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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꼬 트인 방산 수출]한숨 돌린 현대로템…'폴란드 대박' 남은 과제는②K2 전차 공급 물량, 현지 생산 규모 등 협상 필요

임한솔 기자공개 2024-03-06 09:15:00

[편집자주]

'전쟁'이란 급작스럽게 발발하는 것이니 'K-방산'에 대한 관심 급증도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다만 적응은 빠를수록 좋은 법. 폴란드와 무기 계약 협상에서 어려움을 겪던 요즘, 여야가 한국수출입은행의 금융지원 한도를 늘리며 숨통을 확 트이게 했다. 특히 중동과 아프리카 등 그동안 접점이 적었던 지역들과도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또 다른 수출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더벨은 국내 방산 업계가 새로운 변곡점을 맞는 시점에 각사별 상황과 전망 등을 진단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4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로템은 2022년 7월 폴란드 정부와 K2 전차 1000대를 공급하기 위한 기본협정을 맺었다. 같은 해 8월 먼저 180대, 약 4조5000억원 규모에 관한 1차 실행계약이 이뤄졌다. 현재 남아있는 물량은 820대에 해당한다.

시장에서는 현대로템이 이번 수출입은행법 개정에 힘입어 나머지 K2 전차 820대에 대한 2차 계약 체결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폴란드 정부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국내 정책금융기관으로부터 방산 수입을 위해 더 많은 금융지원을 받을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로 계약 체결이 이뤄지기까지는 아직 많은 고비가 남아 있다. 남은 전차를 어디서 얼마나 생산할지,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지 등을 놓고 폴란드 정부와 긴 협상이 필요할 전망이다. 수출입은행법 개정은 현대로템이 폴란드로부터 대규모 추가 수주를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조건인 셈이다.

◇폴란드 전차 현지생산 계획 주목

일단 K2 전차 820대 공급을 한꺼번에 계약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1차 계약 때의 가격을 고려하면 820대 전체 가치는 무려 20조원이 넘는다. 폴란드 정부가 올해 확보한 국방 예산은 1181억즐로티(약 39조5000억원). 국내 정책금융기관의 지원을 받는다해도 820대를 한 번에 도입하는 건 지나친 부담이다.

이에 따라 현대로템과 폴란드 정부는 820대를 나눠서 순차적으로 계약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공급 물량만 정하는 게 아니다. 현지 생산 계획도 함께 풀어가야 한다. 현대로템은 K2 전차 1차 물량인 180대는 국내에서 생산해 보내지만 나머지 820대부터는 기술이전을 통해 일부를 폴란드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국내 500대, 폴란드 320대 등의 계획이 해외매체를 통해 전해진 적이 있지만 확정된 숫자는 아니다.

폴란드에서 생산될 K2 전차(K2PL).

현대로템은 K2 전차 현지 생산을 위해 지난해 폴란드 방산업체와 컨소시엄을 꾸렸다. 2차 계약이 체결될 경우 구체적인 기술이전 내용과 현지 생산 규모, 현대로템이 받을 로열티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르게 된다. 안보와 직결된 방산 기술을 해외에 제공하는 만큼 한국 정부와도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 부품과 소재 등 공급망을 구축하는 문제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현지 생산이 가동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들 것으로 보인다.

애초 폴란드 정부가 남은 820대를 모두 사려할지 불확실하다는 시선도 적지 않다. 최근 폴란드 정권이 교체되면서 정부의 무기 도입 의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 정계에서는 1차 계약 당시 K2 전차를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들여왔다는 의견이 고개를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들어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이 폴란드에 전차 판매를 타진하고 있기도 하다.

◇방산 앞세운 실적 개선, 올해 성과 주목

여러 난제에도 불구하고 폴란드와의 방산 계약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만큼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로템 디펜스솔루션(방산)부문은 지난해 매출 1조5781억원을 거둬 전년 대비 49% 성장했다. 폴란드로의 K2 전차 공급이 본격화한 덕이다. 늘어난 매출은 현대로템이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기여했다.

다만 실적 성장을 뒷받침할 수주 성과는 비교적 저조했다. 지난해 디펜스솔루션부문 신규 수주는 전년 대비 69% 줄어든 1조6313억원에 그쳤다. 폴란드와의 2차 계약이 이뤄지지 않아 역기저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렇다 보니 2차 계약 체결을 뒷받침할 수출입은행법 개정 여부는 올해 현대로템 실적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꼽혀 왔다.

(출처=현대로템 IR 자료)

업계에서는 일단 금융지원 한도만 확대되면 공급 규모와 별개로 계약 자체는 체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키움증권은 "성능 대비 가격, 유지보수가 저렴한 K2 전차의 대체재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폴란드 2차 계약은 성사 여부보다 시기의 문제라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현대로템이 수출입은행법 개정에 힘입어 폴란드 이외 유럽 국가로 진출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루마니아, 체코 등이 차세대 전차 도입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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