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항공기 심장' 엔진 1만대 출하한 한화에어로 가보니 [르포] 45년 기술력 쌓고 6세대 전투기 개발 도전…KF-21 엔진 생산공장 증설

창원(경남)=허인혜 기자공개 2024-04-16 08:29:51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5일 16: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항공기 조종실을 빼다박은 시운전실에서 시동 레버와 똑같은 장치를 밀자 약 4m 규모의 엔진 뒤편에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파란색과 분홍색이 섞인 불꽃이 일직선으로 뻗어나온 광경에 눈을 뺏긴 것도 잠시, 비행기가 뜨는 듯한 굉음이 작업장 내 실험실의 두꺼운 철문을 뚫고 나왔다. 딛고 선 바닥까지 흔들리자 항공기를 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런 실험이 작업장을 방문한 십여분 내에 여러 차례 이뤄졌다.

'초당 만원을 쓰고 있다'는 농담 섞인 설명을 듣자 '지금 시간만 계산해도 얼마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한 대당 적어도 이틀, 길게는 일주일동안 테스트를 거친다. 항공유의 공급과 온도 제어, 스피드 출력 등 모든 기능이 판정 기준치를 만족해야 시험은 끝나고 항공기에 탑재된다.

이런 시간이 45년간 빼곡하게 쌓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출고한 항공엔진만 9999대에 달한다. 방금 시운전이 진행된 엔진은 'F404',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만번째 출고 엔진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2일 항공엔진 1만대 출고를 기념해 경남 창원에 위치한 생산시설을 공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생산 1만호 엔진 'F404'의 시운전 모습.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4m 엔진 만들기까지…모발 10분의 1 정밀함·초당 1만원의 시운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창원1사업장 로비와 조립동에는 수많은 엔진 완성품과 부품이 전시돼 있기도, 가공 중이기도 했다. 둥근 원통형의 외양은 같아도 크기며 쓰임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1979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초로 생산한 항공엔진 모델인 공군 F4 전투기용 J79 엔진부터 KF-16에 탑재됐던 F100 엔진, 최초의 국산 초음속 전투기인 KF-21 보라매에 탑재되는 F414 엔진까지 줄지어 섰다.

첫 인상은 철재에 둘러싸여 투박해보이지만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도 섬세한 부품과 선들이 눈에 띈다. 앞머리를 이루는 부품부터 중반부와 후반부까지 각기 다른 부품들이 빼곡하게 엔진을 채웠다. 하나의 엔진이더라도 부위별로 다른 소재가 쓰인다. 엔진 출력으로 급격하게 높아지는 온도를 견디는 한편 제어하는 냉각장치도 필요하는 등 각각의 쓰임이 달라서다.

항공기 엔진은 공정과 조립, 생산과 실제 운전까지 전 과정이 까다로운 제품이다. 하늘 길에서는 고도와 속도의 편차가 크고 날씨도 변수가 된다. 이륙과 착륙에 대응하기 위해 엔진의 반응 속도도 빨라야 한다. 엔진이 전시된 로비와 조립동의 설명을 맡은 이승두 창원1사업장 생산담당 상무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분의 1 정도까지 정밀함을 따져 공정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돌아본 곳은 시운전실이다. 창원 사업장에는 두 곳의 시운전실을 가동 중이다. F404 엔진의 출고 전 최종 연소시험을 진행 중이었다. 테스트가 끝나면 공군 전술입문훈련기인 TA-50에 장착될 예정이다. 한편에는 이라크에서 정비를 위해 사업장으로 들어온 F414 엔진도 시운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출하한 엔진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6세대 전투기 엔진개발 목표…도전적이지만 해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날 강조한 키워드 중 하나는 국산화다. 특히 국가별·기업별 기술이 베일에 싸여 공유가 되지 않은 방산 부문은 독자기술 개발이 수익성과 효율성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또 이런 기술을 갖춘 기업이 어느 국가에 있느냐에 따라 해당 국가의 국방력이 달라지는 효과를 얻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독자기술에 주력하고 있다. 1979년 공군 F4 전투기용 J79엔진 창정비 생산을 시작으로 45년간 업력을 쌓으며 기술력을 축적했다. 5700대 엔진을 유지·보수·정비(MRO)하며 통합 역량도 키웠다.

유도미사일엔진과 보조동력장치(APU) 등 1800대 이상의 엔진을 독자기술로 개발하고 생산했다. 대표적인 성과가 2022년 한국형 전투기(KF-X) 체계 개발사업에 참여하며 이룬 KF-21 보라매 전투기용 F414 엔진 생산 국산화다. 2032년까지 240여대를 납품한다.

2030년대까지 중장기 목표에는 6세대 전투기 엔진 개발 추진이 포함됐다. 현재 독자 전투기 엔진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6개국인데 이 사이에 우리나라도 더하겠다는 포부다. 6개국도 보안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어 국내 기업으로서는 독자기술 개발이 출구다. 구체적으로 KF-21 엔진과 동급 수준인 1만5000파운드급 항공엔진을 목표로 했다. 글로벌 항공엔진 시장이 2029년 150조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적기에 진출한다는 의지다.
중장기 비전을 설명 중인 이광민 항공사업부장(전무).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광민 항공사업부장 전무는 "6세대 전투기 엔진 개발은 도전적인 목표"라면서도 성취를 자신했다. 이 전무는 "항공산업은 기체와 엔진 사업으로 나뉘는데, 항공엔진은 국내에서는 우리가 유일한 사업체로 국내 역사가 곧 우리의 역사"라며 "1만대 엔진 생산을 기점으로 새로운 도전을 해야한다는 각오로, 앞으로는 (독자기술로) 생산한 엔진이 70~80%가 될 때까지 강하게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첫 국산 전투기 KF-21' 위한 스마트 공장 설립

생산 확대를 위한 공장 증설도 예고됐다. 2025년까지 약 400억원을 투자해 5000평 규모의 엔진 공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KF-21에 장착할 F414 엔진을 생산하기 위한 곳으로 공장은 IT 기반의 품질관리와 물류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공장으로 지어진다.

미리보기 격으로 돌아본 엔진부품 신공장은 사람이 없어도 물건을 옮기고 코드를 읽어 부품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폐기물 관리시설까지 바닥에 매립해 쾌적한 환경을 유지했다. 보잉과 에어버스 등의 항공기 엔진을 만들고 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엔진 부문의 기여도는 약 15%를 웃돈다고 이 전무는 설명했다. 지난해 IR보고서를 참고하면 2023년 전체 매출액 9조3590억원 중 항공우주 부문이 채운 금액은 1조6105억원으로 약 17.2%를 차지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엔진 부문에서 2028년 16조원, 2032년 20조원을 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이 전무는 "2030년대 후반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항공산업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답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