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화학사는 지금]에폭시 강자 국도화학 수익성 고민...인도서 기회 모색①글로벌 18%·국내 점유율 65% 우월적 지위 불구 중국 침체 영향권
정명섭 기자공개 2024-06-05 07:45:08
[편집자주]
근래 '위기'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따라붙는 업종을 꼽으라면 단연 석유화학이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제 성장 부진, 중국발 공급 과잉, 원가 부담 상승 등으로 대기업마저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번 위기를 단순 사이클에 따른 불황이 아닌 산업의 대격변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 환경에 놓인 중견화학사들은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 더벨은 중견화학사의 경영 현황과 사업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3일 15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도화학은 설립 이후 페인트 원료인 에폭시 수지에 집중해 온 중견화학사다. 세계 1위 점유율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거둬왔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최대 에폭시 수요국인 중국의 건설·산업 경기 둔화로 영업이익률이 1% 밑으로 떨어졌다. 국도화학은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 에폭시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인도 지역 설비 증설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한다는 계획이다.◇글로벌 에폭시 점유율 18%로 1위...중국 경기 둔화 여파로 이익률 뚝
국도화학은 1972년에 일본제철의 전신인 신일철주금이 설립한 회사다. 일본제철은 1976년 전문경영인이었던 이삼열 국도화학 전 회장에게 경영권을 부여했다. 이후 이 전 회장은 국도화학 지분을 모으기 시작해 2012년 최대 주주에 올랐다. 현재는 장남 이시창 회장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국도화학의 핵심사업은 에폭시 수지와 폴리우레탄 원료인 폴리올 수지 제품 생산·판매다. 에폭시 수지는 선박과 자동차, 컨테이너, 건축, 토목 등의 분야에서 페인트 원료로 사용되는 소재다. 폴리올 수지는 건축 단열재, 차량 내장재 등에 사용된다.

매출의 대부분은 에폭시 수지 사업으로부터 나온다. 올 1분기 기준 매출 비중이 94.5%에 달했다. 국도화학은 에폭시 수지 점유율 세계 1위(2023년 18%) 기업이다. 경쟁사로는 미국의 올린(12%), 이탈리아 블루큐브(12%), 대만 난야(8%), 헥시온(미국, 6%), 금호피앤비화학(5%), 헌츠먼(미국, 4%) 등이 있다. 7개 업체가 전세계 에폭시 시장의 65%를 점유하는 과점 구조다.
국도화학이 자체 추정한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65%다. 이어 금호피앤비화학 29%, 웨스트레이크코리아 2%, 블루큐브케미칼코리아 1% 순이다. 생산능력은 국내외 법인을 합쳐 연산 95만2000톤이다.
국도화학은 에폭시 수지 '한우물'을 판 덕에 여러 원료 조달처와 제품 판매처를 확보한 상태다. 에폭시 수지의 원재료는 LG화학과 롯데정밀화학, 난야 등 국내외 화학사로부터 들여온다. 제품 거래처는 국내에만 10곳이며 수출국은 30개국 이상이다.
국도화학은 높은 시장 지위 덕에 그간 준수한 실적을 거뒀다. 2017년 매출 1조원을 넘어선 이후 그 이하로 내려온 적이 없다. 영업이익률은 3.8~6% 수준으로 수익성도 양호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침체된 자동차, 조선, 건설 경기가 일부 회복된 2021년에는 매출 1조5771억원, 영업이익 204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13%였다. 당시 미국에 한파가 닥쳐 현지 경쟁사들의 공장 가동이 차질이 빚어진 점도 호실적을 거두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2023년 하반기부터 실적이 꺾이기 시작했다. 국도화학은 매출의 대부분을 에폭시 수지로 올리다 보니 에폭시와 원재료인 에피클로로히드린(ECH)·비스페놀(BPA)의 가격 스프레드에 따라 실적이 변동한다. 2021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에폭시 스프레드는 1200~1500달러/톤이었으나 2023년 말 600달러/톤까지 하락했다.
에폭시 시황 저하 요인으로 지목된 건 중국 건설·산업 경기의 부진이었다. 중국은 글로벌 에폭시 수요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중국 기업들이 자체 생산설비를 확대해 대만 경쟁사 등과 저가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도 국도화학의 수익 하락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다. 국도화학의 중국 등 아시아 매출 비중은 전체의 37.5%로 지역별 매출 중 가장 높다.

국도화학의 작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3118억원, 영업이익은 192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1.5%이었다.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은 0.6%였다.
현금창출력은 낮아졌는데 운전자본과 자본적지출(CAPEX) 부담이 유지되면서 재무건전성도 소폭 저하했다. 올 1분기 말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91.8%, 34.3%로 최근 5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총차입금은 매년 증가해 1분기를 기점으로 5000억원을 넘어섰다. 다만 보유 현금(2117억원)과 현금창출력 등을 고려하면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하진 않을 것으로 신용평가사들은 보고 있다.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 인도 설비확충으로 활로 모색
국도화학의 타개책은 풍력 블레이드 등 복합소재용, 스페셜티용 에폭시 수지 판매 확대다. 이 제품들은 범용 제품보다 판가는 10~15% 정도 높고 이익률은 5~10%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도화학은 고부가 에폭시 수지 매출 비중을 17%(2023년 기준)에서 올해 3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국도화학은 덴마크 풍력발전 터빈 기업 베스타스와 독일 지멘스 등에 풍력 블레이드용 에폭시 수지를 공급하고 있다.
국도화학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인도에 에폭시 설비를 확충하고 있다. 국도화학은 2021년부터 인도에서 에폭시를 생산하고 있다. 생산능력은 연산 4만톤 규모다. 증설이 완료되면 생산능력은 10만톤까지 늘어난다. 인도 내 기업들은 현지 에폭시 생산설비 부족으로 물량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도화학은 인도의 인프라 투자와 자동차 판매량 성장 등을 감안하면 향후 인도 에폭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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