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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인 스토리]'OSAT 명가' 회복 윈팩, 올해 키워드 'DDR5·SoC'하반기 고부가가치 메모리·비메모리 제품 주력, 유증 통해 설비 투자

용인(경기)=조영갑 기자공개 2024-04-04 08:4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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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3일 10: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OSAT 명가로서의 자존감을 되찾겠다."

윈팩은 최근 550억원을 조달하는 유상증자(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를 발표한 후 기업가치의 급격한 하락을 겪었다. 1300원 수준의 주가가 며칠 만에 900원대로 내려 앉으면서 시총이 30% 넘게 빠졌다. 현 유통주식의 90%에 이르는 물량이 향후 추가 상장을 앞두고 있어 불안감이 증폭된 까닭이다. 주주들의 문의와 항의가 빗발치면서 윈팩의 재무IR 파트는 그야말로 진땀을 뺐다.

윈팩의 내부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이병우 부사장(CFO)은 "주가는 일시적인 변동성에 휘말리기도 하지만, 급락으로 인해 주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이를 달래느라 힘든 한 주를 보냈다"고 말했다.

윈팩의 시총은 금세 제 자리를 되찾았다. 신주 상장 후 일시적인 주당가치 하락은 있을 수 있지만, 조달 자금이 윈팩의 체질을 강화하리라는 설득 작업이 먹혔다는 후문이다. 다만, 아직 시총이 1000억원을 밑돌아 기업가치 제고는 숙제가 될 전망이다.

▲용인시 윈팩 본사

지난 1일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에 위치한 윈팩 본사를 찾아 올해 스케일업 로드맵을 들어봤다. 2002년 설립된 윈팩은 아직 열악한 수준의 국내 OSAT(반도체 테스트 패키징 외주업체) 업계에서 20년 넘게 지위를 다지고 있는 전통의 명가다. 약 400명의 임직원이 이곳에서 글로벌 IDM(종합반도체사)과 주요 팹리스의 테스트, 패키징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플립칩 패키지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다.

OSAT은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백엔드(패키징, 테스트) 공정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그동안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물량을 위주로 백엔드 공정을 수행하면서 사세를 키웠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메모리 물량 역시 일부 소화하면서 반도체 업사이클을 준비하고 있다.

반도체 전체 생태계에서 OSAT 섹터의 역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 AI(인공지능) 반도체 칩렛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사양 반도체의 적층기술이 고도화되고, 패키징 자체가 대면적화되면서 수율 이슈를 방지하는 테스트, 패키지 기술 역시 높은 수준을 요구받고 있다.

글로벌 조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OSAT 시장규모는 2022년 459억 달러(약 62조원)에서 2028년 762억 달러(약 103조원)로 연평균 8.1%의 고성장을 구가할 전망이다. 윈팩 역시 AI가 촉발한 '골든 사이클'에 올라타겠다는 포부다.

윈팩의 올해 성장 키워드는 'DDR5'와 'SoC(시스템 온 칩)'다. 아직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DDR4 제품의 테스트, 패키징 물량을 소화하면서 궁극적으로 고사양 시스템 반도체 백엔드 시장에도 진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회사 전체의 채산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윈팩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나며 862억원, 영업이익 -229억원을 기록했다. 고객사 감산의 직격탄을 그대로 맞았다.

이날 오선주 윈팩 생산기술센터장 겸 부사장(CTO)은 "메모리 테스트는 주력으로 해 온 비즈니스인 만큼 차세대 메모리인 DDR5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설비투자, 기술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SoC 제품도 제한적이지만 현재 소규모로 패키징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부사장은 35년 간 삼성전자에 몸 담으며, 삼성전자의 패키지 기술을 이끈 백엔드 공정 권위자다. Package기술, 외주기술 그룹장을 역임해 국내외 OSAT 환경에 매우 밝다. 지난해 상반기 윈팩에 합류했다.

오 부사장은 "윈팩의 대주주가 어보브반도체이기 때문에 어보브의 장기인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과의 연계성을 고려해야겠지만, MCU 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AI 관련 칩이나 오토모티브 등 SoC 칩 물량을 새롭게 타깃팅하려고 현재 전사적 스터디에 돌입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오 부사장의 폭 넓은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하반기 구체적인 SoC 타깃 고객사를 설정해 테스트, 패키징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오선주 윈팩 CTO.
윈팩은 최근 고사양 테스터를 도입하면서 LPDDR4, LPDDR5 테스트 물량 흡수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OSAT 업계에서 도입 이력이 없는 어드반테스트(Advantest)의 2세대 초고속 메모리 테스터 'T5503HS2'다. 1만6256개의 채널을 활용, SDRAM 반도체는 물론 DDR4, LPDDR4 장치 및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사양 D램 테스트를 수행하는 솔루션이다. 1기의 ASP(공급단가)가 50억원 이상으로 알려진 제품이다.

그러면서 국내 주요 팹리스인 제주반도체와의 결속 역시 강화한다. 윈팩은 제주반도체가 설계, 제작하는 칩의 70% 가량을 테스트하는 고객사다.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30% 가량이다. 기존 레거시 D램 제품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로부터 수주를 받아 소화하면서 제주반도체가 설계, 제작하는 저전력 고사양 메모리, SoC 칩 등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다. 제주반도체는 모바일용 메모리 설계를 전문으로 영위하는 팹리스(fabless)다. 사물인터넷(IoT) 관련 장치와 스마트그리드, RFID 등 사물통신(M2M) 모듈 및 자동차(오토모티브) 칩 설계에도 전문성을 갖고 있다.

경영구조 재정비도 포인트다. 2021년 어보브반도체로 대주주가 변경된 윈팩은 지난해 1월부터 최원 어보브반도체 대표가 윈팩의 대표이사도 겸직하면서 양사의 화학적 결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를 찾았을 때에도 오전부터 장시간 임원전략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반기부터 윈팩과 손잡고 밸류체인을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복안이다. 어보브반도체의 전문 분야인 MCU 팹리스에도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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