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척 쉽지 않은 일양약품 글로벌 진출, 표류하는 '슈펙트' 자금·경영환경 악화, 중국 허가 및 파킨슨 임상 지연…사법리스크 '발목'
정새임 기자공개 2024-07-03 10:13:40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1일 14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양약품의 대표 품목 '슈펙트'의 확장 전략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중국 법인을 청산하며 자금여력이 나빠진데다 슈펙트 관련 수사로 우선순위에서도 다소 밀린 모습이다.◇중국 1년 넘게 '허가준비', 프랑스 2상 4년째 '진행중'
일양약품이 추진 중인 슈펙트 중국 진출은 3상 임상을 완료한 뒤 1년 넘게 허가 신청을 제출하지 못했다. 2020년 말부터 프랑스에서 진행 중인 임상도 아직 톱라인 데이터가 나오지 않았다.
슈펙트는 일양약품이 국산 18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항암 신약이다. 일양약품의 신약 개발 능력을 시장에 알린 대표 품목이다.
일양약품은 2012년 슈펙트 국내 품목허가를 받은 뒤 곧장 글로벌 시장을 겨냥했다. 약가와 시장이 제한적인 국내보다 해외에서 매출을 크게 올린다는 판단이었다.
2013년 중국을 시작으로 2014년 튀르키예, 카자흐스탄 등 6개국, 러시아, 남미 등 국가와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10년 넘게 수출 성과가 나오지 못한 상태다. 가장 기대했던 중국은 일양약품 자회사 양주일양유한공사를 통해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2018년 3상 허가를 받은 뒤 2022년 말 임상을 완료했다고 알려졌다. 회사는 지난해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중국 3상을 완료했고 시판허가신청(NDA) 제출 자료를 준비 중'이라고 적시했다.
최근 일정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초 업데이트된 임상 일정에 따르면 환자모집 등 주요 작업을 완료했지만 임상 완료 예상 시점을 2023년 12월에서 2025년 6월 말로 변경했다.
임상시험 정보공개에서도 슈펙트 중국 3상은 '임상 완료'를 뜻하는 'Completed'가 아닌 '추가 모집 없이 진행 중'을 의미하는 'Active, not recruting' 상태다.
프랑스에서 진행 중인 2상은 만성골수성백혈병(CML)으로 허가받은 슈펙트를 약물재창출로 파킨슨병 치료제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항암제를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로 개발하는 연구가 활발해지는 시점에 일양약품도 슈펙트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개발에 나섰다. 슈펙트 2상을 유럽 파킨슨 관련 학회장이 주도한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프랑스 임상은 4년째 40여명의 환자를 모집 중이다. 임상 완료 예정일은 2022년 4월에서 2025년 5월로 연기된 상태다. 주요 평가지표 수집도 2년 가까이 미뤄졌다.
◇사법리스크로 경영활동 제한적…중국법인 청산으로 현금도 줄어
코로나19 팬데믹 시국이었던 점을 감안해도 슈펙트의 글로벌 진출이 지나치게 더디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당시의 주가 흐름으로 경영진이 수사망에 오르고 중국 법인 청산으로 캐시카우가 줄어든 것이 일양약품의 글로벌 진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년 전 불거진 슈펙트 시세조종 혐의는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경찰은 일양약품 경영진이 슈펙트의 코로나19 치료제 가능성을 타진한 연구를 조작해 주가를 올렸다고 보고 경영진을 수사 대상에 올렸다. 이후 수사는 진척이 없었고 결론도 나지 않은 상태다. 사법리스크가 끝나지 않고 있다.
이 탓에 슈펙트 개발과 관련된 어떠한 사안에도 몸을 사리고 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쉬쉬하며 의무공시사항이 있을 경우만 공표한다는 입장이다. 자연스레 회사의 메인 사업영역에서도 슈펙트가 다소 옆으로 물러난 모양새다.
지난해에는 중국 합작회사를 청산하며 자금 사정도 나빠졌다. 현지 파트너사와 갈등으로 통화일양보건품유한공사(이하 통화일양)를 종속회사에서 제외했다. 통화일양은 연매출 약 400억원을 내며 일양약품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는 법인이다. 영업이익은 200억원에 달하는 알짜 회사다.
통화일양 청산으로 일양약품의 연결기준 매출과 이익이 각각 3.5%, 38.6% 줄었다. 같은기간 당기순이익은 317억원에서 1억원이 됐다. 올해 1분기 실적은 전년보다 더 떨어져 올해도 상황이 좋지 못하다.
실적 악화는 글로벌 임상을 추진할 자금 부족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일양약품의 현금성 자산은 189억원에 불과하다. 올해 1분기 227억원으로 소폭 늘었으나 2022년 약 650억원을 쥐고 있던 것과 비교하면 여유롭지 못한 상태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슈펙트 글로벌 임상과 관련한 내용은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다"며 "중국은 허가신청을 준비 중이며 프랑스 파킨슨 임상은 순항 중이라고만 밝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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