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주류업체 생존기]무학, ELS 투자로 요동치는 순이익 '고심'⑤작년 3분기 금융자산평가이익 510억, 변수 큰 금융자산 의존도 '우려'
김혜중 기자공개 2024-02-02 07:02:33
[편집자주]
국내 주류업계는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등 대기업 뿐만 아니라 각 지역을 중심으로 입지를 구축한 중소주류업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내수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주류 트렌드의 빠른 변화 등으로 중소업체들의 경영 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활로를 찾기 위해 저마다 해외 시장 진출,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중소주류업체들이 처한 현 상황을 들여다보고 향후 전략 등 전반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30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무학은 '좋은데이'를 필두로 경남지역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해 온 주류 전문기업이다. 1929년 '소화주류공업사'로 설립된 후 1965년 '무학양조장'으로 상호를 변경하며 희석식 소주 사업을 본격화했다. 2010년대 초반 전성기를 맞아 경남과 부산을 넘어 수도권까지 진출했지만 고배를 마시고 집토끼 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무학의 본업은 '주류'지만 가외 수익인 금융투자사업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상당히 큰 게 특징이다. 자산의 절반 이상을 금융자산으로 투자하고 있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주가연계증권(ELS) 투자 비중이 높다.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자금을 운용하며 유동성 위험에 대한 우려에서 자유롭기는 하지만 주가에 따라 당기순손익이 크게 변동되는 불안정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금융자산 비중 55.9%, ELS로만 510억원 수익...여윳돈 운용 목적
2023년 3분기(누적) 기준 무학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1116억원, 1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지만 급여와 차량유지비 등 판매관리비를 효율화하면서 영업이익은 14% 증가했다.
특히 순이익이 수직 상승했다. 분기순이익은 51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22년 3분기(누적) 분기순손실 512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000억원 가량 향상된 셈이다.
원인은 바로 가외 수익에 있다. 작년 3분기(누적) 기준 무학은 총 613억원의 기타수익을 벌어들였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공정가치금융자산평가이익으로 546억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2022년 3분기에는 공정가치금융자산평가손실 794억원을 기록하며 분기순손실을 견인했다.
순이익이 금융자산의 평가손익에 크게 좌우되는 이유는 금융자산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무학이 보유한 총 자산은 6250억원이다. 그 중 금융자산은 3499억원으로 55.9%에 달한다. 구체적으로는 ELS 투자 금액만 3031억원에 달하며 이를 통해 510억원의 금융자산 평가이익을 기록했다.
무학이 금융자산에 대한 비중을 늘리기 시작한 건 2014년부터다. 당시 무학은 영업이익 80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했다. 이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수익을 위해 금융자산 투자 비중을 늘려 현금을 운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2013년 1603억원이던 금융자산 총액은 2014년 2599억원으로 62.1% 증가했다.
영업이익 기반의 자기자본을 통해 투자를 늘린 만큼 자금 운용에 대한 운신의 폭이 넓다는 평가도 나온다. 2023년 3분기 말 기준 무학의 부채비율은 18.9%으로 건전한 수준이다. 단기차입금은 3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했다.
◇주가 따라 '출렁' 수익 변동성 "분산투자로 손실 최소화"
무학의 금융자산 비중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56%에 달한다. 10년 전보다 7.4%p 확대된 수치다. 문제는 금융투자를 늘리면서 실적 변동성이 덩달아 커졌다는 점이다.
일례로 2018년 영업손실 100억원에 이어 금융자산에서도 212억원 상당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면서 당기순손실은 202억원까지 늘어났다. 이로 인해 2019년 미국계 헤지펀드 'SC펀더멘털'로부터 과도한 금융자산 운용으로 인해 주주 제안을 받기도 했다. 2022년에는 엔데믹과 판매관리비 절감의 효과로 영업이익 156억원을 냈지만 금융자산에서 254억원의 평가손실이 나면서 당기순손실 132억원을 기록했다.
무학 측은 금융투자 수익의 변동성에 대한 우려를 인정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분산투자 방식을 채택해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2014년만 하더라도 무학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ELS와 상장 및 비상장 주식에 국한됐다.
2023년 3분기 말 기준 무학은 수익증권과 상환전환우선주에 대한 투자도 단행하며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3499억원의 총 금융자산 중 상장주식에 151억원, 수익증권에 48억원, 상환전환우선주에 191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물론 ELS 투자 금액은 3031억원으로 비중이 가장 크다. 다만 ELS도 △KOSPI200+S&P500+NIKKEI225 △KOSPI200+S&P500+항셍 △S&P500+항셍+NIKKEI225 세 종류의 상품으로 각각 나눠서 운용하고 있다.
무학 관계자는 "금융투자는 재무팀에서 따로 관리한다"며 "투자심의위원회를 통해 지수와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황에 따라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토스 IPO]외국계 로펌 물색…ADR 상장 유력
- 'ROE·ROA 1위' 키움증권, 3개 분기 연속 2000억대 순익
- 상장요건 유예 만료 앞둔 메드팩토, '4종물질' 활용법 주목
- [IB 풍향계]KB증권, 잇따른 코스닥 기업 유증 딜 '쏠쏠하네'
- [IB 풍향계]한국증권, 주관 1위 눈앞…더본코리아 IPO로 '막판 스퍼트'
- [IB 풍향계]'어수선한' 한양증권, 핵심 IB 이탈은 '아직'
- [IB 풍향계]파두·이노그리드에 주춤한 NH·한국...삼성, 최대 '수혜자'
- NH투자증권, 다시 살아난 PF 효과…짭짤한 IB 실적
- [Market Watch]'속도전 vs 관망' 갈림길 선 코스피 IPO 대기주자들
- [DB금투 밸류업 점검]기업가치 상승 '키포인트' IB가 쥐고 있다
김혜중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대명소노 뉴 청사진]신성장동력 발굴 '특명', 다채로운 사업 확장 '주목'
- 이랜드그룹, '4000억' 자산 유동화 가능성 '고개'
- [대명소노 뉴 청사진]사업 다각화 '승부수', 항공업으로 '성장 2막' 그린다
- [더본코리아를 움직이는 사람들]홍신유 구매물류사업 총괄, 신사업에 역할도 '확대'
-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2030년까지 7조 투자, 재무 건전성 문제없어"
- [더본코리아를 움직이는 사람들]강석천 CFO, '보수적' 자금 운용 기조 이어갈까
- 이랜드리테일, '강남 e스퀘어 유동화' 1900억 수혈
- [더본코리아를 움직이는 사람들]최경선 가맹사업본부 총괄, 점주 갈등 '봉합' 과제
- [더본코리아를 움직이는 사람들]'안살림' 강석원 각자 대표, IPO 성사 특명
- [2024 이사회 평가]오리온, 아쉬움 남긴 '평가장치 부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