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2월 21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는 자본시장을 가장 잘 활용하는 그룹이다. 오너가 직접 나서 파이낸셜스토리 중요성을 강조할 정도다. 근래 자본시장을 주도한 기업 중 첫 손에 꼽힌다. 그간 만나왔던 투자은행(IB) 관계자들 입에서 가장 많이 이름이 오르내리는 그룹이기도 하다.SK가 국내 정상급 그룹으로 성장한 저변에는 적재적소에 이뤄진 인수, 매각이 있었다. 대표작인 SK하이닉스를 필두로 적중률 높은 인수합병 전략은 성장에 큰 몫을 했다. 재무적투자자(FI)들과의 협업은 긴밀했다. 덕분에 SK가 자본시장에서 갖는 위상은 공고했다.
파죽지세 같았던 SK 내부 분위기에 변화가 감지된다. 공격적인 펀딩과 투자 일변도에서 신중 모드로 스탠스가 변하는 모습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초래된 후폭풍도 작지는 않았다. 지난해 11번가 콜옵션 사태를 계기로 프라이빗에쿼티(PE), 기관투자자(LP)를 비롯한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시선이 냉랭해진 것도 사실이다.
이번에는 SK케미칼이 추진하던 제약사업부 매각이 무산됐다. 일찌감치 인수자로 낙점한 글랜우드PE와 본계약 직전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조정까지 마무리 단계였던 상황에서 SK 측이 먼저 발을 뺀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관계자들은 다시 한 번 갸우뚱하는 반응이다.
조 단위 빅딜까지도 척척 해내던 SK그룹이다. 파이낸셜스토리로 이름 높았던 이미지에 걸맞지 않다. 물론 SK로서도 할 말은 있다. 콜옵션 포기, 매각 철회 모두 경영상 충분히 택할 수 있는 옵션이다. 다만 오랜 파트너였던 FI들이 신중한 태도를 갖게 만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SK그룹의 달라진 행보에는 그룹 내 의사결정 구조 변화가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그룹 최고 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맡았다. 연말 인사를 통해 수펙스 내 투자 담당자들을 대대적으로 쇄신했다. 새 부대에 새 술을 담는 격이다.
그래서 작금의 상황은 변곡점에 들어선 SK그룹의 성장통이라고도 볼 수 있다. 과거와는 달라진 파이낸셜스토리를 써내려가기 시작한 셈이다. 단지 그 출발선상에서부터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투자는 프로의 세계다.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냉혹한 생태계다. 언제까지나 성장통으로만 치부할 순 없다. 중요한 것은 자본시장을 대하는 SK의 대처다. SK는 이미 외부 투자금을 한계치 수준으로 끌어왔다. 앞선 두 사례는 SK를 믿고 거액을 투입한 파트너들에게 우려를 주고 있다. 새 파이낸셜스토리를 풀어내기 위해선 SK가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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