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은 지금]10조 매출과 엇박자 '밸류에이션', 저평가 해소 '고심'③그룹 내 상장 3사 시총 합 3.6조, 투자자 소통 로드맵 수립 박차
정유현 기자공개 2024-04-15 07:07:22
[편집자주]
올해 창업 55주년을 맞은 동원그룹이 '오너 2세 회장' 시대의 막을 열었다. 김재철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그룹의 정체성을 '종합 생활산업'기업으로 발전시킨 김남정 부회장이 10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하면서다. 더벨은 강력한 오너십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동원그룹의 사업과 재무 현황, 미래 방향을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8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동원그룹은 1969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매출 10조원(단순 합산)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그룹 내 상장 3형제(동원산업·동원F&B·동원시스템즈)의 합산 시가총액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주가 부양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외형 성장 속도에 비해 그룹의 밸류에이션 반등이 더디면서 저평가 상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사업형 지주사 전환을 마치고 새로운 회장 체제가 시작된 만큼 IR 강화 등을 통해 시장과 소통에 나설 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4대 핵심 사업에서의 성과를 더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설 계획이다.
◇단순 합산 기준 지난해 매출 10조 돌파, 상장 3사 '저PBR' 고민
동원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단순 합산 기준으로 매출 10조659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동원F&B,동원홈푸드 등이 주도하는 식품 사업의 매출이 최대 실적을 돌파하며 그룹 매출 10조원 고지를 달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식품 매출은 6조33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6.6%의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물류 사업에서 1조3600억원(12.8%), 소재사업에서 1조3215억원(12.4%) 등의 매출을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상장사 3곳의 시가총액을 통해 그룹의 밸류에이션을 가늠해 보면 4월 5일 종가 기준 3조6000억원 수준이다. 상장사 수가 적은 영향도 있지만 상장 3사 모두 주가 저평가로 인한 밸류 열위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주사인 동원산업의 시가총액은 1조7152억원, 동원F&B 6676억원, 동원시스템즈 1조2263억원 수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제출 자료 기준 그룹의 자산 총계가 9조원에 육박하지만 상장사 세 곳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을 살펴보면 동원산업 0.49배, 동원F&B 0.69배로 기준인 '1배'를 못 넘기고 있다.
시가총액이 장부가 순자산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다행히 동원시스템즈는 1.6배를 기록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저평가 상황에 대한 그룹 차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동원산업 자사주 소각에 예상치 못한 '상폐 논란', 소통 지속 노력
최근 동원산업을 중심으로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 소각 등에 나서는 등 주주환원책을 펼치고 있는 것도 밸류업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결과다. 주가가 잠시 반응하긴 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 특히 동원산업은 자사주 소각을 실시한 후 소액 주주 사이에서 때아닌 '자진 상폐' 논란에도 휩싸인 상태다.
자사주 소각은 동원산업 지주사 전환 과정인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원산업의 지주사 전환을 위해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합병 비율로 인해 논란이 커졌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지만 당시 김남정 회장이 결단을 내리면서 주주들의 요구를 수용해 비율을 변경했다. 자사주 소각 등 주주 가치 제고 방안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자사주 350만주를 소각하고 잔여 자사주를 향후 5년 동안 단계적으로 소각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올해 1월 들어 남아있는 자사주 전량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발행 주식 총수의 22.5%에 해당하는 1046만770주를 소각하는데 필요한 금액은 당시 시가 기준으로 약 3290억원 수준이다. 소각 기준일은 5월 2일이다.
자사주 소각이 되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주주들의 지분율이 높아진다. 김남정 회장(2156만9875주)의 지분율은 작년 말 기준 47.4%에서 59.87%, 김재철 명예회장(774만2020주)은 16.66%에서 21.49%로 상승한다.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지자 소액 주주들이 현행 상법에서 지배주주와 기업 자사주 합계가 발행 주식의 95% 이상일 경우 '자진 상폐'가 가능하다는 조항을 적용해 논란을 제기했다. 하지만 동원산업의 자사주 전량 소각이 완료되면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오히려 낮아진다. 작년 말 기준 90.64%에서 87.9%로 하향 조정되기 때문에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지 못하고 있다.
동원산업이 자진 상폐 논란에 휩싸인 것은 사실상 시장과의 소통이 부족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동원그룹은 IR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1999년부터 2022년까지 IR 개최 공시가 없었다는 점이 방증이다.
하지만 사업형 지주사 체제 전환 후부터 국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IR 범위를 확장하는 데 힘쓰고 있다. 지난해 전자 공시 기준으로 두 차례 기업설명회를 진행했다. 전반적으로 투자자와의 소통을 위해 중장기 로드맵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동원그룹 측은 "자사주 소각에 따라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오르며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 논란이 생겼지만 자진 상폐를 고려하지도 않고 진행할 이유도 없다"며 "최근 IR 강화 등 투자자 소통을 고민하고 있으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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