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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경쟁사로 본 쿠팡의 성장사

정유현 산업3부 차장공개 2024-03-14 07:11:05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7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여년 전만 해도 IT 업체와 스타트업을 한데 묶어 막내 기자에게 출입처로 배정하는 언론사가 많았다. 당시 쿠팡·티몬·위메프로 대표되는 소셜커머스 업체들도 신생 스타트업으로 분류됐고 취재에 크게 힘을 주지 않는 구조였다. 막내 시절 소셜커머스를 담당하면서 '개인 맞춤형 콘텐츠' 등의 모바일 전략과 매출로 직결되는 거래액 정도만 분석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소셜머커스가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등장한 것은 2010년이다. 등장 3년만에 거래 규모가 3조원을 돌파하자 전통 유통 업계에 약간의 긴장감이 돌았다. 1위 자리는 엎치락뒤치락했지만 성장 속도가 남달랐던 곳은 쿠팡이었다. 2014년 로켓 배송 시스템을 도입한 후 티몬과 위메프를 제치고 막강한 1위로 올라섰다. 휴일과 주말 상관없이 주문 후 다음날 배송해 주는 시스템을 도입하며 빠르게 입지를 다졌고 외형도 커졌다.

하지만 시장에서 쿠팡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삐딱했다. 혹자는 '눈엣가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1~2년이면 망할 것'이란 냉소적 전망도 나왔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해외 자본 유치를 통해 실탄을 확보했고 투자를 지속했다. 다른 산업에 출입하던 시기에도 유독 쿠팡의 누적 적자 소식은 자주 들렸다. 가끔 쿠팡 직원을 만날 때마다 괜찮냐는 질문을 던졌는데 회사 험담보다는 "계획된 적자"임을 강조하며 호탕하게 웃기도 했다.

10년 만에 출입처로 만난 쿠팡의 위상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유통 시장 경쟁구도를 말할 때 '이마·롯·쿠'(이마트, 롯데, 쿠팡)라는 신조어를 쓴다. 유통 업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면 대부분 쿠팡을 견제했고 사실 이런 분위기가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더 이상 쿠폰을 팔던 스타트업이 아니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제풀에 꺾일 줄 알았던 쿠팡은 적자를 멈추고 지난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의 성적표를 받았다. 매출은 31조원을 넘어서며 외형으로는 국내 유통 1위사로 등극했다.

쿠팡은 축배를 들 시간도 없이 또 다른 경쟁 상황에 놓여있다. 알리와 테무 등 자본력을 등에 업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등장하면서다. 유통 업체들이 정부에 한목소리를 내긴 하지만 가장 타격을 입을 곳은 단연 쿠팡이라고 콕 집는 묘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불편했던 쿠팡의 독주를 막아줄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 마침 반갑기라도 한 모양새다.

예상대로 쿠팡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알리는 제로 수수료를 무기로 한국의 셀러들을 모집하고 있고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던 신선식품 진출도 알렸다. 존재감을 키워가고는 있지만 사실 예상했던 수준이다. 자본력이 가장 무서운 요소지만 쿠팡의 로켓 배송 같은 차별화된 무기가 아직 없는 점은 다행이다.

중국 업체의 공습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형성됐지만 이들을 상대할 수 있는 맷집이 있는 곳 또한 쿠팡뿐이다. 중국과의 커머스 경쟁 속에서 또 한 번의 혁신을 창출해 성장의 계기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곳이라 믿는다. 10년 전 로켓 배송을 도입했듯이 새로운 가치를 발굴해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아마존'으로 거듭날 수 있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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