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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하나증권의 세 얼굴

권순철 기자공개 2024-03-26 07:50:10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2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앞으로 공모가 1만원 넘는 메가스팩 딜은 안 할 겁니다."

최근 메가스팩에 관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하나증권 관계자가 했던 말이라고 전해 들었다. 공모 규모 400억원인 하나금융25호스팩과 2차전지 검사 장비 업체인 피아이이의 합병 논의가 한창이었을 때다. 피아이이의 몸값을 계속 내려도 고평가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이같이 토로했다고 한다.

하나증권과 피아이이를 보면 정신분석학의 대가 프로이트가 설명한 성격 3요소가 떠오른다. 그는 개인의 성격 구조를 이드, 자아, 초자아로 분류했다. 이드와 초자아는 각각 본능, 도덕 및 윤리적 원리와 관계된 영역이다. 자아는 초자아의 지침을 참고해 이드의 충동을 억제하고 현실적인 사고와 행동을 유도한다.

하나증권은 메가스팩 합병을 탐탁치 않아 하는 '내적 충동'을 지니고 있다. 피아이이는 당초 하나증권이 기업공개(IPO) 과정을 통해 증시에 올리려고 했던 기업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피아이이가 메가스팩 합병을 결정했을 때 아쉬움을 드러냈다는 후문도 돈다.

그럼에도 하나증권은 '초자아'의 지침에 의거해 메가스팩 합병을 성사시키자는 중재안을 택했다. 초자아라고 한다면 피아이이의 굳건한 합병 성사 의지를 들 수 있다. 국내 1호 메가스팩 합병 타진을 향한 업계의 기대도 그 중 하나다.

프로이트는 이드, 자아, 초자아 간의 균형을 강조했다. 다만 하나증권의 경우 초자아에 너무 큰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메가스팩 합병에 과도한 기대와 의지가 몰리면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형국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나증권이 이 딜로 얻을 수 있는 것들은 그동안 투입했던 비용 대비 충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스팩 합병 트랙레코드는 리그테이블에 집계되지도 않는다. 공모주 시장도 활황을 띄면서 차라리 IPO 트랙을 밟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분분하다.

물론 국내 1호 메가스팩을 탄생시켰다는 명성을 독차지할 기회를 갖는다. 다만 메가스팩 합병에 나서겠다는 기업들의 씨가 마르면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몸값을 5번이나 내려도 고평가 논란이 잦아들지 않는데 어떤 기업이 가시밭길로 뒤덮인 여정을 시작할 용기를 낼 수 있을까.

프로이트는 내적 충동이 과도하게 억압되는 경우 무기력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일찍이 경고했다. 메가스팩의 출현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이를 향한 기대와 의지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그것이 점점 메가스팩에 대한 피로로 이어진다면 '세 얼굴'의 균형이 추가 기울지는 않았는지 고민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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