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엔지니어링은 지금]활용법 애매해진 무한, 결국 페이드아웃2005년 M&A 이후 후계 승계 수단 지목…작년 12월 청산 완료
김경태 기자공개 2024-03-06 07:35:21
[편집자주]
주성엔지니어링은 황철주 회장이 31년 전 창업한 반도체 장비사다. 1998년 원자층증착(ALD) 장비를 세계 최초로 양산화에 성공하면서 업계 내 입지를 비약적으로 확장해 왔다. 하지만 작년 업황 악화와 최대 거래처의 투자 감소로 역대급 실적 감소를 경험했다. 디스플레이, 태양광 분야 등 신사업 영역을 성공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더벨이 변곡점을 맞이한 주성엔지니어링의 사업 현황과 전망, 지배구조 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8일 15시2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황철주 회장이 1993년 창업한 이후 자체적인 기술력 강화뿐 아니라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도 일찌감치 눈떴다. 19년 전 원자층증착(ALD) 장비업체 '무한'을 인수했다.무한은 주성엔지니어링의 식구가 된 뒤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한때 황 회장의 자제가 지분을 헐값에 취득하며 승계 도구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황 회장이 자녀에 대한 경영권 승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하면서 활용법이 애매해졌고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2005년 '무한' 128억에 인수, ALD 장비 경쟁사 축소
주성엔지니어링은 2005년 1월 무한을 인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무한 지분 93.78%를 약 120억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할 방침을 밝혔다. 그 후 같은 해 3월 24일 무한 인수를 완료했다. 당시 자사주를 제외한 지분 98.11%를 128억원에 매입했다.
무한은 1998년 설립된 반도체 장비사다. 당시 원자층증착(ALD) 장비업계는 주성엔지니어링, 아이피에스(현 원익IPS), 무한 3파전이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무한 인수를 통해 업계를 2파전으로 재편하는 효과를 얻었다.
당시 주성엔지니어링은 무한 인수를 통해 △ALD 시장에서의 국내 업체 간 경쟁과 중복 투자 방지 △차세대 장치 연구개발에 집중 △우수한 기술인력 확보를 통한 선택과 집중 등의 효과를 얻을 것이라 밝혔다. 특히 무한이 보유한 고온 히터 기술을 활용해 LP CVD(저압화학 증착장치)와 LED용 MOCVD(금속유기 증착장치) 장치 분야에서 기술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무한은 주성엔지니어링에 인수된 이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다. ALD 장비와 관련해 주성엔지니어링으로 매출처가 일원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눈에 띄는 실적을 거두지 못했다.
무한이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때는 2012년 회계연도가 마지막이다. 2013년 매출은 0원, 영업손실 24억원을 기록했다. 그 후 수십억원의 매출과 이익을 낸 적이 있지만 오랜 기간 지속되지 못했다. 2019년에 거둔 매출 72억원, 영업이익 18억원이 2010년대의 역대 최대 실적이었다. 2021년부터는 매출 0원에 적자를 나타냈다.
◇후계 승계 활용 '무위' 그쳐, 작년 12월 청산 완료
주성엔지니어링은 무한을 인수한 뒤 후계 승계의 비히클(vehicle)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적이 있다. 황 회장의 아들인 황은석 씨, 황 회장의 부인인 김재란 여사가 2014년 무한의 지분을 각각 49%, 11%씩 보유한 주주로 등장했다. 당시 은석씨가 무한 지분을 인수한 금액은 1억4000만원에 불과했다.
다만 당시 황 회장은 무한이 후계 승계를 위해 활용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또 아들에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은석 씨의 무한 지분 인수는 특허 문제로 청산이나 합병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법인 활용법을 고민하다 나온 결과물이라 설명했다.
황 회장의 고민은 무한의 이사회 참여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무한을 인수한 직후부터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했다. 2018년 1월에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하지만 불과 1년 8개월이 지난 2018년 8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은석 씨도 무한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했지만 대세를 바꾸기에는 어려웠다. 그는 2016년 3월 사내이사로 참여한 뒤 두 차례 중임했다. 그 후 2020년 12월 사내이사에서 물러났다.
무한의 적절한 활용법을 찾지 못한 주성엔지니어링은 결국 법인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2020년말 무한의 청산을 결정했다. 은석 씨가 무한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것도 법인 청산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그 후 주성엔지니어링은 무한의 청산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지 못했다. 매분기 보고서를 제출할 때마다 무한의 청산이 진행 중이라 밝혔다. 무한의 청산은 작년 12월 완료됐다. 청산인은 김병철 주성엔지니어링 부사장(환경안전본부장)이 맡았다.
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후계 승계와 무한 청산에 관해 "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김화진칼럼]영국 RBS
- '환경 변화 고려' CJ제일제당, 그린바이오사업 계속 키운다
- [DN솔루션즈 IPO]고심끝 상장 철회…비우호적 시장 환경에 '결단'
- [i-point]신테카바이오, ‘2025 글로벌 IP 스타기업’ 선정
- [i-point]채비, 서울시 전기버스 충전 인프라 확대 사업자 선정
- [영상/Red & Blue]현대엘리베이터 '주주환원, 리포트, 실적' 삼박자
- 기지개 켜는 인성정보의 '헬스케어'
- [i-point]인텔리안테크, 정부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 '핵심'
- [NHN 리빌딩]'아픈 손가락' 콘텐츠, 더디지만 잠재력 확신
- [영상]‘메타가 탐낸’ 퓨리오사AI의 백준호 대표에게 들었다…회사의 향후 계획은
김경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HB그룹은 지금]종합엔터 거듭난 HB엔터, '중국자본 동행' 기대감
- HPSP, 예스티 상대 소극적권리심판 항소
- 트럼프 시대, 삼성에 필요한 단어 '그룹'
- [HB그룹은 지금]HB테크놀러지·솔루션, 신성장동력 가시화 언제쯤
- [IR Briefing]LG전자, 조주완 승부수 '적중'·인도법인 IPO '느긋'
- [IR Briefing]'저점 확인' 삼성SDI, 신성장동력 '만반의 준비'
- 삼성전자 미국법인, 인하우스 로비스트 활동 강화
- [HB그룹은 지금]HB테크놀러지·솔루션, HPSP 투자 대박·삼성D 신뢰 '굳건'
- [HB그룹은 지금]장남 승계 확고, 옥상옥 구조 '지배구조 변신'
- [HB그룹은 지금]문흥렬 회장, 정치학도 상사맨의 반세기 영토 확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