훌쩍 올랐고 결국 6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애초 예상됐던 추정가는 5억~6억5000만원이다. 판매 가능한 최저 금액인 ‘내정가’를 경매회사와 위탁자가 합의해서 정하는데, 이 내정가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보통 낮은 추정가가 내정가로 통용되기 때문에 '이른 아침'은 내정가보다 비싸게 팔렸다고 볼 수 있다.
'이른 아침'처럼 동양화에 입체주의 화풍을 접목한 '기도'와 '향연'은 각각 4억원에 팔렸다. '기도'의 경우 3억6000만원에서 시작했는데 낮은 추정가인 4억5000만원을 다소 못 미치는 값에 낙찰됐다. '향연'은 추정가와 같은 4억원에 거래됐다.
또 우향의 초기작품 '단장'은 화가로서 출발을 준비하던 그의 결의를 표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다. 경매 시작가는 1억8000만원으로 매겨졌고 1000만원씩 호가했다. 온라인 응찰자들의 경합 끝에 2억5000만원으로 낙찰가가 확정됐다. 낮은 추정가(2억원)보다 비싸게 팔렸다.
◇작가 박래현
우향 박래현은 청각 장애가 있던 김기창 화백의 배우자로도 잘 알려졌다. 1948년부터 1971년까지 김기창 화백과 함께 12회의 부부 전을 개최했다. 부부 전을 통해서만 작품을 전시하다 보니 남편의 이름에 가려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는 평도 적지 않다. 그러나 숱한 실험적 작업을 했고 작가로서 자의식과 색채가 분명했던 인물이다.
대지주 집안 출신으로 1940년 일본 유학을 떠나면서 사실주의 채색화를 배웠다. 하지만 해방 이후 입체주의 화풍에 심취했으며 1962년부터는 추상화의 길을 걸었다. 그의 추상화 연작은 점묘와 번짐 기법이 돋보인다.
1967년엔 미국에서 판화와 태피스트리를 배운다. 당시 서구 미술계에서도 판화는 새로운 기법이었지만 박래현 화백은 빠르게 작품에 활용했다. 하지만 1976년, 56세에 병마로 타계하면서 실험적 작품활동도 중단됐다.
◇박생광 '무당12'
또 내고 박생광 화백의 '무당12'는 이번 경매에서 1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생애 말년 즈음인 1984년 그렸던 작품이다.
또 대표작 중 하나인 '백운대 인수봉 해질녘'은 1억5000만원으로 낙찰가가 정해졌다. 다만 무속 시리즈의 경우 연도미상의 '무속(巫俗)' 출품된 5점이 모두 아쉽게 유찰로 끝났다.
◇ 작가 박생광
박생광 화백은 진주의 부호를 외가로 둔 중류층 농가에서 태어났다. 일본인 스승 쿠미니요네타의 주선으로 1920년대 일본에서 유학했다. 근대 교토파의 선구자인 다케우치 세이호우, 무라카미 가가쿠 등에게 채색화를 배웠다. 1945년 광복과 함께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전통적 수묵기법, 추상화법 등 여러 화풍을 모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채색화는 '일본풍이 짙다'며 당대 화단에서 소외됐다.
이런 외면에서 벗어난 것은 그가 70대 주반에 들어선 1980년 즈음이다. 일본화풍을 벗어나 독자적 화풍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불교와 무속, 단청, 역사화 등을 주제로 토속적이고 민족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화풍을 정립했다.
1985년에 파리 그랑팔레 르 살롱전에 특별초대 작가로 선정돼 초대 받기도 했으나 그 해 7월 후두암으로 별세했다. 지금은 새로운 한국화를 수립한 화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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