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5월 31일 07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번화가와 멀찌감치 떨어진 주택가 사이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시선을 사로잡은 정체는 다름 아닌 빵이다. 전국에 숨겨진 빵집을 찾아다니는 일명 '빵지순례'는 이미 대세가 된 지 오래다. 맛있는 빵이 있다면 그곳은 시간과 날씨,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늘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대기업 빵집 출점 제한이 다시금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뚜레쥬르나 파리바게뜨 등 대형 프랜차이즈와 대한제과협회가 맺은 ‘제과점업 상생협약’이 오는 8월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앞서 2013년 제과점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빵집 브랜드의 출점이 제한되어 왔다. 구체적으로 대기업 빵집은 전년 2% 이내에서 매장 수를 추가할 수 있고 개인 제과점 반경 500m 이내 출점하지 못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해당 규제는 2019년 공식적으로 만료됐는데 당시 대기업 빵집 프랜차이즈들이 상생협약을 맺으면서 사실상 출점제한 조치가 계속 연장되어 왔다.
제과협회는 지금의 상생 협약을 연장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적합업종 상생협약을 통해 동네빵집을 보호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소상공인들이 대기업과의 가격경쟁에 밀릴 수밖에 없어 동네빵집의 경쟁력이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다만 프랜차이즈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선 뚜레쥬르나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점주들도 소상공인이기 때문이다.
식음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유독 '빵집'에만 출점 제한이 붙어 있다는 점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 일례로 카페의 경우 전국적으로 매장만 10만여 개에 달하지만 특별한 규제가 없다. 커피 프랜차이즈는 점주가 원하면 개인 카페 근처에 오픈할 수 있다는 뜻이다. 치킨 프랜차이즈도 마찬가지다.
프랜차이즈 빵집과 소매형 마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유통업 환경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실제로 상당수 편의점이 매장에 오븐을 구비해두고 갓구운 빵을 판매한다. 대형마트나 이커머스 역시 제과·제빵 상품 구색을 대대적으로 늘리는 만큼 프랜차이즈 빵집만 출점 제한을 두는 게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으로 귀결돼 실익이 크지 않아 보인다.
대기업이 보유한 인프라와 자금력은 소상공인에게 일종의 '챌린지'일 수밖에 없다. 다만 상권보호 주장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건 프랜차이즈에 맞설 수 있는 제품력과 자생력이다. 소비자가 빵지순례를 다니면서까지 빵을 찾아다니는 건 주위에 프랜차이즈 빵집이 없어서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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