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29일 07시3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글로벌그룹장 교체 인사 파급력이 상당하다. 한달 전 정기 인사 3개월 만에 글로벌그룹장을 해임하는 강수를 뒀다. 온정주의가 강한 우리은행 역사에 전례 없는 인사가 단행되자 구성원들 사이에서 갖은 해석이 나오고 있다.조 행장과 교체된 A 부행장 사이에 이상 기류는 감지되지 않았는 전언이다. A 부행장은 인사 통보 직전까지 폴란드 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인사 직후에도 글로벌그룹 직원들에게 "책임 질 사람이 단 1명 있다면 그게 바로 나일 것"이라며 후임 그룹장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파격 인사 대상이 됐음에도 명예롭게 퇴장했다.
이번 인사는 오랜 기간 우리은행의 핵심 인사 코드로 작동한 계파 갈등의 일환으로 볼 수 없다. 조 행장과 A 부행장 모두 상업은행 출신으로 계파 갈등 소지가 없다. 신임 글로벌그룹장인 류형진 부행장은 한일은행 입행 인사로 조 행장과 출신이 다르다. 인사에 계파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로 치부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A 부행장은 2022년 글로벌그룹 소속 해외 법인이 역대 최대 순이익을 낼 당시 그룹장을 맡았다. 2023년 실적이 전년에 비해 하락했지만 이마저도 역대 두번째 순이익이다. 올해 1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해도 분기 실적이 경질 사유가 되긴 어렵다.
우리은행 글로벌그룹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조 행장과 A 부행장의 관점 차이를 짚었다. A 부행장이 주관하는 글로벌그룹 영업전략회의 프리젠테이션 첫 목차는 줄곧 '내부통제'였다고 한다. 글로벌 사업은 각국 경제 사정과 현지 당국 기조 영향이 큰 만큼 '패시브'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봤다.
반면 조 행장은 '액티브' 영업의 대명사다. 자산가나 기업이 많지 않은 서울 상일동에서 처음 지점장을 맡아 전국 1등으로 만들었다. 해외법인이 많은 변수에 노출돼있다 해도 법인장 역량과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글로벌 사업을 보는 관점 차이가 이례적인 연중 인사로 이어졌다.
이번 그룹장 교체에서 엿볼 수 있는 조 행장의 인사 코드는 '책임 경영'이다. 통제 불가능한 변수로 인한 실적 부진에 책임을 묻겠다는 게 아니다. 이와 같은 한계를 구조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는가를 기준으로 삼으려는 의도다. 조 행장은 지난달 글로벌그룹 회의에 참석해 법인장들에게 능동적인 판단과 대처를 주문했다고 한다.
조 행장은 책임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시중은행 순이익 1위를 올해 목표로 제시했다. 본인의 행장 연임 여부와 향후 그룹 내 입지에 영향을 미칠 올해 실적 목표치를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제시했다. 주어진 환경보단 본인의 역량과 의지를 반영한 목표다.
글로벌그룹장 인사가 단초가 될 수 있을까. 조 행장이 제시한 새 인사 코드가 우리은행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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