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금융 수도권 상경기]DGB금융, 시중은행 출신 CEO가 이룬 '영토 확장' 꿈②김태오 전 회장, '순혈주의' 극복하고 수도권 인재 중용…시중은행식 '실용주의' 도입
최필우 기자공개 2024-07-12 12:40:42
[편집자주]
대구은행이 iM뱅크로 간판을 바꾸고 수도권 진출을 선언하면서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지방은행은 지방 소멸로 고객층이 얇아지는 와중에 시중은행에게 본진을 위협받고 있어 어느 때보다 수도권 진출이 절실하다. DGB금융과 달리 JB금융과 BNK금융은 시중은행으로 전환하지 못하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수도권 진출을 도모해왔다. 지방금융지주의 수도권 진출 시도와 차별화된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0일 15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GB금융이 과거 수도권보다 동남권 진출을 우선시한 배경에는 뿌리깊은 순혈주의가 있다. 당시만 해도 대구·경북 출신으로 지역의 주요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한 뒤 대구은행(현 iM뱅크)에 입행하지 않으면 임원이나 부점장급이 되기 어려웠다. 기존 구성원으로 해볼만 했던 동남권 확장과 달리 외부 수혈이 필수인 수도권 진출은 꺼려졌던 것이다.변화 조짐은 그룹 최초의 외부 출신 CEO 김태오 전 DGB금융 회장이 취임하면서 나타났다. 김 전 회장은 시중은행 출신으로 조직 내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웠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친정인 시중은행의 '실용주의' 조직 문화를 DGB금융에 이식했다. 만만치 않았던 텃세를 이겨내면서 수도권 인재를 중용한 게 시중은행 전환 밑거름이 됐다.
◇시중은행 '외연 확장' 노하우 이식
김 전 회장은 지난달 초 있었던 iM뱅크 사명 선포식에 초대받았다. 지난 3월 DGB금융 회장직을 황병우 현 회장에게 넘기고 두달여 만에 그룹 공식 행사에 등장한 것이다. 퇴임 후 시중은행 인허가가 완료됐으나 기획과 추진 모두 김 전 회장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행사 초청은 당연한 일이었다.

김 전 회장은 경상북도 칠곡 출신으로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해 대구·경북에 지역 연고를 갖고 있으나 정통 DGB금융맨은 아니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진학하면서 고향을 떠난 뒤로는 수도권에서 주로 활동했다. 외환은행에서 경력을 시작해 보람은행으로 자리를 옮겼고, 보람은행이 하나은행과 합병하면서는 하나금융의 일원이 됐다.
김 전 회장 재직 시절 하나은행은 단자회사에서 시작해 상위권 시중은행을 따라잡아야 하는 후발 주자 입장이었다. 빠른 속도로 사세를 키워야했던 만큼 정통성을 따지기보다 실력 있는 외부 인재를 영입해 대우하는 인사 정책을 도입했다. 보람은행, 서울은행, 충청은행, 외환은행과 잇따라 합병하는 과정에서 구성원 융합도 중시했다.
김 전 회장은 하나금융 인사 담당 임원으로 주요 은행 PMI(인수 후 합병) 작업과 통일된 인사 제도 도입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실용적이고 유연한 인사 체계를 도입해 가파르게 성장한 하나은행을 몸소 겪은 김 전 회장은 대구은행의 순혈주의가 전국 단위 종합금융그룹 도약 걸림돌이라고 진단했다.
이후 DGB금융 인사 원칙에서 순혈주의와 계파주의는 철저히 배제됐다. 대구상고, 영남대학교 등 대구은행 내 주요 학벌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지만 김 전 회장의 추진력으로 이력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하는 인사 체계가 자리잡을 수 있었다. 이는 수도권에 연고가 있거나 외부 출신인 인사에게도 임원이 될 기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됐다.

◇'지주 C레벨·계열사 CEO' 수도권 중심 리더십 형성
새로운 인사 정책을 바탕으로 DGB금융은 수도권 중심 리더십을 형성했다. 그룹 컨트롤타워인 지주의 박병수 부사장(CRO), 천병규 전무(CFO)는 주로 수도권에서 커리어를 쌓은 외부 영입 인사다. 지금은 토스뱅크 대표로 자리를 옮긴 이은미 전 대구은행 상무(CFO)도 외국계 금융사 소속으로 수도권 근무를 오래 했던 인물이다.
주요 계열사 CEO 선임에도 수도권 경력이 우선시됐다. 김성한 iM라이프 대표는 교보생명, 김병희 iM캐피탈 대표는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 사공경렬 iM에셋자산운용 대표는 하나자산운용 출신이다. 대구은행 출신 임원에게 계열사 CEO 자리를 안분하지 않고 전문성을 중시하는 인선으로 그룹 리더십을 구축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을 본격 추진한 지 1년 만에 iM뱅크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데는 달라진 조직 문화도 한몫을 했다. 연고주의를 극복하지 못했으면 내부 반발을 잠재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시중은행 출신 CEO가 주도한 내부 개혁으로 대구은행의 수도권 진출 꿈을 이룰 수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전통적으로 연고주의와 학벌주의가 강해 수도권 인사를 배척하는 기류가 있었다"며 "DGB금융이 조직 문화에 변화를 주지 않았으면 금융 당국 인허가와 별개로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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