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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PF 정리" 금감원 으름장에도…고금리 막차 노리는 2금융권 정상진행 어려운 사업지에 만기 연장…'10%대 대출금리+1%대 연장 수수료' 추구

김보겸 기자공개 2024-08-14 10:47:54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2일 07: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내라며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기존 대주단으로 참여한 카드사와 캐피탈 및 저축은행 등 국내 2금융권이 고금리 막차를 노리고 있다.

감독당국이 사업성 평가를 마치기 이전에 사업성에 자신이 없는 곳들에 대해 일단 만기를 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대출에 대한 10%대 이자와 1~2%대 만기 연장 수수료를 동시에 챙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금 손실이 불가피해진 사업장에 대해 감독당국 평가가 완료되기 직전까지 높은 금리를 받아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9일 금감원은 이날까지 금융기관(대주단)을 대상으로 부동산PF 구조조정 계획을 제출받는다. 지난달 대주단이 부동산PF 사업지가 사업성이 있는 곳인가를 4단계로 구분해 제출한 뒤 이에 따른 후속 조치다. 사업성 평가 결과 '유의' 또는 '부실우려' 사업장을 앞으로 6개월 안에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다. 감독당국은 3단계 사업장은 재구조화 및 자율매각을, 4단계는 경·공매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금감원이 부실 사업장 정리에 칼을 빼든 건 더 이상 버티기에 나서지 말라는 경고다. 대주단조차 사업성이 없다고 평가한 곳에 억지로 만기를 연장하며 부동산 시장이 상승하길 기다리지 말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은 매입가보다 할인하더라도 시장에 내놓으라는 취지다.

문제는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중후순위 대주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브릿지 단계에서부터 만기 연장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 강남에서 진행중인 주요 하이엔드 사업장 중 청담동 프리마 호텔을 개발하는 브릿지론에 대한 만기 연장이 이뤄졌다. 애초 본 PF로 넘어가야 하는 시기는 올 5월이었지만 PF 시장 불안이 이어지며 미뤄졌다. 여전히 본PF 전환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또다시 대주단이 브릿지론 만기를 연장한 것이다.

해당 부지 대주단으로는 비씨카드와 하나캐피탈, 우리금융캐피탈, 비엔케이캐피탈, 신한캐피탈, DGB캐피탈 등이 참여했다. 대출 규모는 각 사별로 50억원에서 200억원 사이이며 대출금리는 10~11% 사이에서 형성돼 있다. 롯데카드는 2022년 말까지 200억원의 대출잔액이 있었지만 지난해 엑시트했다.

명품 브랜드 펜디가 인테리어 설계를 맡은 초고가 주택 부지 역시도 대주단 동의로 만기가 연장됐다. 오케이저축은행과 NH저축은행의 대출 규모가 각각 37억원, 20억원에 금리는 12%였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정상 진행이 어려워 보이는 사업지로 본다"며 "재구조화 사업을 하려고 여러 운용사들이 세일즈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는 사업지에 대주단이 만기를 연장하는 건 고금리 막차를 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데다 한국에서도 오는 10월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높은 금리로 대출해야 현 시점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높을 때 만기 연장에 참여해 유리한 조건을 고정하겠다는 의도다.

만기 연장으로 이들은 기존 10%대 브릿지 대출 금리에 더해 1~2%대의 만기 연장 수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성 평가가 낮게 확정되는 순간 손을 털고 나가야 하지만 2~3순위에 있는 카드나 캐피탈 등 2금융권은 본전을 찾기가 힘들다"며 "그 전까지는 십수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더 챙겨 손실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만기를 연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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