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11일 07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 이렇게 가위로 배터리를 해체해서 시료를 얻습니다."최근 현대차가 언론에 공개한 남양연구소의 한 장면이다. 배터리 셀의 구조와 소재를 분석하기 위해 셀 해체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직접 배터리를 뜯어보고 확보한 원료는 전처리실과 메인 분석실로 옮겨 보다 정밀하게 특성을 파악하기도 했다.
전기차 판매에 일시적인 정체를 뜻하는 '캐즘' 시대에도 현대차에게 배터리는 여전히 힘이 셌다. 생산라인까지 전환할 만큼 자동차 회사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배터리 업체가 넘쳐나지만 원가 경쟁력에 가장 효과적인 건 결국 베터리 내재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배터리를 하나하나 분해하고 있을 연구소를 생각하다 보니 차라리 배터리 회사를 인수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면 전기차 수요 둔화와 대규모 설비투자로 여전히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SK온 같은 곳 말이다.
농담 같은 얘기지만 안 될 건 없다. 현대차의 지난해 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약 11조원이다. SK온이 앞서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22조원)를 생각하면 경영권을 확보하는 수준의 지분 투자는 얼마든지 논의가 가능하다.
배터리 내재화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다. 배터리 내재화에 가장 앞섰단 평을 받는 테슬라는 그간 경영난에 봉착한 배터리사들을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M&A)을 많이 진행했다. 폭스바겐도 스웨덴 노스볼트, 중국 궈쉬안 등의 지분을 확보했다.
현대차라면 SK온을 가장 '잘 쓸 것' 같기도 하다. 현대차는 앞으로 전기차뿐 아니라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기체에서 '퍼스트무버'가 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어디 하나 뺄 곳 없이 모두 배터리 설계·제조기술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다른 걸 다 떠나서 투자 수익도 괜찮지 않을까. 작년 1분기 3449억원이던 SK온의 영업손실 규모는 4분기 186억원까지 줄었다. 올해 4분기엔 흑자 전환도 예상된다. 영업손실이 오히려 확대 추세에 있는 모셔널·슈퍼널·보스턴다이내믹와는 상황이 반대다.
최근 현대차는 GM과 포드 등이 전동화 투자를 줄줄이 축소하는 와중에도 2030년까지 총 3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추고 글로벌 '톱3' 전기차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를 유지했다. 현대차가 전고체 배터리를 본격 양산하겠다고 공언한 시점도 2030년이다.
SK온의 자금조달 욕구에 기대 '산업적 상상력'을 자극한 얘기가 많았지만 그만큼 현대차의 배터리 내재화 시도는 미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핵심이다. 캐즘도 언젠가 끝날 것이기에 현대차의 판단이 더욱 빠르고 과감해져야 할 시점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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