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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바이오는 지금]'공격적 R&D' 필요와 부담 사이, 항암 집중의 당위성③유망주 희귀비만증 치료제 팔면서 선택과 집중, 전임상까지 라인업은 항암

최은수 기자공개 2024-03-15 08:49:33

[편집자주]

LG그룹의 40년 바이오 집념은 제미글로와 팩티브라는 국산신약을 만들어낸 저력으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신약은 쉽지 않은 길, LG그룹 역시 붙였다 떼었다 하는 부침을 겪었다. 그리고 LG화학 품에 다시 안착한 지 7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만들어 낸 성과로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국산신약 1호라는 타이틀을 넘어 '빅바이오텍'이 된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주력 전략은 '항암신약', 퀀텀점프를 위해 예열 중인 LG화학 바이오의 현재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3일 09: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향후 3년 동안 1조원을 쏟겠다는 LG화학의 바이오 R&D 전략은 그간 LG가 보여줬던 유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르다. 공격적인 전투태세에 더 가깝다. 2017년 LG화학의 이름표를 달고 새출발한 이후 '벤처'가 아닌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자립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사실 LG화학이 작년 바이오 사업을 통해 일으킨 매출 1조원은 국내서나 상징성을 가질 뿐 글로벌 시장에 나갈 체급은 아니다. 바이오에 투입한 3700억원의 연구개발(R&D) 비용도 글로벌 기준으론 그다지 많지도 않다.

그래서 더 많은 돈을 퍼붓겠다는 공격적인 태세는 40여년 바이오사업을 해본 경험 속에서 자생한 위기감에서 비롯된다. 리듬파마슈티컬스와의 의문의 기술이전(L/O) 딜, 아베오 인수 후 항암 중심 파이프라인으로의 개편 등은 바이오 사업을 보다 효율적이고도 공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희귀비만증 치료제 의문의 빅딜' 배경 늘어나는 R&D 비용 충당

LG화학이 바이오 사업으로 그리는 중장기 로드맵은 2030년까지 '5개의 혁신신약'을 완비한다는 분명한 목표다. 이 과정에서 상업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던 희귀비만증 파이프라인을 올해 초 경쟁사 리듬파마슈티컬스에 기술이전한 것을 두고 시장에선 여러 의문을 제기했다.

LG화학은 해당 거래로 약 1300억원의 업프론트(선급금)를 받았다. 업프론트 규모로 놓고 보면 국내 L/O 역사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가지만 계약 총액은 4000억원으로 순위권 밖이다. 업계선 업프론트가 크지만 계약총액이 작은 딜은 통상적으로 바이어보다 파는 주체의 의중이나 상황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한다.

더욱이 LG화학은 해당 딜에서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개발 및 판매 권리를 모두 넘겼다는 건 많은 것을 시사한다. FDA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을 만큼 유망한, 더욱이 최근 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핫한 트렌드로 부상한 '비만' 파이프라인 개발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이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왜, 그것도 경쟁사에 비만 파이프라인을 팔았을까. 단순한 R&D 변심, 전략의 변화로 치부할 순 없다. 먼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바이오부문 R&D 규모와 비중에서 이 딜의 배경을 엿볼 수 있다.


바이오를 향한 베팅액이 늘어났다는 것은 LG그룹이 바이오를 버리거나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 이면까지 살펴보면 내부적으로 비용 지출로 인한 부담이 함께 커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LG화학이 2017년 생명과학부문을 흡수할 당시만 해도 바이오 투자 비중은 LG화학 R&D 전체의 5%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2020년 들어서는 두자릿수를 넘었고 올해는 2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어 앞서 생명과학부문에 투입한 R&D 금액엔 2022년 아베오파마슈티컬스 인수대금 약 7000억원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단적으로 LG화학이 이번 희귀비만증 치료제 파이프라인의 계약을 통해 당장 확보하게 된 금액은 1300억원이다.

그러나 이는 올해 생명과학사업부문이 예고한 분기 R&D 비용에도 미치지 못한다. 생명과학부문이 벌어들이는 연간 영업이익인 단 300억원 안팎으로 축소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자립적으로 R&D 비용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美 항암 전진기지 7000억 베팅으로 확보, 파이프라인 대대적 개편 끝

LG화학의 혁신신약 전략이 아베오파마슈티컬스 인수 이후 항암제 중심으로 움직이는 점은 앞서 L/O 외 파이프라인 개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항암제 개발은 특히 시간과 비용이 더 필요한 분야다. 규모가 커지는 후기임상 파이프라인 비중을 갑자기 늘리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전체 후기임상 프로그램 가운데 항암 비중은 전체의 20%(2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임상을 포함하는 12개의 초기 물질 가운데 8개가 항암이다. 한 때 40개 가까이 늘어났던 파이프라인도 과감히 솎아냈다. 아베오 인수 후 불과 2년 사이 파이프라인 개요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려면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 항암제 개발이다. LG화학 내부에서도 항암사업을 스페셜티 케어(Specialty care) 영역으로 분류하고 있다. 항암은 생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과 함께 각별한 에너지, 즉 시간과 비용을 쏟아야 가능한 전문 영역이라는 의미에서다.


그렇다고 LG화학이 프라이머리 케어(Primary Care), 즉 대사·피부 영역을 모두 내려놓은 건 아니다. 티굴릭소스타트의 임상 3상 결과 역시 수 년 안에 마무리되고 매각설이 불거졌던 에스테틱 사업 역시 주요 국가 및 해외 지역에서 품목허가(NDA)를 신청하며 확장 일로를 걷고 있다.

하지만 '캐시카우'로 삼는다고 하더라도 스페셜티와 프라이머리 두 영역을 모두 운용하기 위해선 무언가는 내려놓을 용기도 필요하다. 이 전제까지 바탕에 두고 나면 LG화학, 더 나아가 LG그룹이 아베오에 7000억원을 베팅하고 내부적으로 기대를 걸었던 유망 물질을 내놓으면서 그려온 신성장동력 바이오라는 퍼즐의 조감도가 보인다.

LG화학 관계자 "희귀의약품의 핵심은 빠른 상용화인데 희귀비만증 분야에선 리듬파마가 시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양사가 전략적으로 손을 잡기 위한 거래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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