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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회사가 LP, 칸서스운용의 딜레마 [thebell desk]

이명관 기자공개 2024-03-08 08:00:13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5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칸서스자산운용이 폴라리스쉬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폴라리스쉬핑의 대주주인 폴라에너지앤마린에 빌려준 대출 1580억원 회수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한 차례 만기를 연장했고 또다시 기한이 도래했다. 결과는 이번에도 만기연장이다.

그런데 상황이 다소 묘하다. 차입금 만기연장 관련 협상의 헤게모니가 대주인 칸서스자산운용에 없는 듯하다. 오히려 차주와 비교하면 거의 비슷하거나 다소 열위에 있는 모양새다. 이 같은 분위기를 잘 드러내는 대목은 칸서스자산운용이 차주가 자회사에 빌린 차입금 상환까지 책임지겠다는 방안이 만기연장안에 담겼다는 점이다.

방식은 이렇다. 칸서스자산운용이 직접 3000억원의 펀딩을 한다. 해당 자금으로 폴라에너지앤마린에 빌려준 대출을 리파이낸싱을 한다. 남은 자금을 활용해 폴라에너지앤마린이 자회사인 폴라리스쉬핑에 빌린 차입금을 갚는다. 통상적인 대주의 행보로 보기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의사결정이다.

칸서스자산운용의 이 같은 결정은 협의 과정을 살펴보면 어느정도 납득이 되는 부분이 있다. 사실 이번 협의 과정에서 칸서스자산운용은 온전히 대주로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모기업의 눈치를 봐야했다. 칸서스자산운용이 폴라에너지앤마린에 대출을 해주기 위해 만든 펀드의 최대 출자기관(앵커 LP)이 바로 모기업인 HMG그룹이다.

부동산 디벨로퍼인 HMG그룹은 대출로 묶여 있는 자금을 빠르게 회수하길 희망했다. 부동산 시장이 현재 저점이라는 판단에서다. 고금리 기조 속에 대출 이자를 버티지 못하고 공매로 나오는 물건들이 향후 쏟아질 것이란 생각에 미리 실탄을 준비해 놓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칸서스자산운용은 폴라에너지앤마린에 자금을 대출해줄 때 반대급부로 받은 폴라리스쉬핑 지분을 활용, 딜을 장악하길 원했다. 만기 연장 대신 질권을 실행하고, 직접 대주주 지분을 매각하는 식이다. IB출신의 칸서스자산운용의 수장인 김연수 대표는 이번 딜만 성공적으로 끝내면 나름대로 의미있는 레코드를 쌓을 수 있는 기회로 여긴 모양새다. 실제 김 대표는 현재 해당 펀드를 직접 챙기고 있다.

결과적으로 질권을 실행하고 직접 폴라리스쉬핑을 매각하겠다는 김 대표의 생각은 관철되지 못했다. 대신 직접 딜에 관여하겠다는 김 대표의 뜻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고, 3000억원 규모의 펀딩안까지 나왔다. 칸서스자산운용이 대주와는 거리가 다소 먼 행보를 보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모기업을 LP로 유치한 펀드의 한계라고도 할 수 있다. 펀딩 측면에서 보면 모기업이 든든한 우군이 되기도 하지만 정작 의사결정 과정에서 LP가 아닌 모회사로서 개입할 여지가 커서다. 자본시장법상 LP는 위탁운용사에 관여해선 안된다. 그럼에도 간접적으로 입김을 드러내곤 한다. 이번 사례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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