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투자활동 점검]변화하는 환경, 기획조정실도 달라질까④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이 변수…지배구조 개편 등 과제도 산적
이호준 기자공개 2024-04-22 14:27:39
[편집자주]
현대차의 투자활동에 변화가 생겼다. 경기 침체 이후 돈 안 되는 신생 기업에 대한 관심을 뚝 끊었다. 대신 기존 해외 거점에 대한 투자는 강화하고 있다. 그간 뚝심 있게 지켜봐 온 투자자산에 대한 평가는 시작한 것처럼 보이니, 그간의 행보와는 반대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가속화하는 데 있어 기존의 투자 방식을 고수하기엔 다소 문제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현대차의 이러한 상황은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더벨이 수년 만에 찾아온 현대차 투자활동을 둘러싼 여러 변화를 분석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9일 10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는 2010년대 후반부터 '미래 준비'라는 명분으로 그룹 차원에서 다양한 인수합병을 진행해 왔다. 현대차가 현대건설을 약 5조원에 인수한 2010년 이후 기업 경영권 거래에 나서지 않았던 점에서 이는 정의선 회장의 취임 이후 생긴 변화로 해석됐다.현대차 기획조정실의 역할 확대도 이러한 기조와 궤를 같이했다. 과거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등 그룹사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해 온 기획조정실은 2010년대 후반부터는 그룹 차원의 투자까지 주도하며 등 과거보다 업무 범위를 넓혀왔다.
◇그때는 맞았지만…지금은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이 변수
투자했던 기업들 역시 굵직하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기업 앱티브와 함께 약 2조원 넘게 들여 만든 자율주행 기업 '모셔널'(2020년),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약 1조원에 사들인 로봇 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2021년)는 기획조정실이 주도하고 정의선 회장이 최종 결정한 대형 투자 건으로 알려진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가 약 1조5000억원을 출자해 만든 미국 투자 법인 'HMG글로벌(2022년)'도 사실상 기획조정실 관할이다. 김걸 기획조정실장(사장)이 대표를, 김우주 기획조정1실장(전무)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HMG글로벌은 SK온과의 배터리 생산 합작사 설립에 1조6200억원, 안정적인 배터리 소재 확보를 위해 고려아연 지분 5%를 5272억원에 취득하기도 했다.
투자의 근거는 명확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를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에서 지능형 이동 수단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타사 대비 기술 다툼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미래 모빌리티 회사와 전동화 생태계 기업들에 투자할 당위성은 충분하다.

다만 최근의 흐름을 보면 투자 환경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로 유망하다고 여겨지는 기업들에 쉽게 자금을 댈 수 있었지만 지금은 경기 침체와 고금리로 상황이 달라져 당장 수익과 관계없는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대형 거래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상태다.
전동화 전환 관련 투자도 마찬가지다.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 투자 시간표를 전면 재조정하고 있다. 전기차 생태계에 대한 투자보다는 하이브리드 차종 확대 등 현실적인 목표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최근엔 테슬라까지 구조 조정 대열에 합류했다.
당장 현대차 기획조정실도 이러한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과 함께 모셔널을 세운 앱티브는 지난 1월 "모셔널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고 지분을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모셔널에 대한 자금 수혈을 현대차그룹 홀로 진행해야 해 기획조정실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 개편안' 등 풀지 못한 과제도 산적
신규 대형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현대차는 미국 카셰어링 업체 미고(Migo)와 인공지능(AI) 회사 퍼셉티브오토마타(Perceptive Automata) 등 유망 투자 자산 일부를 회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익'에 대한 압박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모셔널과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경우 지난해 각각 8037억원, 334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서 당기순손실이 더욱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단기간에 수익 모델로 이어질 만한 투자 건이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기획조정실이 컨트롤타워라는 본연의 역할에 초점을 더 맞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10년대 후반 이후 현대차그룹의 미래 사업 방향은 SDV(소프트웨어 기반 자동차)와 AAM(미래항공모빌리티) 등으로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 상태다. 다만 순환출자 구조 해소는 현대차그룹의 최대 과제로 남아 있는 만큼 기획조정실로서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하는 것 역시 중요한 상황이다.
시장 관계자는 "인도 법인 기업공개(IPO)나 중국 시장 축소 등에서 보듯이 현대차는 해외 거점 재정비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기존 투자자산들의 성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는 만큼 이에 대한 회수나 진행 중인 해외 거점 투자가 더 중요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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