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도 '100년 기업' 될 수 있을까 [thebell desk]
박상희 벤처중기1부장공개 2024-04-29 08:20:43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6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0세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무병장수하며 행복하게 사는 것은 인류의 영원한 꿈이자 숙제다. 유기체인 기업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다. 실제 많은 기업이 ‘100년 기업’을 목표로 이야기하며 영속을 꿈꾼다. 그러나 실제 설립된 지 100년을 넘겨 존속하는 기업은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살펴봐도 그 숫자가 많지는 않다.100년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은 한두 가지로 집약되지 않는다. 장수기업만의 공통점을 추려내 모방한다 하더라도 100년 동안 존속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지배구조다. 오너십이 어떻게 승계되고 누가 경영권을 물려받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바뀌는 경우가 왕왕 있다.
벤처캐피탈의 경우는 어떨까. 먼저 역사를 살펴본다. 그 시작을 언제로 보느냐에 달라지겠지만 한국 벤처캐피탈의 역사도 최소 30년 이상이라는 게 업계 정론이다. 향후 30년, 50년 넘게 이어지는 벤처캐피탈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국 벤처캐피탈의 뿌리로 언급하는 곳은 1974년 설립된 한국기술진흥(현 아주IB투자)이나 1981년에 설립된 한국기술개발(현 우리벤처파트너스)이다. 그밖에 1984년 설립된 한국개발투자(현 큐캐피탈파트너스), 한국기술금융(현 KDB캐피탈) 등도 초창기 벤처캐피탈로 분류된다.
다만 그 시작이 민간이 아니라 정부 주도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벤처캐피탈이 탄생한 미국에선 민간 자금이 모여 벤처캐피탈을 만들었고 모험자본을 공급했다. 정부 주도로 경제 성장을 이뤘던 한국에선 벤처캐피탈 역할을 하는 기관의 탄생도 민간 자본과는 거리가 멀었던 셈이다.
이후 민간 자본이 투입된 벤처캐피탈이 생겨났지만 자본금 허들이 높았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벤처캐피탈(창투사 및 신기사) 설립을 위해서는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의 자금이 필요했다. 자본금 걱정 없이 벤처캐피탈 설립이 가능해진 것은 2005년 LLC형 VC의 등장 덕분이었다.
우리나라 1호 LLC형 VC는 정성인 회장이 설립한 프리미어파트너스다. 1960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당시 정관계에 포진한 학맥을 동원해 LLC형 벤처캐피탈의 탄생이 가능하도록 관련 정책을 바꾸는 데 크게 일조했다.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올해로 설립된 지 20주년이다. LLC형 벤처캐피탈이라는 첫 번째 챕터를 열어젖힌 정 회장은 이제 두 번째 챕터를 준비하고 있다. 본인이 보유한 지분을 동료 및 후배 파트너에게 물려주는 작업을 몇 년 전부터 준비해왔다.
통상 창업주는 자녀에게 오너십과 경영권을 승계한다. 본인이 피땀 흘려 키워놓은 기업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정 회장은 프리미어파트너스를 설립할 당시부터 은퇴 이후 회사를 믿을만한 후배 파트너에게 넘기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정성인'이라는 1인에 좌우되지 않고 오래갈 수 있는 벤처캐피탈을 꿈꿨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탈은 일반 제조업은 물론 여타 금융업과도 차이가 있다. 대다수 기업이 ‘인재 경영’을 강조하지만 벤처캐피탈만큼 인재가 중요한 곳도 드물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실력 있고 감까지 좋은’ 심사역 1명이 회사 전체를 먹여 살리기도 한다.
'국내 1호 유가증권시장 상장 PEF 운용사' 타이틀을 보유한 스틱인베스트먼트 창업자 도용환 회장도 정 회장과 유사한 생각을 갖고 있다. 둘째 아들인 도재원 스틱벤처스 이사는 컴퍼니케이파트너스를 거쳐 벤처캐피탈리스트의 길을 걷고 있다. 회사를 둘째 아들에게 물려줄 생각이냐는 질문에 도 회장은 "일단 잘해야 한다"고 답했다.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벤처캐피탈을 넘기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어느 기업이든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 다만 창업자와 현재 경영자가 다음 세대를 위한 최적의 의사결정을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할 필요는 있다. 프리미어파트너스와 스틱인베스트먼트를 보며 한국의 벤처캐피탈에서도 먼 훗날 100년기업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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