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영역 넘나드는 '종합싱크탱크' 한국은행 수출 현안인 TBT 영향 분석과 제언까지…"한은 입장에서도 필요한 연구"
이재용 기자공개 2024-03-14 13:07:32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3일 07시4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은행이 경제연구 부문에서 산업영역을 넘나드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거시적 현상 해설에 머무르던 연구가 산업에 대한 미시적 접근으로 확장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공언한 '국내 최고 싱크탱크'로서의 역할 변모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한은은 12일 신상호 한은 국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과 장용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가 집필한 '수출대상국의 무역기술장벽(TBT)이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 수출의 내·외연적 한계와 산업 특성에 따른 비교' 보고서를 공개했다.
해외 TBT가 증가해도 수출금액에는 큰 영향이 없지만, 추가 비용 발생을 감당하지 못하는 소규모 기업의 퇴장을 촉진한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다. TBT가 1% 증가할 때 수출기업 수는 0.22%가량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다자적 WTO 소송제기, 양자적 상호인정협정(MRA) 등 무역협상 차원의 대응 전략도 제시됐다. 다만 중소기업 생산성과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야만 궁극적으로 TBT 무역장벽을 극복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수출 등 산업영역에서만큼은 현상 해설 수준에 머무르던 기존의 한은 보고서와는 결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사실상 TBT와 기업의 수출활동에 대한 미시적 실증분석에 가깝다.
신 부연구위원은 "무역이나 수출을 다루는 논문 같은 데서는 기본적으로 거시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약간 미시적으로 접근하는 게 통상적"이라며 "현안의 특성에 맞는 방법으로 접근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TBT 대응 등 수출, 무역 산업과 연관된 특정 규제에 대한 분석 및 대응방안 논의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과 산업연구원 등 산업계의 몫이었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수출과 무역에 관해서는 수요와 공급에 의한 불균형 점검이나 지표에 따른 등락 요인 등의 분석이 주를 이뤄왔다.
그러던 한은이 TBT 관련 미시적 실증분석을 내놓은 것은 영역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신 부연구위원은 "영역을 넓히는 측면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한은 입장에서는 필요한 연구를 하는 것"이라며 "거시 건전성 등에 연관이 되다 보니 안 할 이유가 없지 않나"라며 생각을 전했다.
이미 다른 분야에서는 현실 진단을 넘어 정책적 조언을 하기 시작한 한은이다. 앞서 우리나라의 당면 과제인 저출산 문제를 다룬 한은 경제연구원의 '초저출산 및 초고령사회: 극단적 인구구조의 원인, 영향, 대책' 보고서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정부와 반대 스탠스로 해석될 만한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한은이 이처럼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데에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의지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취임식에서부터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로서 굳건해지도록 노력하자"며 "한은의 연구성과가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수립에 기여하고 민간부문의 의사결정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 취임 이후에는 여러 현안 영역에 대한 조사 및 연구결과가 보고서 형태와 블로그 등을 통해 활발히 개진되고 있다. 학술 연구조직인 한은 경제연구원 원장에는 40대인 이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앉히고 '특급'인 부총재보급으로 격상해 힘을 실어준 것도 싱크탱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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